휴가 그 짧은 이야기 3 - 거금도 풍경들
날 짜 : 2007년 8월 7일
거금도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서는 녹동항으로 가야하는데 고흥에서 녹동까지는 버스로 20여분 걸리고 요금은 1,800원이다.
버스터미널은 포구와 조금 떨어져 있는데 택시를 타면 금방이겠지만 그냥 걸어서 가본다.
터미널에서 나와 좌측으로 뻗은길을 직선으로 따라가다보면 녹동초등학교가 나오고 계속 직진하다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가면
낮은 고개가 나오는데 그 고개를 넘어가면 바로 녹동항이다.
걸어가는데 약 10분쯤 걸리는 것 같다.
녹동에서 거금도로 가는 배는 2대로 금진항으로 가는 배가 있고, 신평항으로 가는 배가 있다.
나중에 보니 신평항으로 갔으면 내가 가고자 했던 오천리가 가까웠겠지만 금진항으로 간 덕에
비록 버스를 타고라도 거금도를 한 바퀴 돌 수 있었다.
거금도는 섬을 한바퀴 도는 해안도로가 발달되어 있어 섬을 한 번 도는데 매우 좋았다.
녹동항에서 소록도로 가는 연육교가 연결되고 있다. 9월이 완공이라 했다.
소록도.
그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유배지 아닌 유배지가 되었던 곳.
저 다리가 연결됨으로써 이제는 소통이 가능하게 되는걸까?
겉으로 보이는 소통이 아니라 진정한 소통 말이다.
녹동항의 모습.
녹동항 근처에는 이렇게 고기를 잡는 부부어부들이 많았다.
에고야~촛점이 왜 이리 안 맞은겨~~~
줌을 끝까지 당겨 찍었더니 화질도 영~~~~똑딱이 카메라가 그런건지 찍사가 문제인지........에효~
사진이야 어떻든......부디 고기는 많~이 많~이 잡으세요.
오른쪽으로는 소록도가 있고 멀리 거금도가 보인다.
어디가 바다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그나마 오늘은 구름너머 파란 하늘도 언뜻 언뜻 보인다.
여행하는 내내 비는 안맞았지만 잔뜩 흐린 하늘 아래의 회색빛 길에 서 있었다.
점점 멀어지는 녹동항의 모습.
마음이 비뚤어졌나......사진이 왜 이리 삐딱인지...
부디 만선하소서~
소록도와 거금도를 잇는 연육교 공사가 한창이다.
보이는 작은 섬은 대화도이다.
연육교가 이어지면 거금도는 더 이상 섬이 아니게 되겠지.
섬에 사는 이들은 모두가 행복하게 될까?
섬에 연육교가 생기면 제일 먼저 도둑과 범죄가 늘어난다고 한다.
더 이상 배가 끊기면 나갈 수 없는 섬이 아니므로 그 말도 일리가 있는 듯 싶다.
거금도에는 버스가 총 4대 있는데 2대는 동쪽 해안도로를 따라 오천리 동촌마을까지 돌고
다른 2대는 서쪽 해안도로를 따라 면소재지를 거쳐 금장까지 운행을 한다.
동촌에서 금장까지는 약 5km정도 떨어져 있는데 이 곳은 아직 버스를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걸을 요량이었다.
섬에는 배가 도착하면 대개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데 금진항에서 오천리까지 이어지는 버스는 띄엄 띄엄 있으므로
녹동항 매표소 입구나 배 안에 걸려 있는 시각표를 확인하면 된다.
금진에서 오천리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일단 면사무소 있는곳으로 버스를 타고 가서 갈아타야 한다.
버스비가 이중으로 들지만 섬내의 버스 사정을 아는지라 그냥 그러려니 했다.
금진에서 면소재지까지는 1,000원.
면소재지에서 오천리까지는 2,000원이다.
섬의 대중교통은 대개 정부보조금으로 운영이 되는데 100%가 아니므로 섬내의 버스비는 비쌀 수 밖에 없다.
이용인구는 한정되어 있고 대중교통은 운행해야 하므로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나중에 금장에서 면소재지까지 오는 버스비는 원래 1,900원이었는데 1,000원만 냈다.
혼자서 버스를 전세냈는데 기사님이 깎아주셨다. ^^
지도에서 왼쪽으로 밑에 보이는 형제도는 무인도라 한다.
보이진 않지만 형제도 남쪽으로 허우도가 있는데 현재는 다섯 가구가 살고 있다고 했다.
남쪽에 보이는 금장해수욕장은 해송은 좋은데 해수욕장의 모래가 부드럽지 않고 자갈도 많이 섞여 별로였는데,
그 때문인지 내가 도착했을때는 아무도 없는 텅 빈 해수욕장이었다.
익금 해수욕장은 차를 타고 오면서 언뜻 보긴 했지만 사람이 많고 모래사장이 뚜렷하게 보이는걸로 보아 괜찮은 듯 보였다.
오천리 버스 종점에 있는 동촌 마을이다.
마을이 꽤 크고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다.
마을 아주머니 몇이 개펄에서 바지락을 캐고 있다.
새로 지은 집들이 많아 궁금했는데...
김이나 전복 등의 양식업이 많아 연간 소득이 높은데다, 마을 앞으로 해안도로가 새로 나면서 보상비를 받은 주민들이
꽤 있는 듯 싶었다.
마을 뒤에 있는 저 거대한 교회도 5억을 들여 새로 지었다는데 전복양식을 하던 교회의 장로가 20억의 보상비를 받아
그 중 십일조로 2억을 내어 어찌 어찌 새로 지어졌다고 했다.
저 배위에 서 계신 분은 일흔 여덟이라고 하셨는데 60대 중반쯤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아주 정정한 분이셨다.
지금은 물이 나간때라 낮에 고기가 많이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배들이 저렇게 들어와 있는 것이다.
저녁 늦은때에 다시 나가 그물을 걸어두고 아침이 되면 다시 그 그물을 걷으러 간다고 했다.
동촌 앞바다.
왼쪽으로 보이는 섬이 이곳 사람들이 독섬이라 부르는 독도이고, 앞에 빨간색 등대가 있는 곳이 모녀도이다.
오른쪽 저 뒤로 보이는 큰 섬은 시산도이다.
동촌에서 금장으로 가는 27번 국도는 잘 정비되어 있었다.
팍팍한 아스팔트 도로를 걷는 것은 조금 힘팽기는 일이긴 하지만 바다에서 몇 십미터 떨어지지 않는 해안가 도로를 걷는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내동을 지나면 금장까지 가는 4km여 되는 길가에 더이상 마을은 없다.
내동 마을에서 1km정도 떨어진 곳에 바닷가쪽으로 '하얀바다'라는 펜션이 있었는데 마침 카페도 겸하고 있어 잠시 들렀다.
펜션은 광주에서 왔다는 퇴직한 부부가 운영을 하고 있었는데,
언젠가 이 곳에 여행을 왔다가 이 곳 풍경에 반해 터전을 마련하고 펜션까지 만들었다고 했다.
휴가철인데도 손님은 많지 않은 듯 했다.
물론, 카페에도 손님이 없어서 나는 그 덕에 안주인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청소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사람이 적은 곳에 사는 적적함 때문인지 안주인은 기꺼이 내 대화상대가 되어 주었다.
연육교가 이어지고 나면 이곳에도 손님이 꽤 많이 들 것으로 생각된다.
내가 보기에도 거금도에서는 이곳의 해안도로가 가장 풍광이 좋아보였기 때문이다.
펜션 앞에 있는 해변이다.
마치 펜션에 딸린 개인 해변같은 장소이다.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이 펜션을 거쳐 가야 편하기 때문이다.
사진만으로는 가늠이 잘 되지 않지만 저 돌들은 매우 큰 바윗돌들이다.
펜션 주인의 말로는 모래도 상당히 많았다는데 태풍에 많이 쓸려 나갔다고 했다.
모래까지 많았으면 정말 멋진 해변이 되었을 것 같다.
금장까지 가는 내내 아마도 해안도로를 만들때 외지인들이 들어와 축대를 쌓고 터를 닦아놓은 것으로 생각되는
꽤 많은 펜션터를 보았지만 이 펜션터를 따라갈 장소는 없었다.
내가 보기에도 아주 최적의 장소이다.
27번 해안도로는 바로 바다에 접해 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작은 섬은 준도이다.
그 뒤로 보이는 섬이 아까도 보았던 시산도다.
차가 간간이 지나다닌다.
차를 얻어탈까 했으나 그냥 걷기로 했다.
나그네에게 안락함은 독이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안락함을 즐겨 선택하는 나그네는 오래 길 위에 서지 못한다고...
이런 길을 걸을때면 나를 꼼꼼하게 돌아보게 된다.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몸의 동작만이 아니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도 낡아지지 않는 그 무엇들에 대해 생각했다.
내 삶에 대해...
내 꿈에 대해...
내 욕심에 대해...
내 집착에 대해...
금장마을이다.
거금도에 들어와 주민들을 제일 많이 만난 듯 싶다.
다시마 된장을 만들거라고 했다.
백여개가 넘어 보이는 저 독들이 참 자~알 생겼다는 생각을 했다.
어촌 마을에 새로운 수입원을 마련하기 위해 새로 시작하는 일 같던데...잘 되시기를...
금장마을 끝에 있던 교회.
건물의 모양이 예뻐서 찍어왔다.
저 돌로된 교회 표지판 옆에 1960.3.15 이라고 쓰여있는걸 보니 꽤 오래된 교회인 듯 싶다.
금장마을을 떠나며 뒤돌아본 금장해수욕장의 모습.
해송들은 멋진 곳이지만 해수욕장으로서의 기능은 별로일 듯 싶다.
부드럽지 않은 모래에 자갈 또한 너무 많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 많지 않은 곳을 원한다면 좋은 장소가 될 듯...
5km를 걸어오는 동안 간간이 비추는 햇살에, 더위에 지쳤나보다.
지친자에게 길은 먼 법이다.
이 사진을 찍는 위치는 약간 오르막길이고 낮은 고개를 하나 넘어가는데 버스가 온다.
금장마을이 종점이므로 한참 후에 나오려니 하고 다시 걷는데 얼마 못가서 버스가 되돌아나온다.
들어갈때도 빈차였던 것 같은데 승객이 없어 바로 나오는 듯 싶다.
섬내 버스를 혼자서 전세낸 듯 기사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으며 면소재지까지 다른 승객이 없이 금새 왔다.
시각은 오후 2시경.
아직 거금도 서쪽 해안으로 가보고 싶은 마을이 있다.
신촌리의 배천이라는 마을이다.
그러나, 벌써 집으로 가야지...하는 생각이 드는걸보니 내가 많이 지친 듯 싶다.
과감히 포기하고 금진항으로 다시 버스를 타고 나간다.
소나무가 멋진 작은 섬은 금진항 앞에 있는 장재도이다.
장재도 뒤로 멀리 보이는 섬은 오른쪽이 하화도이고 왼쪽이 상화도이다.
오랜만에 파란 하늘도 보이고 거금도의 적대봉은 아직도 구름에 쌓여 그 위용을 다 보여주지 않는다.
아침에 들어가 오후에 나올때까지 거금도의 높은 산자락에는 구름이 얹혀 있었다.
줌으로 당겨보니 장재도 안에 작은 집이 있어 사람이 사느냐 물었더니 고기잡이 할 때 쓰는 창고 같은거라고 했다.
3시 배를 타고 거금도를 떠나왔다.
몸이 지치면 마음도 쉬이 지치는법이다.
한 번 힘들다 생각하니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녹동에서 바로 서울로 오는 버스가 3시 30분에 있었는데 몇 분 차이로 버스를 놓치고 3시 50분 광주행 버스를 탔다.
녹동발 서울행 마지막 버스는 오후 5시다.
기다릴까도 생각했었는데 그냥 버스를 타고 유람하는 것도 나쁘지 않고 광주에 가서 저녁도 먹고 할 참이었다.
녹동에서 광주까지는 2시간 반이 소요되고 요금은 12,100원이다.
고흥, 벌교를 지나고, 송광사 앞길을 지나고, 화순을 지나 광주로...
광주에 도착하니 6시가 훌쩍 넘었다.
서울로 가는 7시 10분 고속버스를 예매해두고 깔끔한 한식집을 찾아들어간다.
광주터미널은 여행을 하면서 자주 거쳐간 곳이라 익숙한 곳이다.
집으로 돌아오니 안도감이 먼저 든다.
갈 곳만 있고, 돌아올 곳이 없는 나그네는 얼마나 쓸쓸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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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과연 다니면서 무엇을 본걸까?
진짜를 못 보고 있는것은 아닐까.
그러나, 과연 그 진짜라는것은 내게 어떤 의미인걸까?
삶에 있어 무엇이 진짜인지 무엇이 가짜인지 과연 판단할 수 있는가?
여행이란...단순히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다니거나 멋진 풍광, 맛난 음식 등만을 찾아가는 것은 아닐 터이다.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함이다.
여행길에서 돌아와 두고 두고 생각나는 것은 그 어떤 멋진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것들은 변화한다.
그러나,
삶.
살아가는 것.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그 어떠한 조건들은 변경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리는 변해가지만 언제나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 자체는 변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 여행의 목적이라면....그래....목적이란게 있었다면....
나는 바람을 닮고 싶었다.
길 위에서는 나도 바람처럼 자유롭고 싶었다.
그러나, 삶이란 '자유로움'만으로 꾸려갈 수 없다.
내게 주어진 의무와 책임을 기꺼이 감수하고 이루어내는데에도 삶의 큰 의미는 존재하는 것이다.
또 다시 길 위에 설 그 날을 기다리며 하루 하루를 살아내리라.
살아 있어 꿈을 꾸고 꿈이 있어 행복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