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캠핑 - 함허동천 (2)
날 짜 : 2007년 9월 8~9일 / with 오지 달림이들.
장 소 : 강화도 함허동천 제 4야영장
일요일에 강화마라톤대회가 있었고, 달림이들 중 몇이 대회 출전을 할 예정이었다.
오랜만에 대회장과 가까운 함허동천에 가서 캠핑을 하기로 했다.
날 좋은 주말이다.
몸이 좀 안 좋았지만, 어차피 우리가 하는 캠핑이 띵가 띵가하는 캠핑이라 함께하기로 했다.
이번 캠핑에서 내가 준비하는 요리는 골뱅이무침과 잡채였다.
골뱅이무침은 항상 캠핑을 주관하느라 애쓰는 날봄이가 좋아하는 음식이고, 잡채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만드는 별식.
고기를 먹지 않는 토리님을 위해 버섯잡채를 만들기로 했다.
개인의 식성에 다수의 입맛을 맞추어야하지만 우리 캠핑에 처음으로 참여하는 토리님을 배려하기로 했다.
게다가 난 생고기 만지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고, 버섯을 좋아하므로 두루 두루 잘 되었다 싶었다.
솔직히 잡채를 한번도 만들어본적이 없는데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그냥 해보는거지 뭐.
회사동료가 캠핑까지 가서 번거롭게 무슨 잡채를 만들어 먹냐고 면박을 준다.
집에서도 만들기 번거롭고 귀찮은 요리라면서...
그러게..........하다보니 번거롭긴 하더라...^^
토요일 느즈막히 일어나 11시에 무지개님을 만나 시장을 보고 점식 먹고 출발한 시각이 2시쯤 되었던가.
강변북로 - 행주대교 - 78번 제방도로 - 356번 지방도 - 초지대교 - 강화 해안도로 - 가천의대 앞길 - 함허동천
강화도에는 여러번 가본적이 있어 운전을 하지 않아도 길이 익숙하다.
48번 국도보다는 코스모스가 한가로히 바람에 나부끼는 한적한 78번 제방도로를 따라 즐거운 드라이브를 했다.
78번 국지도는 편도 1차선이고 옆으로 빠지는 길이 거의 없어 밀리면 최악의 도로가 되지만
밀리지 않는 날엔 아주 좋은 드라이브 코스이다.
날좋은 주말이라 주차장에도 차가 가득하고 야영장마다 사람들이 가득하다.
우리가 캠핑을 한 제 4야영장은 제일 높은 곳에 있어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조용한 곳이다.
우리 바로 아래 야영장에 아이들을 대동한 젊은 아빠들 몇이 야영 한 것을 빼곤 우리밖에 없었다.
함허동천 야영장은 차를 매표소가 있는 입구 주차장에 주차하고 리어카에 짐을 싣고 캠핑지까지 날라야 하는데
거의 마니산 중턱에 위치하는 야영장들은 그 많은 캠핑 짐들을 가지고 오르기가 녹녹치 않다.
특히 우리가 있던 곳은 제일 위쪽에 위치한데다 급경사 오르막길이 있는 곳이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예 올라올 엄두를 내지 않는 것 같다.
힘들게 오른만큼 그 곳에 있는동안은 아주 조용하게 지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가 그 곳에 있을 수 있었던것은 금요일밤 늦게 도착한 중렬오라버니와 날봄이의 많은 짐들을 차로 나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묵시적으로 밤 늦은 시각에는 차가 들어갈 수 있도록 허용이 되는것이다.
물론, 항상 그러한것은 아니므로 각오는 해야한다.
어제도 나는 일찍 떠나왔지만 나머지는 야영객들이 모두 떠나고 난 후,
차를 가지고 올라가 짐을 싣고 나올 수 있는 시각까지 기다렸다가 철수 했을 것이다.
멀리 바다와 개펄이 보이는 조용한 캠핑장.
우리가 도착하니 벌써 저렇게 캠핑지를 구축 해 두었다.
보이는 정자는 제법 커서 커다란 텐트 한동쯤 올려도 거뜬하다.
오후 4시경쯤 야영장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내내 요리를 했다.
지금은 골뱅이무침을 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캠핑을 가면 이런 저런 요리는 내 차지가 되었지만 그 시간이 즐겁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하는 요리이므로...
보기엔 그럴싸해 보이지 않는가? ㅋㅋ
그 많은 골뱅이는 다 어디로 갔지? 아직 넣기 전이던가?
유동골뱅이 큰 캔을 세개나 넣었는데...
여기에 소면 삶아서 함께 비벼먹는다.
골뱅이무침을 해주고 다들 먹고 있는 사이 나는 열심히 잡채를 하기위한 재료를 준비한다.
재료는...표고버섯, 목이버섯, 새송이버섯, 참느타리버섯, 양송이버섯, 당면, 당근, 피망, 양파 등등...
표고와 목이는 물에 불려 잘게 썰어두고, 나머지 재료들은 크기를 엇비슷하게 채썰어둔다.
다들 맛나게 먹어주니 기분 좋다.
밤이되니 날봄이가 모닥불을 피워준다.
추위에 약한 나는 모닥불이 참 좋다.
모닥불에 둘러앉아 술도 한잔씩 돌리고 소세지도 구워먹고...이런 저런 수다도 떨고...
모닥불 앞에 앉아 있으면 정겨움이 배가 된다.
다들 앉아서 놀고 있는 사이 나는 준비한 재료들을 볶고 무치고...잡채를 만든다.
당근과 양파와 피망은 소금만 넣고 색을 그대로 살려내 센불에 볶아내고,
버섯들은 집간장과 진간장을 1:1 비율로 섞어 식용유와 마늘을 함께 볶은 소스에 역시 센불에 볶아낸다.
중요한것은 나중에 섞을꺼라 해서 한꺼번에 볶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향미가 떨어지므로 귀찮더라도 재료를 한가지씩 볶아내야 한다.
당면도 살짝 볶아줘야 하는데 10인분이나 되는 양이 너무도 많아 포기했다.
각각 볶아낸 재료들을 저렇게 너른 통에 넣고 섞는다.
폼은 좀 안나지만 캠핑가서 이쁜 그릇까지 찾는건 욕심이쥐~~~~
싱거우면 간장소스(집간장 진간장 1:1 섞은것과 다진 마늘을 살짝 졸여 만든다.)를 넣어 간을 맞추고
설탕과 참기름, 참깨를 넣어 한 번 섞어주면 끄읕~~~~
재료 볶으면서 당면을 좀 삶아달라고 했더니...푹 퍼지게 삶았다. 잉~~~~미워~~~~
당면을 얼마나 쫄깃하게 잘 삶아내느냐도 중요한데...
다들 잡채 처음 만든거 맞느냐며 맛나게 먹어주었다.
무언가 요리를 해서 맛나게 먹어주면 얼마나 기분좋은지...
실은 나도 내가 저렇게 그럴싸하게 만들어낼 줄 몰랐다. 히히
편안함이 스미는 시간들.
멀리 영종도쪽의 불빛들이 보인다.
캠핑장 바로 옆에 있는 식수대및 세면장.
밤새 커져있는 가로등이 별로지만 어쩌랴~~~~
오랜만에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각이 11시를 넘어가니 많은 별들이 벌써 서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은하수도 보이고 은하수를 따라 우아하게 날고 있는 백조도 한마리 보이고...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으로는 직녀성이 있는 거문고자리가 은하수 왼쪽으로는 독수리자리의 견우성이 보인다.
거문고자리는 쉽게 찾았는데 독수리자리는 또 다시 실패...
별로 크지도 않은 독수리자리를 난 왜 다 못찾을까.
독수리 자리 옆으로 앙증맞은 돌고래자리는 언제나처럼 쉽게 찾았다.
가로등이 없었으면 더 많은 별들을 볼 수 있었을터인데...
요리를 하는 동안은 내 몫이라 열심히 움직였지만 모두들 먹고 난 후에는 피곤이 몰려온다.
몸이 안좋아 일찍 텐트속으로 기어들어가 아침까지 아주 달게 잤다.
천둥소리가 내 잠을 깨우지 않았다면 아마도 해가 중천에 뜨도록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일요일 아침 모습.
새벽에 갑자기 천둥소리가 마니산을 울린다.
우르르 쾅쾅~~~
나가서 하늘을 보니 곳곳에 파란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동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경험상 비가 많이 올 날씨는 아니고 마른천둥같다.
관리사무소에서도 날씨에 비가 예고되어 있고 강수량은 5ml 내외라고 방송을 해준다.
역시나, 7시가 넘어 짧은 소나기가 한차례 지나갔다.
소나기가 지난 뒤에는 오히려 대기가 더 맑아지고 해가 쨍쨍 내리쬐어 더운 날이 되었다.
그래도 야영장이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어 가만히 앉아있으면 담요를 뒤집어쓰고 싶을만큼 바람이 서늘했다.
나무 그늘 아래서 시원하다 못해 약간 서늘하기까지 한 바람 맞으며
담요 덮고 앉아 책도 보고...
스콧 니어링 자서전을 읽고 있는데 아직 다 못 끝냈다.
요즘 자꾸 게을러진다.
그야말로 띵가 띵가 캠핑...
햇살은 따가웠지만 그늘 밑은 저렇게 담요를 덮어야만 할 정도로 아주 시원했다.
나도 텐트로 기어들어가 다시 한숨 잤다.
채 1시간을 못잤지만 오히려 지난 밤보다 더 달게 잔 듯 싶다.
우리 캠핑지에서 보면 멀리 바다가 보인다.
오전 시간은 아주 평화롭고 한가로웠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나무 그늘에 앉아 책도 보고,
주변 산책도 하고, 다시 텐트로 기어들어가 시원한 그늘에서 한 숨 자고...
오전 시간을 띵가 띵가 보내다가 마라톤 대회 참석하고 온 날봄이네가 돌아온 후 먼저 야영장을 떠나왔다.
몸이 아무래도 좋질 않았기에...
2시 반쯤 야영장을 출발했는데 4시에 성산대교였으니 밀리지 않고 무척 빨리 온 셈이다.
내 몸이 좋지 않은걸 배려해 준 모두에게 고맙고,
항상 내 요리의 시험대가 되어주면서도 맛나다고 모두 먹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하다.
다음 캠핑요리는 무얼할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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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캠핑장 바로 옆에 있었던 이쁜 버섯.
식용은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