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여행 - 청량사 산사음악회와 봉화의 오지마을들
날 짜 : 2007년 10월 6~7일 / with 달님, 달님 지인, 송탁님, 채원이, 근일이
1. 경북 봉화 청량사 산사음악회
그 가파른 산모롱이를 돌아 돌아 그 곳에 처음 닿았을 때 좋은 사람과 꼭 함께 다시 가보리라 했던 곳.
그 길을 지난 봄에 이어 별빛 좋은 가을 밤에 내 좋은 이들과 함께 올랐다.
헉헉 숨을 몰아쉬어야 할 정도의 경사진 길에 수 많은 인파의 행렬을 뒤따랐지만 그 오르내림이 힘들지는 않았다.
'장사익의 별빛 나들이'
그 이름만큼이나 멋진 나들이였다.
비록 수 많은 인파에 치어 제대로 된 음악회를 즐길 수는 없었지만,
고즈넉한 산사에 울려퍼지는 목탁소리가 아닌 소리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아마도 제대로 된 음악회를 즐기고자 한다면 밤 7시부터 시작하는 음악회일지라도 낮부터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 기다려야 할 듯 싶다.
우리야 그저 그 분위기가 어떠한지 구경삼아 갔던 것이므로 느즈막히 올라 잠시 머물다 바로 내려왔다.
음악회를 보려 일주문을 통과한 인원이 12,000여명이 된다하니 그 오밀조밀한 절집이 꽉 들어찼음은 말할것도 없고,
그 수 많은 인파에 놀라 두 번 오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며,
아름다운 소리대신 총총히 빛나는 별빛을 위안삼아 천천히 가을 밤을 즐기며 산길을 걸어 내려왔다.
청량사 다리 입구 양쪽 가송리와 명호쪽으로 2km 전방부터 주차되어 뒤엉켜있는 차들의 행렬을 보며 들기도전에 질리지 않았던가.
가로등 불빛 없는 산길에 수 많은 별빛만이 우리 머리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2. 가송리 가송사랑방에서의 캠핑
음악회의 분위기를 살피고 돌아오니 저녁 9시.
늦은 저녁을 먹었다.
명호에서 산 생삼겹살은 평소에 삼겹살을 즐겨먹지 않음에도 맛이 좋았다.
오붓한 인원에 별빛 아래 차려진 소박한 저녁 상.
찬이 없다하여 맛이 없을리 있겠는가.
술도 한 잔 하고, 이런 저런 얘기 나누다 텐트로 기어들어간 시각이 밤 12시.
가송사랑방은 지난 봄에 와서 하루 묵어갔던 곳이다.
오늘은 민박 대신 주인장께 양해를 구하고 그 너른 마당과 원두막을 차지하게 되었다.
원두막은 두 채가 있는데 작은 텐트 한동이 거뜬히 올려진다.
원두막 위라서인지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가 훨씬 적었다.
추위를 워낙 많이 타는지라 춥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전혀 춥지 않았다.
가송사랑방 앞쪽으로 낙동강이 흐른다.
강은 유유히 흘러 고산정 앞을 지나 농암종택 앞을 지나 남으로 남으로 흘러간다.
캠핑지에서 고산정이 보이지는 않지만 몇 백여m만 가면 그 곳이다.
가송사랑방 앞으로 보이는 병풍을 이루는 바위절벽은 가송협 단애라고 꽤 이름이 알려진 풍광 좋은 곳이다.
아침에 일어나 텐트에서 나오니 고산정 너머 산에서 햇살이 오르는데 강에선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디카를 두고 가서 사진을 찍어올 수는 없었지만 눈으로 찍어 가슴에 담은 그 풍경은 오래 오래 남을 것이다.
비가 온다는 날씨는 청명하기만 했다.
아침 9시경 늦은 아침을 해 먹고, 봉화의 오지마을들을 찾아 떠났다.
3. 봉화의 오지마을들
길 위에는 은빛 억새들이 빛나고 있었다.
들판에는 노랗고 빨간 가을이 와 있었다.
첫 번째 해가 잘 드는 윗x 마을.
7가구가 살고 있다는 마을에 젊은 사람은 물론, 아이들도 없다.
다만 한 집에 젊은 아들 하나가 부모님 일을 거들며 살고 있다고 했다.
양양에서 시집오셨다는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여위고 86세 되신 시어머님을 모시고 산다 하셨다.
시어머님은 그 연세에도 윗집의 밭일을 거들어주러 가셨다고 해서 뵐 수는 없었다.
그 마을 너머로 은빛 억새의 길잡이를 받으며 굽이 굽이 산을 넘어 찾아갔던 두 번째 옥x 마을.
2가구가 거주하는데 맨 윗집은 할머니 혼자 사시고, 맨 아랫집은 칠순의 노부부가 사신다.
사람이 그리운 분들.
그나마 그 날은 묘소 정리를 하느라 외지인들이 여럿 들어와 있었다.
예전에는 29가구가 거주했다는데 모두 떠났다고...
멀리 20리 길을 걸어 재산에 있는 학교를 다녔노라고...
세 번째로 찾아갔던 도x당 마을은 해발 600여m가 되는 산 정상부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폐가였고,
인적이 없어 아쉬움만 남기며 돌아왔다.
중간에 동면리 마을 정자 나무 아래서 라면을 끓여 늦은 점심을 먹었다.
라면에 김치뿐이었지만 아이들도 어른들도 시장이 반찬이라 맛나게 먹는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마을은 칠순이 넘은 노부부가 살고 계셨던 애x미 마을.
송이가 많이 나는 지역답게 소나무숲이 울창한 곳이었다.
낯선 사람이 찾아가도 반겨주는 사람이 그리우신 분들.
급하게 가느라 제대로 된 사탕 한 봉지라도 가져다 드리고 오지 못해 못내 죄송했다.
디카를 가져가지 않아 사진은 비록 찍어오지 않았지만 청명한 하늘아래 가을을 맘껏 즐기고 내 안에 담아온 주말여행이었다.
이모야를 무척이나 좋아해주는 근일이와 채원이도 이쁘고, 오랜만에 뵙는 달님이 반가웠다.
그리고, 항상 잘 챙겨주는 송탁님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