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여행 - 봉화의 오지마을을 찾아서...(2)
날 짜 : 2007년 11월 10~11일 동호회 65차 정기여행
장 소 : 경북 봉화의 어간들.
2. 뱀xx 농원과 애x미 마을
구x동을 빠져나온 시각이 5시정도였다.
아직 사위가 컴컴하진 않지만 길을 재촉한다.
다시 구불 구불 국도와 지방도를 타고 봉화 재산면쪽으로 길을 잡는다.
ridge님께서 walking navi인 내가 옆에 있으니 처음 가는 길도 상관없다며 나를 띄워주신다. ㅎㅎ
재산면쪽은 지난 시월에 답사차 들렀던 곳이라 길이 눈에 익었다.
기억을 되살리며 오늘의 집결지인 뱀xx 농원을 찾아간다.
이곳에도 화전민들이 많이 살았다는데 현재는 이 농원 말고 거주 가구가 없다.
농원에는 칠순의 부부가 살고 계신데 원래 현지인이 아니시고 건강때문에 10년 전에 이곳에 땅을 이만여평 사서 들어오셨다고 한다.
그 중 5,000여평 정도의 과수 농사를 지으시는데 무농약이라시며 자랑이 대단하시다.
사과를 하나 주셔서 먹어보았는데 껍질은 시중에서 사는것보다 두껍고 매끄럽지 않으나 맛은 달았다.
원래 민박을 하는 집이 아니어서 처음엔 아내되시는 분이 우리가 오는것에 대해 많이 반대하셨다고 한다.
여기 들어온지 10년 동안 모르는 손님들이 이렇게 많이 온건 우리가 처음이라고 하셨다.
아내되시는 분은 우리가 도착했을때는 차를 몰고 아랫 마을로 피난을 가실정도로 낯을 가리셨으나
밤중에 돌아오셔서 잠들기전에 우리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신후로는 많이 누그러지셨고,
다음 날 떠나올때는 다음에도 꼭 들르라고 말씀하셨다.
남편되시는 분은 자세한 말씀은 아니하시나 화가이신듯 보였다.
너른 집안 곳곳에 걸어놓은 그림들과 아직 표구되지 않은 그림들이 문외한인 내 눈에도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나는 많은 그림중에 거실 중앙에 걸려있던 '상념'이란 제목을 가진 추상화 기법을 쓴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미 도착해 있던 가족들이 저녁을 해놓고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많이 춥다는 소리에 단단히 채비를 하고 갔었는데 바람도 불지않고 그다지 춥지 않았다.
주인장께서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창고를 내어주셔서 편안하게 술자리를 즐길 수 있었고,
나중에는 마당 끝에 모닥불도 피워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하고, 고구마도 구웠다.
언제나 푸짐하고 정이 넘치는 사람들.
사람이 적어 조별로 음식을 나누지도 무엇을 가져오라 하지 않았는데도 알아서들 이것 저것 챙겨와서 꺼내놓는다.
박달대게와 영덕대게.
언제나 푸짐한 해산물로 우리를 감동시키는 불바님께서 이번에도 이 귀한 것들을 가지고 오셔서 풀어 놓으셨다.
먹을때는 말없이....정말 게눈 감추듯........ㅋㅋㅋ
이것 말고도, 다음 날 점심에 먹은 싱싱한 해삼과 멍게, 새우가 얼마나 맛났는지...
그런 오지에 가서 이런 음식 먹는 사람 우리밖에 없을껴~~~~
아낌없이 내어주시는 오지님들, 참으로 감사하다.
아침에 일어나 과수원을 한바퀴 돈다.
주인장의 세심한 손길이 느껴지는 사과 과수원.
우리가 묵었던 농원의 모습이다.
10년 동안 이걸 다른 사람 손 빌리지 않고 손수 가꾸셨단다.
들어가는 입구에 벚꽃나무가 터널을 이루는데 봄에 와도 참 예쁠꺼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이라도 가까우면 자주 들러가고 싶은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평균 기온이 가장 낮은 곳이 봉화의 춘양이라고 들은 것 같다.
역시나 서리가 내렸다.
서리맞은 키작은 풀이 꽃보다 더 아름답다.
햇살이 퍼져 들어온다.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느니 춥다느니 말이 많았는데 춥지도 않고 오늘은 무척 맑을 것 같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
보이는 돌탑도 열개 정도 있었는데 여기 들어오시고 난 후 3년 동안 일이 많지 않은 겨울에 손수 쌓으셨다고 한다.
아~ 평화롭다.
아이들은 금새 친구가 된다.
채원이가 저보다 두 살이 어린 규범이를 얼마나 잘 보살피는지...
아직 어린 규범이도 엄마를 떨어져 왔으면서 너무 잘 적응하며 논다.
돌아와서는 채원이 누나 보고잡다며 또 가자고 보챈단다.
5일 동안 학교가고 2일 동안 놀 때 가는거랑 똑같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반대로 하자고 한단다.
5일 동안 놀러가고 2일 동안 학교 가자고....아빠도 그게 좋지 않겠느냐면서...ㅎㅎ
짜~아식~~~누가 오지 어린이 아니랄까봐서.......
아이들 덕에 무쏘스포츠가 수난을 좀 당했다.
견적 좀 나왔으려나~~~
근데, 어쩔꺼나~~~금쪽같은 아들내미가 올라가서 뛰는 걸~~~~ㅎㅎ
애x미 마을 가는 길.
좋은 좌석 놔두고 굳이 화물칸으로 냉큼 올라타는 아이들.
날아라 날아 태원브이~~~를 큰 소리로 부르며 오프길을 갈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는 괴물같은 이쁘고도 이쁜 귀여운 녀석들.
애x미 마을 김경x 할아버님댁.
지난 번 왔을때는 송이가 한창이더니 이제 가을걷이가 끝나가시나 보다.
마당에 콩을 널어 두었는데 다들 도리깨질을 해보겠다고....
처음 해 보신다는 ridge님의 폼이 그럴싸하다.
부자간의 도전도....근데, 어째 폼이 영~~~엉성하네~~~
이도 저도 안되는 아이들은 손으로 콩을 까기 시작한다.
올해가 칠순이시라는 김경x 할아버님 내외분.
지난 번 왔을때는 할아버님께서 술을 드시고 주무시고 계셔서 얼굴을 못 뵈었는데 이번에는 뵐 수 있었다.
따사로운 양지녘에 자리잡은 집.
내내 건강하시라는 인사와 함께 떠나왔다.
뱀xx과 애x미 마을 갈림길.
이제 다음 마을을 향해 길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