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여행 - 청산도를 느리게 걷다 (2)
날 짜 : 2008년 5월 10~12일 / 2박 3일 섬여행 / with 선주언니, 희연씨
장 소 :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도 & 생일도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선주언니와 희연씨는 일어나지 못하더라~
따뜻한 곳에서 푹~ 잤더니 거뜬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헌재 시각 오전 5시 43분.
보이는 곳은 상산포이다.
이곳은 4가구 모두 민박을 하는데 우린 그 중 가장 좋은 집에서 묵었다.
칠순이 되셨다는 주인할머니 얘기로는 아직 손님을 열번도 받지 않으셨다고 한다.
할머니 자식들은 모두 외지에 나가있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전복 양식을 하시는데 남들은 3년이면 키워서 파는 전복을
종자를 잘 못 선택해 5년째 키우고 계신다는 푸념을 하셨다.
혹시 나중에 전복을 구매할까 싶어 명함을 달라고 했더니 명함은 없다시면서도 금새 종이에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오셨다.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을 해먹고, 7시가 약간 넘어 슬아네가 먼저 출발했다.
바로 서울로 돌아간다고 하였다.
차를 운전하고 서울까지 가려면 정말 먼 길이 될 듯 싶었다.
상산포는 매우 조용한 곳이었는데 일출을 보기에 아주 적합했다.
바로 옆에 신흥리 해수욕장이 있는데 모래가 아주 고운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흥리에는 민박이 없다고 했다.
아마도 여름 한철에만 가정집들을 개방하여 민박을 하지않나 싶었다.
오전 8시도 안되어 상산포를 빠져나온다.
청산도에는 전복양식장이 정말 많았다.
가끔 미역과 다시마 양식장도 보이는데 그건 전복의 먹이로 쓰기 위해 하는 것이라 했다.
겉에서 보는 청산도는 꽤 부자섬처럼 보였는데 나중에 지리마을에서 만난 어르신께 여쭈니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했다.
전복양식은 초기비용이 매우 많이 들어서 3년~5년이 지나 수익을 내는거라 망하는사람, 빚쟁이들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자꾸 섬을 떠나게 된다고 어두운 얼굴로 말씀하셨다.
상산포에서 진산리 가는 길에 뒤돌아본 길.
오른쪽 뒤로 신흥해수욕장의 모래가 살짝 보인다.
신흥해수욕장 윗마을인 동촌리에 가보고 싶었으나, 이미 어젯밤 지나온 길이고, 오전을 여유롭게 보내기 위해 과감히 포기했다.
남겨놓아야 나중을 기약할 수 있지 않겠는가~
상산포에서 진산리로 가는 길목에 만난 풍경.
부모님 가시던 날
천수를 다하여 선산에 눕던날
이름모를 산새 한마리 울어대니
흰새가 되어 극락전 드시는가
바람으로 왔다 구름으로 떠나듯
가면 다시 못오는길 가셨으니
이승의 한일랑 잊고 영면하소서 - 두아들, 며느리, 다섯딸.사위 -
국화리 풍경.
어디가 바다인지 어디가 하늘인지...
국화리에서 바라다 본 바다.
국화리에서 지리로 가는 길.
큰 길을 따라가면 저 뒤로 멀리 보이는 길을 따라갔겠지만 우린 이 길을 따라걷다 오른쪽 샛길로 빠졌다.
샛길 너머로 마을은 없고, 온통 전복을 키우는 곳인데 그 곳에서 만난 부부어르신들 덕에 아주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컨테이너 집에 부부가 계셔서 인사를 하고 이 얘기 저 얘기 끝에 우리가 청산도를 걸어서 여행하고 있다는 말에
남편되시는 분께서 일어나시더니 평생 못 볼 구경을 시켜주시겠다고...
아마도 차를 가지고 들어와 후다닥 둘러보고 휙~빠져나가는 다른 관광객들에게는 느껴지지 않는 무엇이 우리에게 있었으리라.
투명하게 물만 받아놓은것으로 보이지만 저 안에는 전복의 알들이 수십만마리 어쩌면 수백만마리? 가 들어있다.
전등을 비춰주시면서 보라고 하시는데 정말 먼지같은 작은 것들이 물속을 유영하고 있었다.
나중에 그것들을 떠서 현미경으로 보여주시는데 1mm도 되지 않는 작은 전복알들이
달팽이 같은 갑옷을 입고 그 안에서 꼬물거리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니 갑옷 밖으로 나와 촉수를 움직이며 기어다니는데 눈으로 보면 먼지보다도 작은 것에서
그런 완벽한 형체가 나오다니 정말 신기했다.
알들이 조금 지나면 옮겨지는 곳.
이곳은 몇 개월 더 키운 전복들을 옮겨 키우는 곳.
내륙에서만 자란 나는 저런 광경이 생소하고 처음 보는 것이라 무척 흥미로웠다.
요렇게 꼬물 꼬물 기어나오다가 아주머니의 손에 걸려서,
내 입속으로 쏘옥~~~ ㅋㅋㅋ / 꼬들 꼬들한게 그냥 먹어도 너무나 맛났다.
알을 얻는데 필요한 자연산 전복을 보여주시는데 어찌나 크던지......침이 꼴까닥~~~~~
이분들은 알을 키워서 전복양식장에 판다고 하셨다.
물론, 전복양식을 직접 하시기도 한다고....
팔복수산 / 김상배님 /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도 내
전화번호 : 011-9435-8602, 010-6277-8607
여행이란 꼭 좋은 경치만 보러 떠나는 것은 아니다.
이렇듯 사람을 만나고, 그 안에서 따뜻한 기억을 쌓고, 인연을 만들고...
여행지에서 돌아오면 그 어떤 멋진 풍광보다도 그 안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대개 치어를 키우거나, 저렇듯 종자를 키우는 곳 등에는 여러가지 위험성을 고려하여 외부 사람 특히 우리같은 외지 사람을
잘 안들인다고 알고 있는데 기꺼이 우리에게 여러가지 구경을 시켜주시고 선뜻 전복을 먹어보라 내어주신 분들께 매우 감사한다.
덕분에 청산도에서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기억 하나가 늘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인사를 하고, 전복양식장을 빠져나와 다시 바닷가 길을 걸어 지리로 향한다.
지리 마을의 돌담들.
지리해수욕장 풍경.
신흥해수욕장보다는 돌이 많이 섞여 있었으나 모래만큼은 정말 곱고도 곱다.
때이른 바닷가에는 우리 외에 가족으로 보이는 여행객들 몇 말고는 인적이 없었다.
지리해수욕장 앞으로 보이는 장도.
어른들이 웃으면서 섬이 길죽하게 뻗은것은 무조건 장도...라고 일러주신다.
샛길을 찾아 걷는 즐거움.
이쪽에도 근거리 바다에는 전복양식장이 대부분이다.
바람을 막아놓은 곳은 고추밭인데,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조금이라도 막아볼 요량이었던가 보다.
계단식 논들이 많다.
모두 농사를 짓는것은 아니었다.
밭에 무엇을 그냥 흩뿌리고 계시기에 여쭈었더니 콩을 심는거라고 말씀하셨다.
어쩐지...지나오는 길에 콩밭을 보았는데 하도 삐뚤 빼뚤 줄이 요상하기에 이상타~~했더니, 저렇게 그냥 뿌려서 심으니
그리 되었던가보다.
청산초등학교.
청산항.
완도로 가는 배삯이 3명에 17,100으로 들어올때보다 1,650원이나 저렴하길래 비씨카드로 할인이 되나보다 하고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여기는 여객선대합실 이용료가 없어서 더 저렴한거란다.
쩌비~~~1,650원 아꼈다고 무척이나 좋아했건만....좋다 말았네~~~~ㅎㅎㅎ
오후 1시 배를 타고 청산항을 빠져나온다.
금일도에서 생일도로 넘어와 있는 오지식구들이 빨리 오라고 재촉하고 있다.
아~ 아름다운 섬이었다.
24시간도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섬이지만 느릿 느릿 섬돌이를 하며 좋은 구경과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한동안 청산도의 푸른 바다가 보고싶어 가슴이 울렁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