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산에 들다

가을에 걷는 지리산 - 가을 지리산에 서서...(1)

dreamykima 2008. 10. 1. 08:34

날 짜 : 2008년 9월 27~28일 / with 내 좋은 사람들.

코 스 : 성삼재 - 연하천(중식) - 벽소령 - 세석(1박) - 장터목 - 천왕봉 - 장터목 - 하동바위 - 백무동 : 총 거리 35.7km

          1일째 : 성삼재 -> 세석대피소 : 누적 거리 23.1km (세석 1박)

          2일째 : 세석대피소 -> 장터목 -> 천왕봉 -> 장터목 -> 백무동 : 누적거리 12.6km 

교 통 : 용산역(22:50) -> 구례구역(03:23) / 22,600원

          구례구역 (03:30) -> 구례버스터미널(03:40) / 1,000원

          구례버스터미널(04:00) -> 성삼재휴게소(04:30) / 3,200원

          백무동(18:30) -> 대전동부시외버스터미널(20:30) / 10,600원

          대전동부시외버스터미널 -> 대전역 : 택시 3,000원

          대전역(20:53) -> 서울역(21:45) : /32,100원(KTX 특실요금-예외적 상황)

 

대중교통 정보 : 백무동에서 서울로 돌아올 때

 

백무동 -> 동서울 : 07:20, 08:50, 11:30, 13:30, 14:50, 16:00, 18:00 / 19,800원 / 3시간 20분 소요

함양    -> 동서울 : 06:30, 08:20, 08:50, 13:50, 14:50, 15:50, 17:00, 19:00  

(백무동을 떠난 버스는 함양을 거쳐 동서울로 온다. 예를 들어 백무동에서 07:20분 버스는 함양에서 08:20분 버스와 같은 버스)

백무동 -> 대전동부터미널 : 18:30 / 10,600원 / 2시간 10분 소요

함양   -> 대전동부터미널 : 오후버스 14:10, 15:20, 17:00, 19:00 / 7,300원 / 1시간 10분 소요 

대전동부터미널옆 길 건너에 고속버스터미널이 있고, 서울로 오는 버스 무지 많다.^^

기차를 타려면 터미널에서 대전역으로 가는 시내버스나(약 15분 소요/1000원) 택시 이용(약 10분 소요) 

 

지난 여름, 지리산 능선을 홀로 걷고 온 후 딱히 집어낼 수는 없지만 무언가 내 삶에 변화가 있다.

그 동안, 미덥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달까~

무엇이든 시작도 하기전에 겁을 내고 많이 두려워하는 내 안의 다른 내가 조금은 힘을 얻은 느낌이었다. 

물론, 아직도 그러하긴 하다.

 

지난 여름엔 내 안의 우울함과 쉬이 떨쳐버리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털어내고 비워내기 위하여 걸었었지만,

이번 가을은 내 좋은 사람들과 더불어 지리산을 즐기기 위하여 걸었다.

 

여름 지리산이 나를 반겨주었던것처럼, 가을 지리산도 우리를 반겨주었다.

여름처럼 눈부신 푸른 하늘을 보여주진 않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일출도 보았고, 세석에서 쏟아질듯한 밤하늘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지리산 산신령님께서 나를 어여삐 여기셨나보다~ 생각한다. ^^

 

용산에서 기차를 타기전에 맥주까지 한 잔 마셔두었지만 여전히 쉬이 잠들지는 못했다.

그나마 1시간정도는 잠깐 졸았던 것 같은데 그마저도 예기치않은 휴대폰 진동에 놀라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옆사람은 익숙치 않은 밤기차에 한숨도 잠을 자지 못한 것 같다.

후배는 바로 옆칸에 있었는데 그나마 직장에서 바로 기차역으로 와야했던 분주함덕인지 푹 잘 수 있었다고 했다.

 

새벽 3시 30분이 안된 시각,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기차역 앞에 서 있던 버스에 탑승했다.

새벽에 구례에서 성삼재로 오르는 버스는 04:00, 06:00 버스가 있는데 첫 차만 구례구역에서 터미널을 거쳐 성삼재로 이동을 하고,

06:00 버스는 기차역까지 오지 않으므로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버스는 사람들을 태우자마자 바로 터미널로 출발한다.

터미널까지는 10분이 채 안걸린다.

3시 40분경 터미널에 도착한 버스는 정확히 04:00에 성삼재로 출발한다.

물론, 중간에 화엄사주차장을 거쳐간다. 터미널에서 화엄사주차장까지는 10분정도 소요되고 성삼재까지는 30~40여분 걸린다.

 

이른 새벽 성삼재에 내리니 사위는 고요한데, 새벽 바람이 무척 차다.

하늘엔 별들이 쏟아질 듯 가득하고, 주변이 어두워서인지 초승달조차 그렇게 밝을 수가 없다.

저 아래 지리산 발밑에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작은 불빛들을 반짝이며 웅크리고 있다.

 

주섬 주섬 겨울파카를 꺼내어 중무장을 하고 성삼재를 출발한다.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오르는 길은 평탄한 길이어서 굳이 램프를 각자 꺼내지도 않고 한 개에만 의지해서 간다.

아직 9월인데, 새벽 지리산의 바람은 얼얼하다.

유별나게 추위를 타는 나는 거위털 파카에 방풍재킷을 껴입고 걷는다.

물론, 걸으면서 하나씩 벗어내야했지만...^^

 

카메라 두 대를 가지고 사진을 찍었는데 어떤 곳에서는 이 카메라로만 다른 곳에서는 저 카메라로만 사진을 찍었다.

아직 캐논똑딱이에 있는 사진은 컴으로 옮겨오질 못해서 사진이 빈게 많다.

아래 사진은 모두 내 후지 똑딱이로 찍은 사진들이다.

 

 

2008년 9월 27일 오전 5시 25분.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하여 누룽지와 라면 그리고 터미널에서 산 김밥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생각했던것보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처음엔 구례구역에서 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택시로 성삼재에 오를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아침을 먹고 소화도 제대로 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구불 구불 그 오름길을 흔들림이 상대적으로 많은 총알택시를 

타고 오를 생각을 하니 밥을 먹기도 전에 체하는 것 같아 노고단대피소에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올라도 휙~휙~ 굽은 도로에 멀미가 날 지경인데, 혹여 예민한 사람은 새벽에 그 총알택시를 피하라고 권하고 싶다.

실은 오래 전, 내가 고생을 한 경험이 있어서이다.

택시비는 1인당 일만원씩을 받는다.

 

 

 

 

2008년, 9월 27일 오전 6시 24분. 노고단 고개.

 

아침을 먹고 6시 13분경 노고단을 출발하여 노고단 고개에 서니 이런 광경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천왕봉에서 본 일출에 비할수는 없겠지만, 우리에겐 너무나도 멋지기만 했던 노고단 고개에서의 일출.

타이밍이 얼마나 절묘했던지...우리가 지리산에서 일출을 보는 복을 가졌던 모양이었다.

 

 

 

 

 

앞으로는 좋은 일들만 생길 것 같은 기분좋은 예감~

지난 여름 이곳을 지날때에는 주룩 주룩 여름비를 맞으며 지나쳤었는데...

 

 

 

 

너덜지대를 지나 임걸령을 지나면서부터 능선이 트이기 시작한다.

하늘이 얼마나 이쁜 날이었는지...

 

저 아래 지리산이 품은 마을들이 보인다.

지리산을 품고사는 사람들의 마을들이 보인다.

 

 

 

아~ 아름다운 가을 지리산~!!

 

 

 

 

 

 

2008년 9월 27일 오전 7시 30분. 임걸령 샘.

가을 가뭄이 심각하여 지리산에 식수가 부족하다 해서 얼마나 걱정을 했었는지...

다행히 26일 오후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에 전화를 넣어보니 대피소들과 임걸령, 선비샘 모두 식수에 이상이 없다고 했다. 

 

 

 

2008년 9월 27일 오전 8시 26분. 삼도봉

아무래도 혼자 걷는 길보다는 시간이 많이 느려지고 있다.

그러나, 함께 가는 길에는 또 그만큼의 즐거움이 따른다.

 

 

 

 

 

2008년 9월 27일 오전 09:00, 화개재.

화개재에서 북쪽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

 

 

2008년 9월 27일 오전 11시 17분.

연하천에서 밥을 지어 점심을 먹었다.

오는 도중에 김밥과 맥주 등으로 충분한 간식을 해서인지 밥이 많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방금 한 밥은 밥만으로도 맛나다.

 

 

오전 내내 거의 쉼없이 걸어왔으므로 연하천에서 점심시간 포함하여 1시간 20분여를 쉬고 난 다음 갈 길을 재촉한다.

 

연하천대피소를 벗어나는 이쁜 길. 앞서가는 후배의 뒷모습이 더 이쁘다.

 

지리산 정상부의 능선은 단풍이 있었지만, 가을 가뭄에 단풍이 들기도전에 단풍잎들이 말라비틀어져 떨어지고 있었다.

올해 산 정상의 단풍은 별로 이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산 아래쪽은 요 근래 비가 좀 왔고,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으므로 조금 나으려나~

 

 

풍화작용으로 점점 더 짧아지고 있는 누운 고사목. 7년 전에는 이보다 훨씬 두껍고 키도 컸었는데...

시간을 이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2008년 9월 27일 오후 1시 30분. 형제봉

우리가 가야 할 능선들과, 안부에 벽소령대피소가 보인다.

저 멀리로는 제석봉과, 촛대봉, 영신봉 등도 보이고...

 

지난 번에는 걸어야할 능선이 저만큼 있다는 것에 행복해했는데 오늘은 꼭 그럴수만은 없다.

함께 한 길동무가 무척이나 힘들어하고 있으므로...

익숙하지 않은 밤기차에 잠도 한숨 못잤고, 평소에 산을 즐기는 사람이 아닌지라...

왼쪽 다리에 근육통이 왔는지 많이 힘들어하는데 내가 어찌해줄수가 없는 일이라 안타깝기만 하다.

그저 인내와 정신력으로 버티기를 응원하는수밖에... 

 

 

 

형제봉에서 남쪽으로 바라보이는 산 능선들.

  

 

 

 

2008년 9월 27일 오후 2시 29분. 벽소령대피소

후배는 먼저와서 30여분 이상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피소에서 따뜻한 캔커피도 사서 마시고, 캬라멜도 먹고 20여분을 쉬었다.

 

대피소를 예약한 사람은 6시전에는 도착해야 한다.

아무래도 세석에 6시 전에 들어가지 못할 것 같아 대피소 예약을 했던 후배를 앞세워 보냈다.

 

 

 

 

 

 

 

 

 

 

저 멀리 남해바다가 보인다.

사진으로 찍으니 아무래도 화소수탓인지 먼거리의 사물들은 흐릿하다.

  

 

2008년 9월 27일 오후 4시 55분.

지난 여름엔 이미 세석에 도착했던 시간이었다.

 

후배를 앞서 보내고 느릿 느릿 걷는 길이다.

뒤로 제일 높은 봉우리가 세석대피소 위에 있는 촛대봉이다.

앞으로 걸어야 할 칠선봉과 영신봉도 보인다.

하루왼종일 걸어와 피로가 누적된데다 주능선 길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 될 칠선봉과 영신봉 구간을 가야하는데

옆 사람이 많이 지쳐있어 걱정이 되었다.

 

어차피 대피소 자리는 경험많은 후배녀석이 알아서 잘 처리해 둘것으로 믿고, 쉬엄 쉬엄 가기로 했다.

이런 정도라면 아무래도 7시나 되어야 세석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저 멀리 남해바다가 조금 더 잘 보인다.

나는 길동무 덕에 세세히 경치 구경을 하며 걷는다.

옆에선 힘들어서 죽을 지경인데 나는 거북이 소풍나온 듯 느릿 느릿 편하기만 하다. ㅎㅎ

 

 

 

 

 

 

 

 

2008년 9월 27일 오후 6시 22분. 칠선봉 넘어 영신봉 근처에서 만난 일몰 풍경.

 

영신봉 급경사 계단을 저 사람이 오를 수 있을까~할 정도로 힘들어했지만 끝까지 인내와 정신력으로 잘 버텨주었다.

다행히 램프가 필요없는 시간에 세석대피소에 도착하였다.

 

세석에 도착하니 후배는 잠자리 배치를 받고, 모포를 두개씩 빌려 미리 깔아두고,

대피소 아래에 있는 중앙 식탁에 자리 차지하고 앉아 이제나 저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뻐하지 않을 수 없는 녀석~

 

배고픔에 저녁부터 챙긴다.

미리 도착한 녀석이 쌀을 물에 불려두어서 코펠밥이 아주 맛나게 되었다.

찌개가 좀 엉성했지만, 밥이 맛나서 챙겨간 반찬들과 양껏 먹은 것 같다.

과일통조림도 따고, 커피도 마시고...

 

후배는 5시 15분에 도착했다고 한다.

둘 다 피곤했음인지 밥을 먹자 마자 들어가서 자겠다고 한다.

 

난 세수도 하고, 내일 아침 쌀도 씻고, 물도 뜰겸 식수장으로 내려갔다.

세석의 원래 식수장엔 물이 나오지 않고 그보다 몇십미터 더 내려간곳에 식수장을 마련해 두었는데 그 곳엔 물이 풍부했다.

 

밤하늘엔 은하수가 가득 차 흐르고 있었고, 수 많은 별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섭지만 않았다면 추위도 잊은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싶었지만, 대피소에서 한참이나 내려간 식수장에 램프빛에 의지한채 

홀로 있으려니 무서운 생각이 들어 서둘러 돌아와 잠을 청했다.

 

꽤 추웠는데 비박하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았다.

 

대피소는 저녁 9시에 소등을 하는데 모두들 피곤했음인지 별다른 잡음없이 새벽 2시까지는 아주 달게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