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여행 - 홍천강 완주 기념도보
날 짜 : 2009년 3월 7일 / with 홍천강 완주자 7명 외 12명.
서로를 믿고 살아간다는게 얼마나 복된 일인지...
2월 15일 홍천강 따라 300리 코스를 완주하고, 21일 완주기념도보를 가기위한 답사를 다녀왔었다.
답사 후, 23일 참여하실님들에게 공지를 하고, 왕복 기차표를 확보했다.
그러고는 나름대로 무척이나 바빴다.
3월 5일쯤 일정을 상기시켜드려야지~하고는 바쁘다는 핑계로 생각만으로 시간을 보냈다.
7일 아침 오전 8시 35분경 청량리역에 길잡이로써 나름으로 일찍 도착한다고 했는데 이미 도착해계신 님들~
한 분은 아침에 가족들이 어디가느냐는 물음에 '나도 몰라~'라고 대답하고 나오셨다 했다.
누군가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거 그리고, 그 믿음을 온전하게 받아 줄 수 있다는거
서로에게 참으로 복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산불방지기간이 대개 3월 15일부터 시작되는지라 올해도 그러는 줄 알고 덜컥 코스를 잡았다가
나중에서야 올해는 가뭄으로 인해 일찍 시작된 것을 알고는 코스를 바꾸기 위해 나름으로 노력했으나,
처음 계획했던 코스만한게 나오지 않았다.
산림청에 전화를 넣고, 며칠 전 비가 내린 것을 고려하고, 다른 여타의 상황들을 종합한 후에 그냥 강행하기로 했다.
대신, 불을 피우게 되는 점심시간에는 임도를 피하기로 마음먹고...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기차역.
모두들 소풍가는 사람들마냥 즐거워한다.
기차에서 오디주에 맥주에 한 잔씩 하다보니 시간은 금새 간다.
물빛이 맑다.
얼음이 풀리고 있으니까~
신이 나신 와이비님~
출렁다리에 맥을 못추시는 융푸라우님~
초딩들 소풍나온듯....ㅋㅋㅋ
저 굴다리를 넘어가면 다른 세상이 나올듯하다.
다행히, 지난 한 주 동안 이틀이나 비가 내려 임도가 메마르지 않았다.
구*달님께서 그러셨던가~
날씨는 깃발의 인격이라고...
날씨 차~암 좋다. ㅎㅎ
산모롱이 너머에서 서늘하기도 하고 따스하기도 한 바람이 분다.
산자락을 휘감으며 돌아온 바람이 나를 안고 돈다.
바람 끝에 봄 내음이 묻어 있다.
나를 스쳐간 바람이 저 뒤의 산모롱이조차 휘감고 돌면 어디선가 봄꽃이 툭~툭~벙그러질 것만 같다.
오는 주말엔 이른 봄빛을 찾아가봐야지~
아직은 흙들이 부풀어오르지 않았다.
메마른채로 내 발밑에 웅크려
어디선가 두리번거리며 쌈박질하며 해찰하며 오는 봄을 기다리는 것 같다.
기다리지 않아도 봄은 온다 하지 않던가~
임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점심에 불을 피우기 위해 임도를 내려선다.
이 길 끝에 있는 작은 간이역에서 푸짐한 점심을 먹었다.
오늘도 나홀로 다방이 성업중~
와이비님이 분점을 내시려는지 열심히 해보시지만 영~ ㅋㅋ
하루에 한손에 꼽을만큼만 기차가 서는 작은 간이역.
저 기차는 반대편에서 오는 기차가 지나가도록 한 켠에 비켜서 있는 것이다.
봄이 오면 이 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퉁이 돌때마다 환한 봄 빛.
연두빛 신록이 올라오면 조용히 들어봐야겠다.
길가에 누운 죽은 나뭇가지들과 마른 삭정이들조차 나를 겨울로 데려가진 못했다.
온 들에, 온 산에 봄 내음이 가득하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말라 보이지만, 파릇 파릇한 새싹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해거름녘 빈 들판 그러나 결코 쓸쓸하지 않은...
지난 번, 답사 왔을 때 저 굴다리를 넘어가면 파발로가 있다는 소릴 들었다.
확인차 가보았는데 지도에는 나오지 않지만 내가 지도를 보고 있음직한 길이다~라고
짐잠했던게 맞다는 것을 확인하고 왔다.
추운 지방에 있는 전형적인 ㅁ자형 주택.
우리가 거쳐온 작은 간이역들은 여객열차보다 화물열차가 더 빈번하게 다니는 곳이다.
길고 낮게 누운 길들의 정겨움.
20여분 후의 기차를 기다리며
기차역 앞에서 소세지와 베이컨도 굽고, 커피도 끓이고...
우리가 타고 갈 기차가 들어오고 있다.
최선을 다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걱정하지 않으면 행복해진다고...
이제서야 홍천강 300리길이 끝난 듯 하다.
시원 섭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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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했던 님들께 단체사진을 보내며 이렇게 썼다.
함께 했던 그 시간들~ 잊지 않겠습니다.
어느 겨울에 멋진 사람들과 아주 이쁜 길 위에서 즐겁고 행복했었다고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