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425~26] 봄의 여행 - 10년 전 추억과 더불어 현재를 놀다.
날 짜 : 2009년 4월 25 ~26일 / with 달님가족과 윤정이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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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시간 반을 설렁 설렁 걸으니 마을에 도착하였다.
간간이 비도 내리고 있고, 우리가 올까~저어하시던 할머니께서
우리가 도착하니 진짜로 왔느냐며 얼마나 반가워하시던지...
애기~ 애기~ 부르시며 10년 만에 또 오니 정말 친척이라도 된듯하다고
살갑게 대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하던지...
그리고, 얼마나 찡하던지~
10년 전에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우리가 와서 이러 이러했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얼마나 그 기억이 또렷하신지...
저녁무렵에 온 청원이를 보고 그 사진속의 꼬맹이라고 했더니 무척 반가워하셨다.
이 마을엔 세 가구가 거주하시는데 맨 윗집과 중간집에는 노부부가 사시고
맨 아랫집엔 할머니만 살고 계신다.
할아버님들은 두 분 다 팔순이시고,
중간집 할머님과 아랫집 할머니께서는 76세이시며,
우리가 묵었던 제일 윗집의 할머니께서는 75세이시다.
중간집의 노부부께선 아들 하나를 끼고 사시는데 윗집 할머니께선 그게 무척 부러우신가보다.
10년 전과 별로 달라진게 없는 집.
왼쪽이 사랑방이고 가운데가 안방, 오른쪽으로 부엌을 입식으로 고친 주방겸 식당방이 있고
그 옆으로 예전에 우리가 와서 묵었던 작은 방이 하나 더 있다.
할아버지께서 애지중지 키우시는 소 한마리.
처음엔 보이지 않아 몰랐는데 정말로 예쁜 송아지도 한 마리 있다.
마을 윗쪽에 절이 하나 생겼고, 마을 앞에 그 절집의 여파로 가건물이 생겼다.
7년 전에, 그 가건물이 생겼고 윗쪽에 요사채와 약사전이 생긴지 3년째라 했다.
그 절집 앞에 있던 돌배나무.
할머니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산책을 나가
머리를 자르지 않은 기이한 여 스님에게 차를 얻어마시며 1시간 가량 얘기를 나누다 왔다.
소에게 먹일 소죽을 끓이시는 할아버지.
이제는 연세가 드셔서 귀가 잘 안들리시는 모양이었다.
저렇게 아침 저녁 정성을 들여 키우시는데,
소값은 점점 떨어지고...
도무지 우리네 위정자들은 이분들의 마음을 아는지...
비가 오는 중에도 밖에서는 처마밑에서 숯을 피워 갈비를 굽고 있고,
화투놀이를 좋아하신다는 할머니의 말씀에
울 이쁜 청원이와 채원이가 할머니의 벗이 되어주고 있다.
이름하야~ 꼴찌 저녁 굶기~
가운데 귀엽고도 귀여운 채원이 녀석이 할머니와 지 언니를 누르고
내리 여섯번을 이겼다.
아무래도 조만간 어마어마한 타짜가 한 명 이름을 빛낼 모양이다. ㅎㅎ
오후 6시면 저녁을 드시고 잠자리에 드신다는 분들이었지만 오랜만에 우리랑 놀아주시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모르다가 11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할아버님은 사랑방에서...
달님가족은 안방에서...
윤정이와 나는 할머니와 함께 주방을 겸한 식당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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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가 되니 할머님께서 아침을 지으신다며 일어나신다.
조금 피곤했지만, 나도 따라 일어났다.
밖에선 벌써 할아버지께서 소죽을 끓이셨다.
가마솥 안의 대야에는 할아버지 세숫물이 데워지고 있는 중이다.
저 가운데 있는 녀석은 내가 처음 올때만 해도 무섭게 짖어대더니만
절집에 다녀올때는 본체만체다.
이미 내 집에 온 손님이란걸 알아챘던가보다.
무척 영리하다고 할머니께서 칭찬을 하셨다.
식당방 문을 열고 내다본 바깥 풍경.
<달님 사진을 얻어왔다>
할머니께서 겨울에 잠시 어딘가를 다녀오신 사이 보일러가 터졌다고 했다.
아직도 고치지 못하고 계신데 전기요와 이 화로가 보일러 대신 방을 뎁혀주고 있었다.
어릴적 할머님댁에서 화로를 보긴 했었는데 요 근래에는 거의 보지 못했었다.
생각보다 불이 세다.
주전자에 세숫물로 쓸 물도 뎁히고 커피물을 끓이기도 한다.
<달님 사진을 얻어왔다.>
지난 밤엔 갈비까지 구워 푸짐하게 먹었고, 아침엔 간단한 국과 밥, 반찬 몇 가지.
위의 커다란 밥그릇은 할아버님 드실 그릇인데 무척이나 크고 무거웠다.
할머니의 된장찌개를 얻어먹지 못하고 와서 너무 아쉽다.
그 연세에 두릅 농사를 2000여평 지으신다는데 얼마전까지 두릅을 따신 모양이다.
다리가 아프셔서 잘 움직이질 못하셨다.
오전 7:24
아침을 먹고 떠나오는 길.
내내 손을 흔드시며 자리를 쉬이 뜨지 못하시는 할머니.
이렇듯 왔다가 가버리면 저 분들 마음이 얼마나 허전하실까~
그 마음이 느껴져 떠나오는 길 내내 죄송하였다.
할머니, 할아버지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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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여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청자가 없었다.
행여 달님께서 내 신청에 부담을 느끼실까 싶어 취소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렸지만
마음속으론 아니되면 싶었다.
이런 내 마음을 아셨는지 신청자 없어도 그대로 진행한다고 하셔서 얼마나 좋았던지...
설마~ 하시면서도 이제나 저제나~우리를 기둘리셨을 어른들과
그 어른들을 생각하셨을 달님의 배려가 아름답다.
오래 오래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