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905]사라져가는 옛 길을 찾아가다.
날 짜 : 2009년 9월 5일 토요일 / 약 22km
지난 봄에 다녀온 길이었다.
다시 찾은 것은 그 때 미처 찾지 못한 길이 있어서였다.
샛길 하나와 마지막 고갯길 하나.
풀숲이 너무 우거져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고, 시간상의 제약으로 결국은 못 찾고 왔지만,
어르신들께 그 길의 존재를 분명히 확인하고 온 것은 큰 수확이다.
다만, 내가 나중에 찾아갈때까지 그 길이 희미하게나마 남아있기를 빈다.
눈이 쌓이지 않은 겨울이나 잡풀이 우거지지 않은 계절에 다시 찾아야 할 듯 싶다.
첫 번째 고개를 넘기 전에 지난 봄에 뵈었던 동네 어르신을 다시 뵈어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였는데
떠날 때 하시는 말씀이...다음에 와서 잠잘 곳이 마땅치 않으면 당신 집에서 자고 가도 좋다......고 하셨다.
농장처럼 사용하시는 곳이라 낮에는 그 곳에 와 계시지만 밤에는 본 집으로 돌아가니 비는 곳이라고...
난 왜 그리 복이 많은 사람인지...
조용한 곳이 그리워지면 내 좋은 사람들 몇과 더불어 가보리라~
가을의 초입에서 어제 걸은 길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
특히, 평소에 볼 수 없는 산골의 밭작물들을 만났던 것은 또 다른 재미였다.
가을이 느껴지는 길.
으름.
머루, 다래와 더불어 산에서 나는 먹을 수 있는 열매.
그 생김이 바나나와 비슷한데 속살은 하얗고 검은씨가 많다.
익으면 저절로 가운데가 벌어지고 맛은 달다.
현재 내 방에서 익어가고 있는 중~ ^^
좀 더 자라도록 놔두어야 하는데 언제 다시 만날지 몰라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따오고 말았다.
지난 봄과는 사뭇 다른 길이 되었다.
한 번 거쳐간 길이 아니었다면 이 곳에 길이 있으리란 생각을 하지 못했으리라~
사람의 발자국으로 다져지지 않는 길은 금새 사라지고 만다.
언제까지 이 길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
물봉선이 점령한 아름다운 그러나 매우 무서웠던 길 ㅠㅠ
풀 숲에서 뭐가 나올지 몰라 무척 긴장되었다.
다행히 여러님들 계셔서 걸을 수 있었지만 정말 두렵고 떨렸다.
겉으로는 태연자약(?) 했지만 속으로는 기절하기 일보 직전. ^^
다행히 위험구간을 무사히 통과해서 제법 길다운(?) 길이 나왔다.
시멘트 길이 이렇게 반가운때가 있었던가~
첫 번째 고개에 올라서서 시멘트 길을 만났다.
놀란 가슴 진정시키느라 맛난 과일 먹으며 휴식. ^^
수수밭.
조금 지나면 그야말로 '붉은 수수밭'이 될 것이다.
갑자기 그 광경을 보러 다시 오고 싶어지네~
사람의 발길이 없는 곳이라 풀들이 조금씩 영토확장중이다.
이런 길들이 모두 사라지면 너무 아쉬울터인데~
뭘 하고 있나~?
떨어진 알밤까는 중.
오늘은 수확이 많다.
으름도 따고 알밤도 줍고...
점심을 먹은 식당 마당에 있던 꽃.
꼭 색종이를 접어 만든 것 같았다.
매우 예쁘게 생겼는데 이름은 모르겠다.
식당은 음식이 매우 정갈하고 맛도 좋았다.
무엇보다 밥이 금새 한 뜨거운 밥이라 참 맛났다.
지난 봄에도 찍어왔던 멋진 소나무.
할머니 한 분이 조그마한 마루에 앉아 고추를 다듬고 계시기에 잠시 들어가보았다.
77세이신데 혼자 사신다 하셨다.
크지도 않은 마당에는 자식들에게 보낼 여러가지 것들을 널어두셨다.
얘기하면서 액정을 보지않고 사진을 찍었더니 구도는 엉망이네~ ^^
참깨밭
조?
어렸을 때 보고 정말 오랜만에 봤는데 무언지 확실히 잘 모르겠다.
저걸로 밥을 지어도 맛난데....
보름날 먹는거였던가~
아주 오래전에 먹어본 적이 있다.
코스모스 한들 한들 피어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 갑니다.
가을 볕 아래 곡식들이 익어가고 있다.
저 들판이 노랗게 될 때 다시 함 올까~
가고 싶은곳은 많고 오라는데도 많고 시간은 없고~ ㅎㅎ
아기자기 마을길도 지나고...
지붕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커다란 호박 두 덩이~
최신 유행 모자 패션이 아닐까~
일명....억새와 마타리 패션....ㅎㅎ
지난 온 길의 아득함.
낙엽송 길인데 11월쯤 오면 노랗게 물든 길이 무척이나 멋질 듯 하다.
나를 믿고 함께 해 준 님들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