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114] 홍천의 임도들, 그 아름다운 길.
날 짜 : 2009년 11월 14일 토요일
서로 다른 일정으로 몇 주를 함께하지 못했던 버디가 언니따라 걸으러 가고잡다고 했다.
주목관리소가 사라진 소백이 얼마나 쓸쓸할까~싶어 가보려 했는데 이쁜 녀석이 그러자니 급하게 계획을 변경해본다.
어디로 갈까~ 하니 홍천쪽으로 가잔다.
언젠가 홍천쪽에 가보지 않은 아주 멋진 길이 하나 있다고 했더니 그 생각이 났던가 보다.
처음 가는 길인지라 둘이서 가기엔 조금 무섭고(?^^) 걷기모임에 급하게 공지를 올렸더니 세 분이서 함께 하시겠다고 한다.
토요일 아침, 가까운 홍천인지라 다른때보단 여유로운 몸과 마음으로 집을 나서는데 띠리링~ 연속으로 울리는 문자음들.
늦잠으로 두 사람 불참.
그 중 한 사람은 버디~!!
에고~ 맥 빠져라~
인석아~ 니가 가자해놓고 안오믄 어쩌라고~!!
아침부터 맥이 풀렸지만, 오신다는 두 분 있으니 가야했다.
약속은 지켜야지~
처음 가는 길에 버디도 오지 않고 이래 저래 걱정이 많았으나, 물 흐르듯 이어지는 차 시간표에 너그러운 기사님까지...
혹여나~알바 각오하고 나섰던 길은 너무도 또렷하고 게다가 너무도 아름답기까지 했다.
날씨가 찼지만 오히려 걷기에 좋았다.
종착지 4km 정도를 남겨두고 깊숙한 산골에 주말농장을 갖고계신 마음 따뜻한 부부를 만나 국화차와 맛난 간식도 대접받고,
나오는 길엔 또 다른 노부부를 만나 언제든 오면 차 마시러 오라~는 따뜻한 약속도 받았다.
여행, 그것은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이리~
아름다운 길이었지만 이분들을 만나지 않았으면 여행의 풍요를 느끼지 못했으리라~
여행을 다니면서 먼발치로만 보던 길이었다.
언젠가는 꼭 찾아가보리라~마음먹었던 그런 길이었다.
길이 사라져가고 있다는게 느껴진다.
여름엔 결코 오지 못했을 길.
이 계절에 온게 너무도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걸었다. ^^
임도는 내내 이런 부드러운 길이었다.
마치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한...
전날 촉촉히 내린 비로 길은 차분했고 흙내음이 더 맑았다.
이런 길은 우리 모두를 유순하게 만들어 줄 것 같다.
욕심을 내려놓고 걷는 길.
참 이쁜 길.
언젠가 비박하러 오면 참 좋겠다고 입을 모아 얘기했던 곳.
살면서 이런 평화로운 시간이 얼마나 주어질까~
길 위에 선 두 사람이 이방인이 아닌 자연의 일부인 듯 너무도 자연스럽다.
산 길 돌아 돌아 걸어온 길이 저 멀리로 아득하다.
잘 생긴 소나무들이 많았던 길.
중년부부의 주말 농장.
김장을 하셨다고 했다.
언젠가 지나는 길에 한포기 내어먹으라며 단지 묻은곳을 알려주신다.
주인께서 내어주신 국화차.
점심 먹으며 따스한 물 위에서 작은국화꽃잎 점점히 퍼지는 국화차가 생각난다는 말을 했었는데
아마도 이렇게 대접을 받을려고 그랬던가 보다~
쌀쌀한 날씨에 따스한 차는 기꺼이 내어주시는 주인부부의 마음만큼 참 좋았다.
종착지에 도착한게 오후 5시 10분경.
5분이 채 되지 않아 버스가 왔고, 버스안의 따스한 열기가 너무도 감사했다.
서울로 돌아오니 7시 30분.
홍천은 워낙 자주 찾는곳이라 그런지 지도상의 거리로나 마음속의 거리로나 가까운 곳이다.
가까운 곳에 좋은 길을 하나 더 얻고와서 참 좋다.
산불방지기간 때문에 한동안 갈 수는 없겠지만
겨울 어느 날, 조곤 조곤 눈 내리는 날에 한 번 더 가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