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605]태백산 산행기 10 - 일출과 들꽃을 보러 떠난 길.
날 짜 : 2010년 6월 4~5일 무박산행 / with 버디, 날군, 나홀로님
코 스 : 유일사 주차장 - 주목군락지 일출 - 장군봉 - 천제단 - 문수봉 - 소문수봉 - 당골광장
교 통 : 청량리 -> 태백역 : 6/4 pm 10:50 / 무궁화 특실 17,600원 (새벽 2시 54분 태백역 착)
태백 -> 유일사 주차장 : 택시 15,000원
당골광장 -> 태백 : 시내버스 1,200원 (황지연못 구경)
태백역 -> 청량리역 : 6/5 am 12:12 / 무궁화 특실 17,600원 (오후 4시 18분 청량리착)
1. 태백산에 왜 가니?
누군가 그렇게 묻는다면...글쎄~ 그냥 좋아서....라고 할 밖에~
소백이 좋은것처럼 태백이 그리 좋을뿐이다.
여러 산에 다니지만, 태백산과 소백산에 들면 마음이 참 편안해진다.
나도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오래 전 처음, 소백산에 들고 태백산에 들었을때부터 그 곳이 참 좋았다.
장소에도 궁합이란게 있다면 소백산과 태백산은 나와 궁합이 아주 잘 맞는가보다~
버디의 생일은 양력으로 1월 첫 주다.
내 생일은 양력으로는 5월 마지막주이지만, 대개 음력으로 생일을 지내는데 음력을 양력으로 변환하는 날짜가 해마다 달라서
이르면 5월 셋째 주, 보통은 마지막 주고 늦으면 6월 첫 주가 된다.
올해는 음력이 늦어 6월 첫 주에 생일이 들어 있었다.
그러고보니, 버디도 나도 항상 생일 즈음에는 태백산에 가 있었구나~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매 년 1월 첫 주와 6월 첫 주엔 태백산에서 아침을 맞았으니까~
태백산에 들면 행복하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태백으로 간다.
무엇이 그리 급했던걸까~?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신문을 잠깐 들여다 볼 여유까지 있었는데 시간 맞추어 출발하면서 카메라를 두고 떠났다.
들꽃들을 만나면 데려오지 못하는 그 아쉬움을 어찌할까~ 생각하니 절로 한숨이 났다.
작년에도 깨끗한 일출을 보았었는데 올해는 더욱 깨끗한 일출을 만났다.
보고싶었던 노랑무늬붓꽃과 금강애기나리도 만나고
홀아비바람꽃, 두루미꽃, 벌깨덩굴, 앵초, 털쥐손이, 연영초, 개별꽃, 광대나물 등등 많은 들꽃들을 만났다.
카메라를 잊고 온게 너무 많이 아쉬웠다.
2. 달빛, 별빛 그리고 새벽산
새벽 3시,
태백역에 도착하자마자 택시를 잡아타고 유일사 주차장으로 이동해서 화장실에 잠깐 들렀던 것 말고는 곧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내 지인이 포함된 4명의 산객 그리고 직장동료들로 이루어진듯한 10명쯤 되는 산객들 말고는 산객이 없었다.
산객들이 없는걸 보니 올해 철쭉도 아직은 이른가보다~
철쭉이 많이 피어 있다면 이 시간에 이 곳이 산악회 버스들로 북적대고 있을터이니 말이다.
오늘은 그 흔한 산악회 버스가 유일사 주차장에 한대도 없다.
철쭉이 없으면 어떠랴~
난 이렇게 한적한 이 곳이 참 좋다.
언젠가는 버디랑 둘이서 이 길을 전세낸적도 있었는데...
음력으로 22일인데 하현달이 걸렸다.
제법 밝아서 달빛과 별빛만으로도 산행이 가능했다.
뒤따라오는 단체산객들의 램프 불빛이 너무 밝아서 램프를 끄고 산행을 해보시면 어떻겠느냐고
넌지시 청을 넣어보았지만 자신들은 초보라는 이유로 들어주지 않았다.
언제 또 이렇게 달빛과 별빛을 가만 가만 밟으며 산행을 할 수 있을까~
그런 기쁨을 기꺼이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안타깝고 아쉽기만 했다.
인공의 불빛이 없었다면 어슴프레 밝아오는 새벽 숲의 기운을 더 잘 느낄 수 있으련만...
유일사 주차장에서 쉼터까지 오르는 길은 너른 임도로 제법 잘 다져진 길이라 램프없이도 충분히 오를만하다.
달빛과 별빛이 초롱한 날이라면 램프없이 걸어도 충분한 그런 길이다.
혹여 언젠가 새벽 태백산에 들게 되신다면 꼭 인공의 불빛을 억제하고 자연의 불빛을 친구삼아 걸어보시라~
아마도 태백산이 당신을 더욱 반기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될터이니...
<아래 사진 3장은 나홀로님이 망경사 갈림길에서 찍어주신 사진.>
사랑이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라 했다.
많이 공감한다.
3. 주목군락지에서 새 아침의 해를 맞다.
태백산에 와서 새 아침의 해를 맞는 일이 한두번이 아닌데도 항상 마음이 설렌다.
겨울과 달리 여름으로 향하는 이 계절, 태백산의 일출 시각은 이른 5시경이다.
부지런히 걸었던 덕인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어차피 일출은 장군봉 못미처 있는 주목군락지에서 볼 것이므로...
이렇게 이른 시각인데, 사진 찍는 분이 먼저 오셔서 자리를 잡고 계셨다.
산에 다녀와 다음 검색을 하다가 어떤 님의 블로그에 들리게 되었는데 블로그 쥔장이 바로 그 분이셨다.
새벽 1시 30분에 올라오셨다고 한다.
새벽 5시.
동쪽 하늘에 구름이 약간 드리워져 있고, 붉은 여명이 그 주위를 애워싸고 있다.
새벽 5시 4분.
해는 드리워진 구름속에서가 아니라 그 아래 산 위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해가 언제 올라왔는지도 모르게 고운 새색시처럼 얼굴을 살짝 붉히며 올라온다.
해는 짧은 시간안에 떠오른다.
난 해가 떠오르는 그 장면도 좋지만 붉은 해가 동쪽으로 두둥실~떠오른 후에, 붉어진 산 능선들이 참말로 좋다.
<카메라는 나홀로님의 파나소닉 DMC FX-38, 찍사는 나,
나홀로님은 옆에서 일출보며 막걸리 마시고 계셨공~^^>
4. 귀한 들꽃들을 만나다.
이미 올라오면서 금강애기나리며 홀아비바람꽃등을 찾아낸터였다.
등로에는 아카시아처럼 생긴 하얀 귀룽나무꽃들이 만발하였다.
장군봉을 지나 천제단으로 향하면서 끊임없이 두리번 두리번...
노랑무늬붓꽃 군락지에 이르니 역시나....키낮은 꽃들이 한창이었다.
작년에도 같은 시기에 왔었지만 만나지 못했었는데 너무도 반갑고 귀했다.
아직 철쭉은 일렀다.
대부분이 아직 꽃봉우리 상태였고, 아직 나오지 않은 녀석들도 많았다.
그러나, 조금 이상한 녀석들도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반쯤 피다가 져버리는 녀석들도 보이고...
일조량 부족과 이상기후에 식물들도 적응하지 못하고 이상 징후를 나타내고 있는 듯 싶다.
또한, 요 며칠 갑자기 너무 더워지지 않았는가 말이다.
변화하는 기후는 우리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지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을뿐이다.
먹꺼리만 해도 우리가 즐겨먹는 먹꺼리들의 주산지가 바뀌고 있고 아예, 생산이 되지 않는 것들이 있는가하면
엉뚱한 곳에서 새로운 작물들이 재배되기도 한다.
자연은 때때로 우리 인간들의 오만함을 꾸짖고 있지만, 인간은 아직도 그 자연 앞에 맞서려고만 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손을 놓은채 그저 주저앉아 있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적어도 자연의 위력 앞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그걸 잊지 말고 살자는 것이다.
요근래 일어난 대지진이나, 화산폭발, 쓰나미 등의 공포를 우리는 금새 잊어버리고 살고 있지 않는가~
천제단을 지나고 문수봉을 지나 소문수봉까지 걸었다.
태백산에 그리 자주 왔었는데도 소문수봉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등로는 뚜렷했지만 사람이 많이 다니지는 않는지 많이 패이지 않은 등로였다.
문수봉 하산길처럼 원시림이 우거져 있는 길이었고, 들꽃들도 많았다.
<나홀로님 카메라로 내가 찍은 들꽃 몇 장>
by DMC FX-38
<노랑무늬붓꽃>
<금강애기나리>
<피나물>
<홀아비바람꽃>
5. 다시 내년을 기다리며...
하산길에 항상 그리하던 곳에서 탁족의 즐거움을 누렸다.
언제나처럼 5초 이상 발을 담그기가 힘든 곳.
당골광장으로 내려오니 9시 15분쯤 되었다.
새벽 3시 15분에 시작한 산행이었는데 설렁 설렁 태백산을 즐기며 걸었음에도 이른 아침 끝이 났다.
식당에 들러 산채비빔밥으로 늦은 아침겸 이른 점심을 먹었다.
이른 아침이지만 파전에 소주 몇 잔이 참 좋다.
일요일 설악산행을 위해 강릉으로 가는 기차를 타는 나홀로님을 배웅하고 우리는 낙동강의 발원지라는 황지연못에 들러본다.
설명에 의하면 하루에 5ton가량의 물이 솟아난다고 한다.
참 신기하다.
어데서부터 오는걸까?
영월, 평창, 정선, 태백....이 주변에는 석회암지대라 어딘가 우리가 모르는 수 많은 동굴들이 산재 해 있을 것이다.
그 동굴들 어드메서 나오는걸까?
암튼 태백에 그리 다녔으면서도 황지연못은 처음 가보았네~ 신기했다.
12시 12분 기차를 타고 못잔 잠을 모두 잔 것 같다.
늦지않은 오후 4시 18분 청량리역에 도착하였다.
이제 내년이 되기까지는 한동안 태백산에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항상 그리워하며 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