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030] 가을 소풍
날 짜 : 2010년 10월 30일 / with 걷기모임 회원님들 8 + 오지가족들 3
거 리 : 22km
사람으로 인한 상처는 사람에 의해 치유 할 일이다.
그래. 그게 맞는 것 같다.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맘 편하게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짧은 소풍이 나를 조금은 편안하게 만들었으니...
이 세상에서 우리가 고민하는 모든 것은 결국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일어난다.
각자, 저마다의 우주를 갖고 사는 사람들이 모여 살아내기란 얼마나 버거운 일일것인가~
그 안이 조용하다면 그보다 더 이상한 일도 없으리라.
어쩌면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자연과 교감하고 싶은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나쁜 마음만 먹지 않는다면 나에게 무한히 내어줄것만 같은 그 속에서 이 세상의 아웅다웅은 잠시 잊을 수 있기 때문에...
1. 나는 커다랗고 오래된 나무를 경외(敬畏)한다.
어느 해 봄, 월출산 산행을 하고 도갑사 주차장에 섰을 때 식당 한 켠에 서 있는 450년된 팽나무를 보고 무척 놀랐던 생각이 난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어쩐지 나는 그 나무가 많이 두려웠다.
우리가 자연에서 발견하는 것은 실제로 무엇이 존재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 할 수 있는 능력에서 결정되는 것이라 했다.
그 나무 자체가 두려운 것이 아닌, 그 나무가 내가 알지 못하는 그 오랜 세월을 견디며 살아왔음을 내가 이해했기 때문이 아닐런지...
이번 여행에서 나는 아래처럼 세 그루의 나무들을 만났다.
느티나무. 수령은 230년이던가~
수없이 많은 옹이를 가진 나무였다.
무에 그리 많은 상처를 담고 살았을까~ 그럼에도 저렇듯 무성하니 마음이 놓인다.
문득 둘레를 재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일행들을 재촉해보았다.
성인 6명이 두 팔을 벌려서야 손과 손을 마주 잡을 수 있었다.
두 번째 만나는 나무도 느티나무로 추정된다.
첫 번째 만난 나무보다 더 크지만 옹이는 많지 않고 대신 가지가 많은 나무다.
앞의 건물로 보아 마을의 성황나무인 듯 하다.
무언가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있는 나무다.
첫 번째 고개를 넘으면 두 번째 고개를 넘기 위해 아스팔트 위를 걷지않고 야산을 하나 넘어가는 길이 있다.
아스팔트를 걷는 일이 싫기는 해도 이 길이 아니면 이 나무를 보여줄수가 없어 1.5km 남짓의 아스팔트 위를 기꺼이 걸었다.
세 번째 만나는 나무는 소나무다.
이 곳도 작은 성황당이 있다.
여러 번 보았지만 볼때마다 참으로 자~알 생긴 나무라는 생각이 든다.
2. 가을, 그 길의 여운
세 번째 가는 길에 알바를 했다. 그것도 40여분씩이나...
나도 가끔 내가 하는 허당짓에 당황스러운데 이 날이 꼭 그랬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주 간단한 공식 하나를 잊은 것이다.
길을 잃으면 왔던 길을 되돌아 내가 아는 곳까지 간다.
혼자서 산에 다닐때가 많아 항상 되뇌이며 사는 말을 이렇게 쉽게 잊을 수 있다니...
길 위에서 길을 잃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첫 번째 고개를 넘기전의 길이 너무도 희미하고 사라져가고 있는 길이라 풀숲이 너무 우거져 있지 않을까 며칠을 고민했다.
그 길을 우회할수도 없는데 어찌하면 좋을지를...
자칫 무서운게 튀어나와 위험한 상황에 처해질 수 있으므로...
순전히 내 기우였다.
며칠동안의 내 고민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미 풀들은 옆으로 눕고 있었고, 그다지 우거지지도 않았다.
무척 다행이었다. ^^
첫 번째 고개를 넘어가는 길.
두 번째 고개를 넘어가는 길에는 벌써 낙엽이 수북했다.
이 길에서 길을 잃었는데, 내 당황스러움과 길을 빨리 찾지 못하는 내 조급함과는 상관없이 발 밑의 낙엽들은
바스락 바스락 아주 경쾌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두 번째 고개너머길.
단풍나무가 터널을 이루는 곳인데 며칠 전 한파에 이파리들이 얼어버린 듯 하였다.
그럼에도 고운 단풍이 곳곳에서 우릴 반겼다.
점심을 먹으러 들렀던 식당은 11월말까지만 하신다고 하신다.
아마도 안주인장께서 일이 힘에 부치시는가 보았다.
미리 예약을 하긴 했었지만 방금 해서 내어 준 김이 모락 모락 나는 밥이 나는 참 좋았다.
다시 오면 어디서 밥을 먹을까~했더니 식당문은 닫아도 그 곳 그 자리에 그대로 살고 계실터이니 전화를 주라신다.
밥을 해 주시겠다시면서...그 때는 가정식 백반이 될꺼라는 말과 함께...
다시 오게 될지 아니 오게 될지 모르지만 그 마음이 따뜻하여 고맙게 받아 왔다.
지난 가을 들렀던 할머님댁, 혹여 계시나 해서 들어가 보았는데 밭에라도 나가신건지 아니 계셔서 서운한 마음 안고 되돌아 나왔다.
작은 마을들을 지나 세 번째 고개를 향해 가는 길.
가을 햇살 속에 누렇게 익어가던 풍성함 뒤 빈 들판에 남은 노적가리들.
누가 손대지 않아도 메말라 툭툭 끊어지는 서글픈 삭정이 가지들.
햇살에 반짝이던 갈대와 은빛 억새들.
11월이 오고 있음이다.
쓸쓸하지 않으면 어디 그게 11월일란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세 번째 야트막한 고개를 넘어 만난 작은 마을.
네 번째 고개를 넘어가는 길.
되돌아보면 걸어 온 길이 아득하다.
야트막하게 구릉진 세 번째 고개도 보인다.
멀어진 길에 대한 서운함과 걸어 온 길에 대한 뿌듯함이 공존한다.
네 번째 고개를 넘어와 만난 풍경.
콩을 거두는 손들도 많았고, 저렇게 마늘을 내고 있는 손들도 많았다.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한량거리는 내 발걸음이 조심스러워 다른때처럼 반갑게 인사를 건네지 못했다.
다섯 번째 고개를 넘어가는 길.
하늘이 이쁜 날이었다.
혼자는 아니다 /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 나도 아니다 /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 김 남 조 / 설일 중...-
다섯 번째 고개를 넘어오니 우리가 건너가야 할 다리가 충주호 물에 잠겨있다.
요즘 충주호가 만수위라 그쪽으로 못 건너간다고 점심에 식당에서 만난 윗마을 이장님께서 말씀 해 주셨는데
우리를 놀리느라 그러시려니~했었다.
덕분에 다리만 넘어가면 금새 갈 길을 한참을 에둘러서 간다.
에두르는 길은 좋았지만 그 덕분에 단양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5분이나 잡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
햇살에 나부끼는 은빛 억새는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그림인 듯 하다.
첫 번째 고개를 넘기 전에 있는 동굴 하나.
항상 무서워서 못 들어가봤는데 이번에 사람이 많은걸 기회로...또한, 겁없이 성큼 성큼 들어가는 님들의 뒤를 따라 살짝 들어가 보았다.
몇 십미터로 길게 이어져 있는데 끝에는 불빛 몇 개 일렁이는 것으로 보아 기도처인 듯 싶었다.
사람이 많아도 무섬증은 가시지 않아 끝까지 들어 가 보지 못해 그마저도 자세히는 못봤다. 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