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305]태백산 산행기 11 : 홀로 나선 무박 산행
날 짜 : 2011년 3월 4~5일 무박산행
코 스 : 유일사 - 장군봉 - 천제단 - 망경사 - 당골
교 통 : 청량리역 23:00 -> 태백역 02:54 / 17,600원 특실
태백역 -> 유일사 입구 택비 13,000원(동승자를 구해 반 반씩 부담 ^^)
당골입구 -> 태백역 : 10:05분 시내버스 1,100원 / 교통카드 가능
태백역 12:04 -> 청량리역 16:02 / 15,300원 일반실
역시나, 태백산 산신령님은 나를 예뻐하시는게 맞다.
매년 새 해 첫 산행지는 거의 태백산이었다.
올해는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인하여 새해 첫날에 산에 가지 못했고, 그 후로 매 주말마다 홍천강 따라 300리 도보를 진행하느라
산에 갈만한 여유로운 시간을 갖지 못했다.
1,2월 내내 맘속에는 무언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초조함과 산에 가고 싶다는 열망이 뒤섞여 조금은 불안하기조차 하였다.
지난 19일 홍천강 마지막 코스가 끝나자마자 내가 계획한 일은 25일밤 태백산으로 떠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계속 되는 기상청의 일기예보는 주말내내 비나 눈을 예보하고 있었다.
함께 갈 만한 산행동무도 구하지 못했고, 내내 비나 눈이 온다는데 어찌 할까~를 고민만 하다가 결국은 산행을 포기했다.
아마도 날씨보다는 혼자서 무박 산행을 가야한다는 불안감이 더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지난 토요일 내내 활짝 개인 날씨를 보면서 기상청과 혼자서 선뜻 떠나지 못한 나 자신을 얼마나 원망했었는지...
예전에는 혼자서도 곧잘 떠나곤 했었는데 어느 새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는게 익숙해졌는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3월 1일 영동지방에는 눈이 많이 왔다고 했다.
게다가 날씨가 추워졌으니 주말까지 눈이 녹지 않을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라도 떠날 생각을 하며 기차표와 날씨 상황을 계속 체크한다.
금요일 오전 기차표를 구했다.
눈이 있으면 산객들도 있을 것이다.
혼자 떠나지만 태백역에 내리는 산객이 나 혼자만은 아닐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걱정할 것이 없었다.
만일 태백역에 내리는 산객이 나 혼자이거나 몇 사람뿐이라면 찜질방에 가서 밤을 세우고 토요일 아침 일찍 산행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였다.
태백역에서 내리는 산객들은 많았고, 유일사 입구까지 함께 동승할 동승자도 구해서 택시비도 절약하였다.
유일사 입구에 도착해보니 산악회 버스도 와 있었다.
혼자였으나 혼자가 아니었고, 안전한 산행이었다.
게다가 이런 멋진 광경을 보고 있노라니 혼자서 온게 미안할 지경이었다.
어쩐지 떠나기 전에 사진을 찍는 몇 사람이 자꾸 생각나더라니~
갑자기 결정된 계획이었던터라 말을 꺼내지 못했었는데....이런 풍광이라면 어떤 어려움을 극복하고라도 함께 왔으면 좋았으련만~
내 600만화소 똑딱이 카메라는 그 모든 풍광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지만 나머지들은 내 눈으로 찍어 마음속에 잘 담았다.
눈만한 렌즈가 있으려나~ 마음만한 메모리카드 있으려나~
이제는 다시 혼자서도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by FinePix F30>
새벽 4시 40분 유일사 입구에서 산행 시작.
이맘때쯤의 태백산 일출은 6시 50분경이고,
나는 천제단이 아닌 주목군락지에서 일출을 볼 예정이었으므로
조금 천천히 올라가도 되었지만 여러 사람이 오를 때 함께 오르는게 안전하여 나도 함께 출발하였다.
출발은 함께 하였으나 최대한 천천히 걷는다.
머리위에서 북두칠성이 나를 인도하고 있다.
별이 총총한 하늘이 깨끗한 일출을 예고하고 있었다.
너무도 밝아 눈이부신 램프를 끄고 별빛에 의지하여 길을 걷는다.
눈이 쌓인 길은 뚜렷하였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산객들의 램프 불빛도 있어 걸을만 하였다.
오전 6시 27분.
천천히 걷고 있어도 앞으로 나아가는 일임에는 틀림이 없으니 언제가는 이렇게 오르게 된다.
푸르고 찬 새벽의 기운은 정신을 일깨우기에 좋다.
현재시각 6시 40분.
나는 이곳에서 일출을 볼 예정이다.
06:45:46
선명하게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어쩌면 해가 떠오르는 그 광경보다 해가 떠오르면서 내보여주는 이 풍광을 더 보고 싶었다.
태백역에서부터 인연이 있었던 두 연인.
사랑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한 곳을 바라보는 것이랍니다.
아침 첫 햇살을 받는 우리의 산하.
뒤로 보이는건 함백산.
아침 햇살에 빛을 받은 산 능선들이 너울~너울~ 춤을 추며 내게로 다가온다.
아~ 나는 항상 이 풍광이 그리웠다.
현재시각 7시 21분.
아침 해가 뜬지 거의 40여분이 지났다.
난 이곳에서 일출을 보고 유일사 방향으로 잠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온 참이다.
아침 햇살을 받은 주목들이 보고 싶어서였다.
길은 같은 길이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여지는 풍광은 얼마나 다른지...
난 그 다른 풍광을 보고 싶었다.
일출, 하늘, 눈꽃, 상고대, 빙화까지...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무엇하나 모자람이 없는 오늘.
설국.
장군봉에서 천제단으로 가는 길.
지나 온 장군봉.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빙화.
망경사 부처님께 들러 가만 가만 108배를 올리고 왔다.
마음이 고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