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산에 들다

[20130517] 1004섬(천사섬)의 조망을 보며 자은도 두봉산을 걷다.

dreamykima 2013. 5. 23. 18:42

날 짜 : 2013년 5월 17일

코 스 : 유천리 상수원 입구 - 도명사 - 두봉산 - 성제봉 - 당숙재

 

어제가 유엔이 지정한 '생물 다양성의 날'이었다.

생물 다양성이란 좁게는 생물 종의 종류를 말하고, 좀 더 넓게 해석한다면 몇 가지 다른 수준에서의 생명체의 다양성을 총칭하는 말이라 한다. 즉, 종의 특성을 결정지어주는 유전자의 다양성을 비롯해서,

생물 개체의 형태적 차이에서 볼 수 있는 종의 다양성,

그리고 여러 생물종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생태계의 다양성 등으로 구분된다고~

결국, 생물 다양성이란 모든 생명체의 특성과 집단의 기능을 결정짓는 유전자 속에 들어있는 유전정보의 종합체로서 정의될 수 있다.

 

지구 상에 기록된 생물은 약 140만여 종이라 하는데, 이 생물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영향을 주고받으며 생태계를 이뤄왔다.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와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 파괴 등 여러 요인에 기인하여 이 유기적 관계의 틀이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국제자연보호연맹에 따르면, 2000년 1만533종이었던 멸종위기 종은, 2012년 2만219종을 기록해 지난 12년 동안 91%나 증가했다.

그저 생물종 몇만 개가 사라진 것이려니~하고 편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황의욱 경북대 생물교육과 교수는 "하찮은 생물일지라도 사라지면 생태계의 한 축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종의 감소가 질병, 재난 등 어떤 식으로 인간에게 피해를 끼칠지 알 수 없다"고 경고했다. 

 

자은도 두봉산과 암태도의 큰봉을 산행하면서 끊임없이 내 사고회로를 자극하던 것은 덩굴식물들의 존재였다.

요즘 우리나라 산이나 들, 어딜 가나, 덩굴식물들의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그들이 나무에 기생하면서 그 나무들을 고사시키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솔직히 기후의 온난화와 덩굴식물의 생식과의 관계는 내 짧은 지식으로는 잘 모르겠고 공부가 필요한 분야지만,

그저 단순한 생각으로, 아열대 기후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한반도에서 갈수록 왕성하고 급격하게 번식하고 있는 이 덩굴식물들이 

분명 기후의 온난화와 크게 상관관계가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 우리나라 생물종의 변화를 가져 올 것이다.

덩굴 식물도 엄연한 생물종의 한 개체이니 그들이 늘어난다 한들 무슨 대수냐~할지 모르지만, 무엇이든 과유불급이 아니던가?

그들의 왕성한 생식이 다른 생물종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본래의 자리에서 그냥 잘 살아가고 있을 각종의 생물종들이 인간의 이기심과 무분별한 환경파괴로 인해 이리저리 옮겨지고

개체 수의 변화를 가져와 종국에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전체의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면 그것이 가져오는 종말은 무엇일까?

 

결국 우리 인간도 이 생태계의 작은 한 축일뿐일 터인데 마치 다른 생물종보다 우위에 있는 듯 너무 오만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싶다.

이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가 유기적으로 얽혀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

에효~짧은 내 지식으로는 참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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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금도 백계선착장에서 갈아탄 섬 내 시내버스가 팔금도와 암태도의 중앙 도로를 곧장 달려오더니 자은도 면 소재지를 거치면서는 

온갖 해찰을 다 하며 달린다.

이 동네 기웃~ 저 동네 기웃~ 덕분에 버스에 편안히 앉아서 자은도의 반은 구경한 듯하다. ^^

 

친절한 기사님께서 우리의 행선지를 들으시더니 유천리 상수원 입구에 우릴 내려주셨다.

그 시각이 오전 9시쯤 되었던가~

버스를 내린 유천리 상수원 입구에서 도명사까지는 1.6km

 

도명사는 자은도 섬 내의 유일한 절집이라 했다.

자은도 섬이 제법 크니 절집도 규모가 있을꺼라고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작고 소박한 절집이었다.

하긴 처사님 한 분께 들은 얘기로는 매월의 행사에는 약 20명 안쪽의 신도들이 모이고 이렇게 큰 행사가 있을 때에야 몇십 명이 모이는데

섬 내의 불교신자를 다 더해봐야 약 150여 명 정도라고 했다.

 

이 작은 절집과 달리 커다란 교회를 보았는데 이는 우리나라 섬 어디를 가나 쉬이 볼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하다.

몇 년 전 갔던 거금도에도 5억이나 들여 지었다던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커다란 교회가 있었고,

작년 이맘때 여행했던  비금도(자은도보다 작다.)에도 14개의 교회가 있다고 했었다.

섬의 총인구가 채 4,000명이 되지 않는 별로 크지 않은 섬인데도 말이다.

 

이 자은도에는 총 8개의 교회가 있다고 한다.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어딘가 의지할 곳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젊을 때는 찾지 않던 종교를 찾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자식들을 모두 육지나 도회지로 떠나보낸 노년의 인구가 대부분인 섬마을에서,

교회라는 커뮤니티는 서로 의지가 되는 강력한 공동체를 만들어내고 그 공동체는 다시 강한 흡입력으로 다른 이들을 끌어당긴다.

물론, 교회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종교와 믿음의 문제를 담고 있지만, 

조금 다른 관점으로 보자면, 인구가 많지 않고 서로의 생활이 속속들이 노출되는 작은 섬마을에서

교회라는 공동체가 강력한 흡입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어느 정도는 생활에 관련되어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요즘의 농촌사회는 만성적 일손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일손부족에 시달리면서 공동체의 울타리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더욱더 뼈저리게 느끼게 되고,

그에 따라 더욱 많은 사람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교회의 울타리 안으로 모이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현재의 교회는 옛날 우리 선조들의 마을공동체인 향약과 두레를 대신하고 있는 것도 같다.

물론, 이것이 꼭 문제가 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요즘 우리네 농촌 사회가 그렇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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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사 대웅전

사진 왼쪽으로 작은 요사채가 있고, 스님 한분만이 기거하신다.

두봉산으로 가는 등로에 있는지라 잠시 구경하러 들렀다가 이런 큰 상을 받았네~

이제까지 먹은거라곤 새벽에 배를 타고 오면서 동행이 가져온 빵과 커피뿐이어서

산행 후, 면소재지로 나가 맛난 점심을 먹자~했었는데, 이렇게 맛난 브런치를 하게 될줄이야~ ^^

토마토, 미나리무침, 바우옷묵, 도토리묵, 쑥인절미, 참외, 절편 그리고 커피까지~

 

나중에는 남은 절편과 쑥인절미를 더 싸주셔서 점심을 사먹지 않고도

별다른 배고픔없이 그리고 식당을 찾아 면소재지까지 왔다리 갔다리 하는 시간을 줄이며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

'바우옷'(바위옷)이라고 하는 특이한 묵

저렇게 채를 썰어 참기름과 간장에 버무린다.

 

바닷가 갯바위에서 붉은갈색을 띠면서 자란다고 하는데 숟가락같은것으로 긁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묵을 쓰니 저런색이 나왔다.

맛과 향은 평소에 접할 수 없는 특이한 것이었는데...이런걸 갯내음이라고 하는걸까~?

 

여튼, 내 살아생전에 다시 먹어볼 수 있을까 싶은 귀한 음식을 만났다.

 

(낯선 여행객들에게 스스럼없이 맛난 음식을 내어준 스님과 보살님들에게 부처님의 가피가 항상 함께 하시길 빕니다.)

 

현재시각 10시 44분.

이제 예정했던 산행에 나서본다.

멀리서 봤을때에도 암릉이 멋지더니 역시나 시작부터 만만치 않은 등로다.

제법 사람이 다니는지 등로는 아주 잘 정비되어 있었다.

두봉산을 오르면서 바라본 자은도 남동쪽

정면으로 보이는 높은곳이 암태도의 승봉산이고 하얀 길 건너 작은 봉우리가 다음날 우리가 갔던 큰봉,

그 너머로 아스라이 보이는 것이 추포도

왼쪽으로 보이는 곳은 암태도와 연결된 오도, 압해도 송공항으로 가는 선착장이 있는곳이다.

 

오른쪽으로 산 가운데 우리가 걸어온 유천리 상수원이 보인다.

멋진 하늘, 멋진 등로 그리고 멋진 사람들~

큰 사진 오른쪽 저 멀리로 우리가 거쳐 온 도명사가 보인다.

아~가슴 탁 트이는 풍광이 아니련가~

가운데 보이는 다리가 자은도와 암태도를 잇는 은암대교다. 

백% 연출. ㅋㅋ

두봉산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보이는 풍광.

기분 좋아요~를 온몸으로 발산하고 있다. ㅎㅎ

더 높은 곳을 향하여~

한걸음 더 올라서면 더 멀리 볼 수 있다.

남동쪽

조금 더 남쪽으로~

조금 더 더 남쪽으로~

조금 더 더 더 남쪽으로~ ㅋㅋ

 

(내 디카는 파노라마 기능이 없고, 집에 와서야 핸폰에 파노라마 사진 찍는 기능이 있는줄 알았다.ㅠ)

 

현재시각 11시 33분

캬~ 홍초 탄 소주는 정상주로 손색이 없었다.ㅎ~

정상에서 바라보는 자은도 북서쪽 해안

능선을 타고 성제봉쪽으로 가고 있다. 

발 밑의 이쁜 꽃들과 조우하면 결코 그냥 지나칠수야 없지~ 

내일도 회사 안가도 되고 그 다음 내일도 회사 안가도 된다.

그러니 바쁠것이 없지 않은가~ ㅎㅎ

능선에서 내려다보는 자은도 북쪽해안

가운데 바닷가로 뻗어 나간 곳이 우리가 산행 후에 가려고 하는 한운리 임도가 있는 곳이다.  

오른쪽 해안이 둔장해수욕장이고 작은 섬이 할미도

북서쪽 해안, 고장리?

이쪽은 북동쪽, 대율리 방향.

우리가 걸어온 암릉 

두봉산에서 성제봉으로 가는 능선은 길이 뚜렷하게 잘 정비되어 있었으며,

한운리로 곧장 가고 싶은 마음에 정자에서 방향을 잘 못 잡아 잠시 알바를 했지만

고장리와 송산리의 경계가 되는 당숙재로 안전하게 내려섰다.

송산리 너머가 자은도 북쪽 한운리이다.

 

섬에 들면 항상 산에 올라가보려고 노력한다.

금오도의 대부산과 망산, 비금도 그림산과 선왕산, 여수 개도의 봉화산과 천제봉 등 등

높은 곳에 올라서야만 그 섬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은도의 두봉산은 섬에 있는 산들 중 제법 높았고, 암릉이 아주 멋진 산이었다.

 

다음에는 어느 섬, 어느 산으로 가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