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산에 들다

[20171028] 계룡산 능선 종주(장군봉-임금봉-신선봉-남매탑-삼불봉-관음봉-문필봉-연천봉-갑사)

dreamykima 2017. 10. 31. 12:59

날 짜 : 2017년 10월 28일 토요일 / with 6명 (완주 2명)

코 스 : 박정자삼거리(10:40)-장군봉(11:30)-임금봉(갓바위봉 13:12)-신선봉-남매탑(14:50)-삼불봉(15:15)-관음봉(16:10)-문필봉-

        연천봉고개(16:34)-연천봉(16:40)-연천봉고개(16:47)-갑사(17:30)-갑사주차장 

교 통 : 서울경부->공주 : 07:20 / 9,000원 / 2시간 20분 소요(원래는 1시간 30분 소요되나 많이 밀림) 

        공주터미널->옥룡동주민센터 버스정류장(환승을 목적으로 했으나, 시내버스 시간 안 맞음) / 1,350원

        옥룡동주민센터 버스정류장->박정자 삼거리 / 택시 16~17,000원 / 약 15분

        갑사주차장->옥룡동주민센터 버스정류장 / 17:50 / 1,350원 / 20여분 소요

        옥룡동주민센터 버스정류장 - 공주대교 - 공주종합터미널 : 1.7km / 도보 (버스 환승이 되지만 밤 바람 맞고 금강 보며 걸었슴.) 

        공주->서울 경부 / 20:30 / 9,000원 / 1시간 40분 소요 (공주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는 미리 예약을 요함-생각보다 한산하지 않음)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가 머리에서 가슴까지~라고 했다.

거기에 더해 가슴에서 발까지의 거리 또한 먼 거리라고 했다. 

실천의 의미를 말하는 것이리라.


2014년 봄, 오늘 다녀온 코스를 다녀오고 다시 가야지~벼르기만 하고 3년을 보내고서야 겨우 다시 길을 나서본다.

어떤 선택을 하든 인생은 우리 턱에 주먹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데, 그렇다면 차라리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 게 좋지 않을까?

펀치를 맞을 땐 맞더라도 말이다.

무얼 하느라 하고 싶은 걸 못하고 살았었을까?

이미 지나버린 시간이다.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지.

 

험난하고 험난하게 시작한 하루였다.

세상일이 예측 가능한 일만 있으면 재미는 없겠지~에혀~~~~ㅠㅠ

1시간 30분 소요된다는 서울발 공주행 버스는 밀려도 2시간이면 도착하겠지~했지만, 2시간 20분이 걸려서야 도착을 했고,

어리바리 알고 있던 10시 시내버스는 없어진 지 오래고, (시간을 어디서 봤는지 미스테리~ㅠㅠ, 아마도 잘 못 본 것이리라)

급한 마음에 콜택시를 불렀는데 그것조차 부드럽게 연결이 안 되어 5~6번의 전화를 거친 후에야 겨우 택시를 타고 박정자 삼거리로 향했다.


10시부터 산행을 시작하겠다는 야무진 계획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날아갔고, 10시 40분이 되어서야 병사골 탐방지원센터를 출발한다.


병사골 탐방지원센터에서 장군봉까지의 거리는 겨우 1km지만, 꽤 힘이 드는 코스여서 1시간이 걸린다.

1시간 걸린다는 코스를 50분 만에 주파했을 때, 이유는 생각해보지도 않고 좋아라했던~ㅠㅠ

걸으면서 생각해보니 밧줄이 매여있던 곳곳의 바위 구간이 직선코스로 아주 깔끔하게 계단으로 대체되었다.


능선길 곳곳이 그렇게 정비되어서인지는 모르겠는데 3년 전 같은 코스를 걸었을 때보다 거리가 1km 이상 줄었다.

이번엔 연천봉을 왕복했음에도...이것도 미스테리~

계단이 생겼다고 거리가 그렇게 줄어들 수 있을까?

아니면 트랭글의 실수일까?

관음봉의 높이가 816m에서 766m로 조정되었는데 그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암튼, 계단이 생겨 안전하기는 하지만 걷는 재미는 약간 떨어졌다.


계룡산 국립공원은 우리나라 전체 국립공원 지정 순서 중에서 지리산, 경주(도시형)에 이어 3번째이고, 

산악형 국립공원으로서는 지리산에 이어 2번째를 차지하는 곳이다.

게다가 나 같은 소시민이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이름들을 달고 있기도 하다.

장군, 임금, 신선, 삼불, 관음, 천황...


사르락사르락~참나무 이파리들과 지분지분 장난을 치며 지나가던 그 바람길을 어찌 잊을까?

눈이 부시게 흔들리던 단풍잎들을 어찌 표현할까?

사진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던 길, 그 길을 다녀와서 행복하다.


몸 컨디션이 썩~좋은 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걸어 낸 내 자신에게 박수를...

7명이 출발했으나, 5명은 남매탑에서 금잔디고개 넘어 갑사로 중도 탈출했다.

끝까지 함께 걸어 준 동행에게도 감사하다.

덕분에 완주할 수 있었다.


봄과 가을의 기억을 쌓았으니 겨울 어느 날 눈이 내리면 겨울의 기억을 쌓으러 가봐야지~

3년 전 다녀갔을 때보다 거리가 많이 줄었다.

하물며 이번에는 병사골 출발전에 트랭글을 켜고 연천봉까지 왕복을 한 거리가 더해졌음에도 말이다.

그러고 보니 표지판의 거리도 3년 전과는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처음 병사골탐방지원센터에서 장군봉으로 오르는 길이 1km인데 1시간이 걸리는 코스이다.

고도계로 보면 무척 급경사임을 알 수 있다.

박정자 삼거리에서 동학사방향 다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면서 트랭글을 켠 후, 

갑사 주차장에서 껐기 때문에 

병사골탐방지원센터에서 갑사까지의 거리로 하면 11km쯤일 듯하다.

이히히~

지난번보다 배지 하나를 더 받았다.

1타 8피~!! ㅋㅋ


평소엔 트랭글 배지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사는데 

이번 계룡산 배지는 무척 기분이 좋다.


병사골탐방지원센터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는 길이다.

적갈색 나뭇잎을 달고 있는 저 나무가 벚나무다.

20여분도 채 오르지 않았는데 벌써 저 아래가 아득하다.

급경사를 치고 오르고 있다.

국립공원 측에서는 안전을 위해서, 또는 생태계를 위해서라는 미명하에

무조건 등로를 철계단이나 돌계단으로 대체하고 있는 듯하다.


사고가 나면 본인들이 힘들어지니 자꾸 안전장치 한다고 정비를 하는데 

그 정비라는 게 철계단 아니면 돌계단인지라

흙길 걷고 싶어 길 나서는 사람들에겐 별로 환영받지 못할 일이다.

재미는 반감되고 무릎관절엔 더 안 좋은 길이 되고 있다.

내일 모레가 입동인데 어쩌자고~

계절을 망각한 진달래,

그럼에도 찬란하게 꽃 피운 너의 열정과 용기에 박수를...


사진은 조금 늦게 찍었지만, 11시 30분에 장군봉(해발 500m) 도착

병사골에서부터는 1km 지점이고, 남매탑까지는 3.9km 남았다. 

왼쪽으로는 군 시설이 있는 천황봉과 그 오른쪽으로 쌀개봉이 보이고, 오른쪽 맨 끝은 관음봉 그 앞은 삼불봉이 아닐까~


밧줄이 매여있던 곳들이 이렇게 철계단으로 대체되어 안전하기는 했으나

걷는 재미는 많이 반감되었다.

뒤돌아본 장군봉

건너편 능선은 동학사가 바라보고 있는 능선으로 천황봉에서부터 흐르는 능선이다.

치개봉이라고 하던가~



모델도 하늘도 멋지다~

생명력 강한 저 꿋꿋한 소나무도~



남매탑


7명이 출발했는데 여기서 2명은 종주 코스로,

나머지 5명은 금잔디고개 넘어 갑사로~


현재 시각 14시 58분

이미 하산해야 할 시간임을 알고 있음에도 발보다 마음이 먼저 가니 어찌할까? 

몸은 여기 있는데 마음은 이미 삼불봉 넘어 관음봉으로 내달리고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 팽개치고 내뺐다. 


노력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건 억울하다. ㅎㅎ

남매탑에서 삼불봉 고개 올라가는 길의 단풍 

갈 길은 멀고, 마음은 급하니 시간도 마구 앞서 날아가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단풍을 바라 볼 여유가 있었나보다~ ^^

다행이다.

그만큼 행복했을테니까~


삼불봉 고개 

현재 시각 15:10

여기서 삼불봉까지 0.2km

관음봉까지는 1.8km

으~~~~~계단 계단 계단

삼불봉 고개에서 삼불봉으로 올라가는 등로다

고개에서 삼불봉까지 200m 밖에 안되는데 발이 무겁다.

역광처리를 했더니 쌔~하네.

현재 시각 15:16

군사지역이라 갈 수 없는 천황봉과 쌀개봉을 제외하고,

관음봉의 높이가 816m에서 766m로 조정되어

이제는 삼불봉이 제일 높은 봉우리가 되었다.


삼불봉에서 자연성릉 지나 관음봉까지 1.6km

부지런히 가야 한다.

하산 시간이 너무 늦어지면 안 되니까~

오후 4시를 목표로 삼아본다.

으~~~이럴 땐 카메라 바꾸고 싶다.

예뻤는데 내 똑딱이 카메라는 잡아내질 못하네~


사진은 그 사각의 프레임안으로 기억을 가둘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자꾸 욕심을 부리고 싶어지네~


저 뒤로 관음봉, 문필봉, 연천봉이 보인다.

으아아악~~~~~비명 절로 나온다.

힘들어서?

No No~

아까워서~~~ ㅠㅠ

기껏 올라왔는데 다시 급경사를 내려간다.


여기도 계단이 새로 생겼다.

가야 할 능선, 

힘든 것이 아니라 행복하다. 

아무래도 중증이다. ㅠ


걸어야 할 길, 만나야 할 시간 그 사실만으로 행복하다~고 시인은 말하지 않던가~ ^^


아마도 오른쪽 맨 끝이 연천봉 그 앞이 문필봉 그리고 그 앞이 관음봉

왼쪽은 천황봉, 쌀개봉

뒤돌아본 삼불봉

갑사 방향 

왼쪽 저 아래로 계룡저수지가 보인다.

봄의 초록은 등고선을 높이며 위로 오르고,

가을의 단풍은 등고선을 낮추며 아래로 흐른다. 

자연성릉

오른쪽 저 뒤로 관음봉 오르는 계단이 보인다.

현재 시각 15:46


갈 길 바쁜데~너무도 예쁜 경치들이 발길을 잡아두고 있다.

지나온 삼불봉

저 아래로 동학사가 보인다.

언젠가 어느 님이 내게 그랬지~

동학사 비구니(스님)들이 치는 새벽 법고 소리를 들으러 꼭 한번 가보라고~

 아직 못 가봤다.

언젠가 기회가 되어 꼭 들을 수 있기를~

추락주의




아~

가을의 하늘~

삼불봉과 하늘

관음봉 오르는 계단에서 뒤돌아본 풍광

저 멀리 거쳐 온 장군봉이 보인다.


관음봉 도착 16:10

16시 도착을 목표로 삼았는데 오는 길에 경치가 너무 좋아서 빨리 걸을 수가 없었다.


관음봉 한운(閑雲 : 높다란 하늘에 한가히 오락가락하는 구름)은

계룡산을 대표하는 팔경 중 제 4경이라 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설상 하늘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주지 않던가.


김남조...설일 中...

관음봉에서 바라보는 천황봉과 쌀개봉(바위 봉우리)

연천봉고개 

현재 시각 16:34

관음봉을 떠난 시각이 16:19


남매탑에서 갑사로 하산한 일행들이 너무 많이 기다릴까 싶어 연천봉을 건너뛰어야지~생각하고 있었는데

함께 한 동행이 후회하지 말고 다녀가자고 했다.

다녀오지 않았으면 정말 후회했을 것이다.

감사하다.

연천봉에서 바라보는 천황봉과 쌀개봉과 등운암

현재 시각 16:40


고개에서 10여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를 다녀가지 않았으면 정말 후회했을 것이다.

다시 연천봉 고개로 돌아오니 16시 47분,

갑사까지 하산길 2km

나는 듯이 내려오니 갑사에 도착한 시각이 17시 30분이었다.

그 때는 몰랐는데 시간을 보니 정말 날아서 내려왔네~

띵가띵가 단풍 구경하고 계곡에서 세족까지 즐기고

먼저 내려와 갑사 구경하신 님들보다 30여분 늦었다 한다.

많은 차이가 나지 않아 그나마 덜 미안했다.  

오후 5시 54분,

갑사주차장에서 공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 하루 무척이나 예뻤던 하늘이 아직도 예쁜 얼굴을 하고 우리를 배웅한다. 


공주로 돌아오는 길,

가을 햇살에 누렇게 물들었던 들판도 벌써 가을걷이들이 끝나가고 황량하다.

이렇게 또 한 번의 가을이 가고 있다.


벌써 상강 지나 머지않아 입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