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산 산행기 - 야생화들의 향연이 있었던 그 곳.
산행 날짜 : 2003년 5월 25일
산행 인원 : 은주, 진숙, 후배 , 그리고 나.
소요산에 다녀왔습니다.
흐드러지듯 피어있는 아카시아 향기가
자재암 가는길의 시멘트 포장길을 지겹지 않게 해 주었습니다.
원효폭포 아래 작으나 맑은 소에는
민물고기 몇 마리 너무도 다정하게 그리고 한가롭게 노닐고 있었습니다.
자재암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겨주는것은
오른쪽 뒷다리가 불편한 하얀색 진돗개 한마리였습니다.
꼬마였을적에....또한 꼬마였던 옆집 강아지에게 물린 적이 있어 개를 무서워하지만......
낯선 사람 무섭다 하지않고 꼬리치며 달려드는 그 개가 저도 웬지 무섭지 않았습니다.
목덜미를 어루만져주니 불편한 뒷다리를 차마 구부리지 못하고 쭉 펴고 앉아 버립니다.
그걸 바라보고 있자니 以心傳心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다를바가 없습니다.
인간만이 아닌 모든 살아있는것들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경외감을 다시 느낍니다.
어느 보살님께 들으니....
뒷다리가 부러져 수술을 한 번 하고 철심까지 박았다고 했습니다.
제대로 딛지도 못하고 다른 다리에 비해 가늘어진 그 다리가 딱해보였습니다.
아마도.. 늘어난 무릎 인대로 인해 기브스를 두번씩이나 해야했던...
그래서 불편했던 기억이 상기되어 더욱 애처로워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백운대 가는길은 경사가 제법 있었지만,
살짝 비 내린 후의 숲속이란 얼마나 그 향기가 좋은지......
흙내음, 나무내음, 추적 추적 내린비에 축축하게 젖은 낙엽들의 내음까지도.......
중백운대, 상백운대 그리고 칼날능선.
특히 칼날능선은 소요산의 아기자기함이 묻어나는 곳이었습니다.
북쪽으로 멀리 보이는 능선 능선들도 시원스럽고,
이름에 걸맞게 칼날처럼 날이 선 작은 바위 능선들은
그 틈을 뚫고 몇 십년씩을 함께 동고동락했을 멋진 자태의 소나무들과 어우러져 사이좋은 한가족같았습니다.
계곡 사이 사이에 보이던 층층나무들의 멋진 자태 또한
활짝 핀 그 꽃만큼이나 화려하고 멋져서
일행 중 한 명은 '임금님행차'라는 멋진 이름을 다시 붙여 주었습니다.
나한대를 지나 한참을 내려가다가 급경사로 다시 올라선 소요산 정상엔
'소요산의상대'라는 한자로 된 푯말의 작은 표지석이 서 있었습니다.
건방진 생각인지 모르지만,
산을 다니면서 언젠가부터 '정상'에 대해 별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그저 묵묵히 그 산을 걸으며
그 속에 잠시라도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12시가 가까운 시각에 오르기 시작했지만
중간 중간 경치에 취해서 쉬었던 시간이 너무 많아 의상대에 선 시간이 오후 4시
공주봉까지는 오는 가을을 기약하며 하산을 하기로 했습니다.
의상대에서 하산하는길은 급경사 너덜지대로
하나같이 무릎이 별로 좋지않은 우리 일행에겐 힘겨운 코스였습니다.
높지 않았던 소요산인지라 하산길도 그리 길지는 않았으나
좋은 산친구들이 없었다면 우리의 하산길은 힘겹기만 했을것입니다.
우아한 꽃잎에 보라빛 붉은색의 수술이 인상적인 산목련과
위에서 언뜻 내려다보니 은방울꽃이 매달린듯 보였던 하얀 쪽동백나무꽃들
그리고 무리지어 피어있던 연노란 산괴불주머니가 그들입니다.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길에
빨.주.노.초.파.남.보.
일곱빛깔 무지개를 보았습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한없는 선물에 감사 또 감사할따름입니다.
어느날 문득 의정부발 동두천행 통일호 기차를 타고
소요산에 가보시길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