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길에 서다

겨울 여행 - 동호회 송년여행

dreamykima 2006. 5. 17. 08:38

날 짜 : 2004년 12월 25~26일 동호회 송년여행.

 

1. 토요 휴일....나에겐 황금같은 시간이다.

 

대부분 토요 휴무를 하는 사람들은

어쩌다 있는 토요 휴일이 나에게 얼마나 달콤한 선물인지 상상을 못 할 것이다.

그 천금같은 시간을 어찌 보낼지 오래전부터 설렜다.

 

계속된 송년회의 후유증으로 몸이 파김치가 되고,

목소리는 가라앉아 제 목소리 내본지 몇 주가 흘렀지만

연휴엔 어느 산으로 갈까....

연휴엔 어디로 여행을 갈까....

그렇게 나는 설렜다.

 

정작 그 시간이 왔을 때,

내 정신과 신체는 지칠대로 지쳐버렸고

퇴근만 하면 떠날꺼야......라던 기세좋은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로만 남았다.

 

 

2. 천금같은 시간 .... '돈키호테 데 라만차'가 되다.

 

10시 반에 온다던 사람은 오지않는다.

하릴없이 서성이다 급기야 포기하고 책을 꺼내든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금새 '돈키호테 데 라만차'가 되어

로시난테에 올라 산초판사를 거느리고 400년 전 스페인의 어느 지방을 떠돌았다.

토요일 오전의 그 천금같은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 버린다.-.-

 

 

3. 삼탄.....줄어든 낯설음만큼 편안함으로 다가오다.

 

12시 30분이 넘어서야 서울을 출발한다.

다행히도 고속도로와 국도는 막힘이 없었고 오후 2시를 약간 넘어 삼탄에 도착했다.

 

작년 겨울이었던가....

정기여행 때 묵은적이 있던 삼탄슈퍼 민박집은

무척 추웠었다는 안좋은 기억을 가졌음에도  

그 줄어든 낯설음만큼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아니.....그 주변 모두가 그랬다.

삼탄역, 삼탄교, 삼탄역 바로 밑에 있는 민가 하나.

살얼음밑에서 유유히 흐르는 강물.

그 멋진 소나무들.

언젠가 추웠던 겨울 삼탄역에서 뜨거운 물을 얻어다 라면을 끓여먹었던 그 평상까지도......

 

어쨌든지.......

 

삼탄슈퍼민박집은

방문앞에 제법 넓게 비닐로 바람막이도 치고 평상 두 개도 놓아 

좀 달라진 모습을 보인데까진 좋았는데

황당하게도 보일러가 고장이 났단다.

 

기사를 불러놓았으니 보일러를 고치든지

위의 민박집을 책임지고 잡아주겠다는 아저씨의 말씀을 뒤로하고

우리는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4. 송뜰횟집.......4년 전의 추억을 찾아가다.

 

지도를 보니

삼탄슈퍼 우측길을 직진하여 가다

충주호를 끼고 20여km를 돌면 코타콘도가 있는 충주호리조트에 닿을 수 있겠다.

 

그곳에 가면 4년 전 추억이 있는 송뜰횟집이 있다.

다섯명이서 월악산을 가는 길이었다.

월악산과는 정 반대편이었음에도 맛난 송어회를 먹을 수 있다는 꼬드김에 여기까지 찾아왔었다.

물론, 4년이 지났음에도 그 때를 떠올리면 침이 꼴깍할만큼 맛이 좋았었다.

아주머니께 커다란 그릇을 얻어 공기밥을 넣고 송어비빔회를 알맞게 넣은 다음

초장과 콩가루를 더 넣고 쓱쓱 비벼먹던 그 맛이란........

 

그 맛을 찾아가보고 싶었다.

그 추억을 찾아가보고 싶었다.

 

슬슬 사람들을 꼬드겼다.

아직 다른 회원님들이 오기에는 시간이 이르고 배들도 고픈지라 다들 가겠단다.

솔직히 노란색 오프로드로 표시되어 있는 길은 가보질 않아서 어떤 상태인지 모르겠지만

오프로드광(?)이신 토리님이 계시고 뒤의 차도 4륜구동이니 어떻게든 가겠다 싶다.

 

기우였던지 길은 제법 잘 닦여진 임도였고 나름대로는 오프로드 맛을 느끼며

구불 구불 강을 즐기고 산을 즐기며 4년 전의 추억을 찾아갔다.

 

4년 전 본 손님들(그 중에 은언니, 옐로, 나)을 기억할리 없는 아주머니지만

난 왜 그렇게 기억이 또렷하던지....

시간이 어중간해서였는지 유감스럽게도 송어(1kg정도)는 한마리밖에 없댄다.

아쉬운대로 송어회맛은 봐야겠기에 송어회를 주문하고 빠가사리 매운탕을 추가한다.

매운탕 국물은 참으로 시원하고 맛있었다.

국물까지 남기지 않고 싹싹 비웠고 물론, 송어회도 야채 하나 남가지 않고 모두 먹었다.

게다가 소주 두 병까지......^^

 

충주호변 산책까지 즐기고 다시 돌아오니

보일러는 아직도 휴가중이고 이미 오신 회원님들이 위의 민박집에서 우릴 반겨주신다.

 

밤새 무엇을 먹고 얼마나 즐거웠는지 일일히 거론하기조차 힘들다.

 

늦은 아침 일어났다.

아쿠아피아님 가족은 늦은 밤 오셨다가 새벽에 홀연히 떠나셨다.

 

보아하니 서둘러질 것 같지 않고 다들 느긋하기에 나는 나대로 느긋함을 즐긴다.

삼탄역까지 아침 산책을 가려 민박집을 나서는데 송탁님 둘째인 근일이가 지도 가겠단다.

얼마나 이쁘게 잘 따라오는지......

삼탄역엔 서지 않는 무궁화호 기차가 한 대 지나간다.

물론, 화물열차들은 시시때때로 지나다닌다.

 

11시에 떠나자고 했지만 많은 사람이 움직이다보니 뜻대로 되질 않는다.

김치콩나물국과 선지해장국으로 간밤의 술잔치로 인한 쓰린 속들을 달래고

아껴두었던 케잌과 간식들을 꺼내먹고 커피까지 한잔씩 들고 느긋해한다.

물론, 많은 사람이 그렇게 즐기는 동안 몇 사람은 열심히 설겆이를 했다.

 

12시 15전.

드뎌 정리를 마치고 길을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