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길에 서다

걷기 여행 - 삼마치 고개를 넘어...

dreamykima 2007. 12. 11. 12:05

날 짜 : 2007년 12월 9일

코 스 : 홍천군 동면 월운리 월운초교 - 오음산 임도 - 삼마치 고개 - 5번 구도로 - 임도 - 삼마치2리 - 장전평리 약 24km

 

나는 왜 걸을까?
굳이 따지려들면 딱히 답할 것도 없다.
그저 내 팔, 다리, 몸을 움직여 걷는게 좋을 뿐...

거창하게 '어디서 어디까지 걸어야지...' 하는 목표 의식도 없고,
그저 시간이 나는대로 기회가 닿는대로 내 두 다리를 움직여 걷는 일이 즐거울뿐이다.
정신을 움직이려면 육체가 움직여야 한다....는 '루소'의 말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겨울 캠핑을 가기로 되어 있었지만 포기했다.
추위에 약한 나는 겨울에 하는 캠핑이 약간은 부담스럽다.
게다가 아직 어깨의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있어서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하룻밤을 세워야 한다는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물론, 날봄이의 여러 장비들은 나를 충분히 따뜻하게 해 주겠지만 그럼에도 실내와 실외의 차이는 존재하는게 사실이다.

 

일요일 무엇을 할까....하다가 걷기 모임의 번개 도보를 따라나섰다.

 

가보지 않은 길들은 나를 설레게 하는 힘이 있다.

 

홍천군 동면 월운리이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잔설이 남아있고, 겨울 차가운 공기속에 동면하는 듯 작은 마을이 조용하고 평화롭다.

 

간밤에 서리가 내렸나보다.

황량한 겨울 들판에서도 때로 화사한 봄꽃보다 어여쁜 것들이 내 눈을 끈다.

 

월운초교부터 시작된 길이 1km정도의 아스팔트 길을 지나고, 또 그만큼의 흙길을 지나면

열병식하듯 늘어서 있던 전봇대들이 어느새 자취를 감춘다.

 

오음산을 휘돌아감으며 굽이 굽이 넘어가는 고갯마루길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눈을 들면 병풍처럼 펼쳐지는 풍광들이 있었고, 그 수묵화같은 풍광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다. 

 

길은 길로 이어지고...

 

내가 좋아하는 그림자 놀이. ^^

 

겨울의 산은 훤히 들여다보여서 좋다.

나도 때로 누군가에게는 나 자신을 훤히 내어놓고 살았으면 한다.

 

걷는다는 것은 활발한 사고작용을 일으킨다고 하지만 난 반대로 하얗게 비워지는 것 같다.

가볍게 가볍게~~

몸도, 마음도 가볍게 살 수 있다면...

 

이름모를 산짐승만이 종종거린 발자국을 따라 아무도 밟지않은 하얀 눈길을 걷는다.

하얀 눈이 별처럼 반짝인다.

 

 

산허리의 따스한 양지녘.

 

 

저렇게 길 한가운데를 점거해도 누가 뭐랄 사람이 있을까~

이 길에 선 우리가 가진 특권이 아닐까나~~~~

 

 

 

 

 

 그림자 놀이 2 ^^

 

 

 

산길을 돌아 돌아 내려오니 해는 서산에 눕고, 작은 마을에 저녁연기가 피어오른다.

 

겨울의 어느 멋진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