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길에 서다

걷기 11 - 내 생애 처음으로 38km 걷던 날.

dreamykima 2008. 1. 7. 12:45

날 짜 : 2008년 1월 5일 / with 걷기 모임 회원들

코 스 : 경기도 파주시 적성 버스터미널 - 37번 국도 따라 - 적암 - 전곡 - 3번 국도 따라 - 연천 - 대광리역 : 약 38km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에서 연천군 산서면 대광리까지 약 38km를 하루에 걸었다.

 

걷고 난 후의 느낌은,

한 체력 하긴 해도 그렇게 오래 걸은 적이 없는데 할 수 있을까...하던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

그러나, 산길을 걸었을때만큼의 성취감이나 희열같은게 없었다는 것.

국도를 걷는 일은 무척이나 위험하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 도보를 하고 있는 이들이 존경스럽다는 것.

비록 나와는 다른 꿈을 꾸는 이들일지라도...

 

나라면...그 거리의 반에 반만큼만 가더라도 마을과 마을을 잇는 작은 샛길과 소롯길들을 걸었을테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시도했을 것이다.

 

그나저나, 나이가 더해갈수록 존경받을 일을 하는게 아니고 우째 존경할 사람들만 늘어가냐~~~~~쩝~~

하긴, 존경할만한 사람들 곁에 있는것만으로도.........

 

------------

 

걷기모임에서 일련의 사람들이 임진각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걸어서 횡단하기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토요일이 둘쨋 날이었는데 쉬는 날이고 또 가까운 곳을 통과하고 있어 응원도보에 나섰다.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짐을 챙기고 아침을 먹고 6시 45분 적성가는 버스에 탑승.

장기도보팀은 7시 반에 적성터미널 부근 숙소에서 출발한다 했으므로 8시경 버스가 도착하면 30분 정도 차이가 나지만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생각했다.

 

 적성 터미널 도착이 8시 02분.

 대장님께 전화를 드리니 7시 40분경 출발하셨고, 1.5km 정도 앞 서 있다고 하셨다.

 택시를 탈까 하다 부지런히 가거나 중간에 히치를 하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만두었다.

 

 적성 터미널에서 37번 국도와 만나는 적성삼거리까지 500m를 부지런히 걸었다.

 여기서 히치 시도.

 휴가나오는 아들을 마중가신다는 분이 구읍삼거리까지 1.5km 정도를 태워주셨다.

  

 구읍삼거리에서 나는 다시 37번 국도로...

 부지런히 500여m를 걸어 저만치 앞서가는 일행을 따라잡는다.

 혼자서 뒤따라온 나를 신기해하며 무척 반겨주셨다.

  

 적성에서 전곡까지 어떤 도로 표지판은 23km로 되어 있던데 그건 잘 못 된 것 같고,

 네이버 지도를 보면 정확히 19.02km가 나온다.

 1/십만의 지도상으로도 20km는 안되는 것 같다.

 나는 1.5km 히치를 시도했으므로 적성에서 전곡까지 내가 걸은 거리는 17.52km 대략 18km.

 

 적성에서 연천군 대광리까지 전곡이 그 중간즈음인데 반을 가려면 아직 13km를 더 걸어야 하네~~

 

 이쯤에서 전곡으로부터 거슬러온 응원도보팀을 만나 함께 무려 18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함께 걷기 시작했다. 

 

 길에서 잠시 쉬면서 그림자 놀이. ^^

 

 작지만 아기자기한 고개들도 넘고 교차로도 만나고 새로운 마을들도 만나고.....

 걷고 또 걷고...

 

 발에 물집이 생긴 무비님과 초행길에 힘들어하는 마꼬또를 봉고에 히치시켜 전곡까지 보내고 우린 다시 걷는다.

 

 전곡에서 뜨거운 뼈다귀해장국으로 점심을 맛나게 먹고 3번 국도를 따라 연천을 향해 걷는다.

 배낭이 무거운 사람들은 배낭을 도우미 차량에 싣고, 걸을 수 없는 무비님과 운전도우미가 되어버린 폭주님이 대광리로 먼저 출발.

 먼저 가서 숙소 잡아두고, 저녁까지 해두어 얼마나 맛나게 먹었는지...

 

 나중에 폭주님이 말하길...운전거리로 전곡에서 대광리까지 20km에서 800m가 모자라더라는...

 지도상으로 전곡에서 연천까지가 반인 듯 싶던데 아직 머~~얼었다.

 

 3번 국도 옆으로 난 샛길을 걸으며 다시 그림자 놀이 ^^

 

 연천 어디쯤이었는데...

 

 지나는 길에 거울이 있길래...셀카 한 방~

 손에 든건 1/십만의 지도다.

 

 이 표지판을 지나고부터는 위험한 3번 국도가 아닌 뚝방길과 샛길을 걸었다.

 

 천천히 걸으려 했지만 자꾸 걸음이 빨라져 앞서걸었다.

 30여km를 걷고 있는 회원님들.

 시속 4km 정도로 걷고 있어 그다지 무리는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대단들 하다.

 현재 지나는 곳은 포탄 사격장이다.

 훈련이 있을때는 머리위로 포탄이 날아다니겠지.

 

 강건너 경원선 통근열차가 시간당 한 대꼴로 지나다닌다.

 철로변과 나란히 달리고 있는게 3번 국도.

 

 저네들은 철조망도 상관없이 남북을 아우르며 날아다니겠지~

 부럽다~~~

 나도 날아보고 싶어~~~~~~~

 

 

 군사용어로 교통로라고 한단다.

 흙이 부드러운 아주 멋진 길.

 까까머리 군인들은 이 길을 만드느라 애 좀 썼으리라.

 북으로 갈수록 군사도시라는게 실감이 날 정도로 부대도 많고 군 시설물들도 많다.

 

 

 와초리쯤에서 서녘으로 기울고 있는 해를 만났다.

 

 붉은 석양아래 달리고 있는 경원선 철로.

 

 위험한 국도를 피해 샛길로 걷다가 대광리를 1.7km정도 앞두고 다시 3번 국도를 걷는다.

 밤이라 무척 위험했다.

 등은 덥고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차가워 옷을 거꾸로 입고 있다가 배낭에 반사야광이 보이지 않을까봐

 옷을 벗어들고 조심 조심 걸었다.

 

 대광리 가는 육교 위 표지판.

 이제 대광리역까지 1km 조금 넘게 남았다.

 

 드디어 대광리역.

 아침 8시에 적성버스터미널을 출발해서 저녁 6시 24분 대광리역에 도착.

 중간에 점심을 먹느라 쉬었던 시간을 감안하면 9시간 30분을 걸었다.

 물론, 중간 중간 적게는 몇 분, 많게는 십 여분 이상씩을 쉬기는 했다.

 

 전곡에서 대광리역까지 20여km

 해서 내 완주거리는 약 38km.

 저 거리는 큰 도로를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샛길로 왔다리 갔다리 한 것을 생각하면 40km정도는 족히 걸은 것도 같다.

  

 생각보다 다리는 멀쩡했고, 어제 하루 쉬는 동안 종아리에 뻐근한감이 있었으나 태어나 처음으로 그렇게 많이 걸어본것치곤

 너무 멀쩡하네~~~

 

 내 건강함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