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길에 서다

걷기 여행 - 흙길 따라 흘러 흘러~

dreamykima 2009. 2. 23. 08:28

날 짜 : 2009년 2월 21일 / with 바코 (바코와 즐거운 데이또~ ^^)

목 적 : 홍천강 완주 기념 도보 답사 : 약 22~23km

 

지난 번, 5코스때 잠시 길을 잃었던 것을 거울삼아 완주기념도보때 갈 길을 미리 다녀왔다.

한가로이 그 길을 체크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버디와 바코가 따라나선다기에 즐거운 녀석들 데리고 한들 한들 걸을 요량이었다.

버디 녀석이 배신(?^^)을....야간스키 타러 간댄다~

녀석은 다녀와서 일정에 함께 하겠다고 했지만....에고야~ 니가 철인이냐~~~~아서라 아서~

덕분에 하루 왼 종일 막내 바코와 즐거운 데이트도 했고, 좋은 길도 찾았고...새로운 사람들도 만났고... 

 

 

기차를 타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9시 정각 기차에 청량리역 광장에 도착한게 8시 58분쯤이었던가.

그 많은 계단을 어떻게 날았는지 나도 모르겠다.

제일 마지막으로 기차에 탑승.

우쨌든지 기차를 놓치진 않았다.

울 막내 바코~한참 전에 도착하여 오지 않는 선배를 기둘리며 애 좀 태웠지.

 

 

코스는 약간 다르지만, 지난 봄에 오지가족들과 함께 이 길을 걸은 적이 있었다.

봄과는 사뭇 다른 길.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고...

물론, 나는 그런 현자는 되지 못한다.

그러나, 적어도 버리고 살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사람의 인연이란것도 저렇게 마주치는 기차 같은것이라면...

서로 다른 선로를 달리며 스쳐가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날 기약이 있는...

 

나는 많은 인간관계가 기차의 선로같은 것이라면...하고 생각한다.

서로 멀어지지도 그렇다고 가까워지지도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렇게 평생을 함께 가는...

 

 

길은 산허리의 가장 유순한 곳을 골라 자리한다고...

 

 

비록 '답사'라는 이름으로 약간의 책임감과 의무감을 갖고 떠나온 길이었지만,

 걸으면서 내 사고의 영역을 넓혀본다.

 

이렇듯 걸으면서도 현자가 되지 못하는 내 안의 속좁음과, 욕심과, 미움과, 원망 등에 대해 생각해본다.

왜 이런 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낡아지거나 사라지지 않는걸까~

 

 

 

저 나무는 얼마나 많은 풍상을 이겨냈을까~

사람도 나무도 풍상을 겪고 곰삭어야 제 맛이 난다고 했던가~

나는 언제나 사람맛이 제대로 나는 사람이 될꺼나~

 

사람은 자기 내면이 풍요로울수록 남에게서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남에게 잘 보이려 애쓰지 않고도 자신을 제대로 컨트롤할 수 있다고...

자기 자신말고는 그 누구도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나뭇잎으로 뒤덮힌 나무를 상상한다.

아름다울 것 같다.

 

 

 

저 멀리 우리가 걸어온 길이 보인다.

 

 

 

 오늘은 하늘이 참 투명하다.

 

 

길에서 너는 무엇을 얻었느뇨~

 

 

 

 

바코야~ 그 안에 이쁜 처자라도 숨어 있던가~

 

 

기어이 기어이 봄은 오고 있는것이다.

 

 

2년 후면 폐교가 된다는 학교. 학생이 15명이라 했던가~

폐교가 되면 남은 아이들은 8km나 떨어진 학교를 다녀야 한다고...

 

 

 해거름녘 작은 교회의 뾰족 지붕이 평화로워 보인다.

일부러 들어가 보았다.

아담하고 작은 교회였다.

종교적인 신념과 믿음같은 것들을 떠나, 경건하게 작은 기도 하나 올리고 싶은...

 

 

작년에도 보았던 집인데 많이 허물어져 있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 옆집에 들러 물어보았다.

저렇게 아이들에게 사랑이 많았던 아빠가 병으로 돌아가셨다네~

집 하나 하나의 구조물들에 아빠가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듬뿍 담겨 있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과 빨리 헤어져야 하는 운명인걸 알고 짧은 시간안에 그 많은 사랑을 쏟았던것일까~

 

아이들이 아빠의 사랑을 오래 오래 기억하며 잘 자라주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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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는 것과 깨달음의 차이는 그것이 아픔을 동반하느냐 안하느냐의 차이란다.

만일 어떤 사실을 아는데 있어서 아픔을 느낀다면 그건 깨달은 것이라고...

나는 요즘 깨달음이 너무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