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길에 서다

걷기 여행 - 2009년 홍천강 따라 300리 (4코스)

dreamykima 2009. 2. 17. 16:07

날 짜 : 2009년 2월 14일 토요일 / with 걷기 모임 회원님들 24명

코 스 : 팔봉산유원지 - 어유포리 - 산수리 - 개야리 - 모곡리 - 한덕교 - 민박집 : 약 23km

 

힘들게 4코스의 답사를 다녀왔었지만, 정작 민박집은 실물을 보지 못한 상태였다.

통화를 하고 느낌이 좋아 믿음이 갔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걱정은 버릴 수가 없었다.

여러 사람들이 들어야 하는 곳이라서 만일 조금이라도 미흡한게 있다면...

이래 저래 웬 걱정을 그리 사서 하고 있는지...

 

말짜이트님 덕택에 민박집에 아침 9시경에 도착할 수 있었다.

춘천시 남면 한덕리에 있는 '이길이네'(혹여 글 보시다 전화번호 필요하시면 비공개로 답글 다세요. 알려드립니다.)

모곡에서 한덕교를 건너자마자 우회전을 해서 아름다운 강변길을 1km정도 따라가다보면 하얀 집 두 채가 있다.

좌측은 주인내외의 살림집이고, 우측이 민박을 하는 곳인데 25평 독채이다.

사람좋아 보이던 주인내외처럼 민박집도 주인을 닮았는지 아담하고 깨끗하였다.

큰 방 1, 작은 방 1, 거실 1, 화장실 2개.

침구며, 따스한 구들이며, 여러가지 시설이며 모두들 만족스러워했다.

독채 옆 비닐하우스에 화목난로가 있고,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게 되어 있어 춥지않게 고기파티를 할 수 있었다.

가족들이나 친한 친구들 모임으로 15명 내외쯤이 함께 하기에 딱 좋을 집이다.

 

4코스...다섯 코스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간이다.

 

 

민박집에서 9시 30분경 떠났는데 가까운 곳이라 금새 도착한다.

대중교통으로 올 님들은 10시 30분이 되어서야 도착할 것이고...먼저 온 사람들은 산책을 나서본다.

 

 

팔봉산은 겨울에는 등산이 금지되어 있다.

암릉들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해서, 산행은 어렵지만 강을 따라 8봉에서 내려오는 계단끝까지 가보기로 한다.

 

 

물이 많아지면 8봉으로는 내려올 수 가 없으므로 다시 뒤돌아서거나,

아예 중간에서 내려서야 하는 곳이다.

 

 

8봉에서 내려서는 계단.

 

 

 

두 사람이 동서울에서 양덕원 오는 버스를 놓쳤다고 했다.

양덕원 오는 버스는 자주 없기 때문에 빨리 양평까지 오라고 해 두고,

차를 가져온 후배에게 양평에서 픽업을 부탁한다.

기꺼이 따라주는 후배가 고맙다.

 

우리가 3km정도 걷고 있을 때 뒤따라왔다.

다행이다.

함께 걸을 수 있어서...

 

 

4코스 구간은 대개 이런 길이거나 흙길이거나 강변길이다.

난 이렇게 전봇대가 보이지 않는 길이 참 좋다.

 

앞서 가는 두 사람은 친구라고 했다.

저렇게 나란히서서 걸어줄 친구 하나 있다면 무척 행복한 사람이리~

 

 

길잡이면서 후미로 걷고 있다.

 

뒤에 두 사람이 처져있기도 하지만, 이런 길을 빨리 걸을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나간것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시간이든, 풍광이든, 사람이든...

그것을 알고 있기에 매 순간 순간이 소중하고 아쉽다.

 

 

 

 불곰님의 난민촌 앞이다.

쥔장 떠난 자리에 오두커니 장승들만이 지키고 섰다.

날씨가 추우면 비닐하우스에서 점심을 먹어야지 했는데 다행히 춥지않아 야외에서 점심을 들었다.

 

모두들 푸짐하게 싸들고오셔서 꺼내놓는덕에 입이 즐겁다.

 

 

금요일 비가 내렸지~

더 많이 내렸으면 좋았으련만.....

그럼에도 지난주보다는 홍천강의 수량이 풍부해진게 눈에 보인다.

 

 

 

 

 

 산수교 위.

 

 

어여들 오세요~

 

 

개야리 강변길이다.

지난 주 답사길에는 마을길로 들어섰었지만, 오늘은 그냥 강을 따라 가본다.

강이 얼어 있었다면, 도강을 해서 임도를 걸었을터인데, 춥지 않은 날씨에 비까지 내려 강에는 얼음이 거의 없었다.

언젠가는 그쪽으로도 가볼날이 있겠지~

 

 

여름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한 곳이지만, 겨울 강변은 참으로 한산하다.

그 곳에 우리 님들의 발자국들만 총총총~

 

 

여기서 2.5km정도만 가면 민박집이다.

 

 

4코스만 참석하시고 돌아가실 분들은 4시 40분 차를 타기 위해 모곡에 남고,

우리는 짧은 거리가 아쉬워 모곡리 동네를 한바퀴 돈다.

 

  

이것 저것 시장을 봐오기로 한 지원조가 우리가 민박집에 들어설 무렵 딱 맞게 도착했다.

 

구워먹을 고기는 충분했지만, 아침에 씻어놓고 간 쌀로 재빠르게 저녁부터 한다.

각각 쌀과 반찬을 챙겨오라 했더니 모두들 잘도 챙겨오셨다.

 

저녁을 먼저 먹도록 한 것은, 밥과 고기를 함께 먹다보면 둘 다 맛이 없고,

또한, 술을 마시기 전에 밥을 조금씩이라도 먹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 덕에 다들 술을 많이 했음에도 속이 좀 괜찮지 않았을까나~ ㅎ

밥을 미리 먹어 속을 채웠으니 안주도 모자라지 않고, 속도 편하고....ㅎㅎ

 

또한, 제육으로 해 온 불고기는 고대로 남아서 5코스의 점심 식사 때 정말 맛나게 먹었다.

 

 

민박집 주인장께서 우릴 위해 폭죽을 준비 해 주셨다.

조용한 동네라 누가 될까 걱정했지만,

이른 시각인데다 주인장께서 괜찮다하시고,

또한, 우릴 위해 기꺼이 서비스로 마련해주신거라 거절하지 않았다.

 

 

 주인아주머니께서 고구마를 주셔서 화목난로에 구워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어디 가면, 모닥불이며, 숯불이며, 철망이며 이런 저런 것들을 민박비와 따로 계산하던데...

기꺼이 내어주시는 주인내외가 고마웠다.

 

손해를 보시지야 않았겠으나, 사람이 아~다르고 어~다를적에야~

같은 돈을 내고도 웃는얼굴로 서로 헤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저녁 먹으며 마신 맥주는 제껴두고,

19명이 소주 21병을 마셨다던가 어쨌다던가~

 

머리 위에서 빛나던 밝은 시리우스의 빛보다 우리 님들의 얼굴이 더욱 환했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