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길에 서다

[091107]되미기재,말구리재,하늘재의 늦가을

dreamykima 2009. 11. 10. 08:50

날 짜 : 2009년 11월 07일 토요일 / with 걷기모임 회원 9명

코 스 : 동로 - 도화동 - 되미기재 - 가좌리 새터, 큰마을 - 말구리재 - 갈평 - 관음 - 하늘재 - 미륵리 약 26km

 

지난 여름 다녀온 길이었다.

비를 맞고 걸었었지만 재미나고 신난 길이었었다.

 

낙엽송이 많은 지역이다.

특히 말구리재 오르는 길에 낙엽송 숲속길은 너무도 이쁘다.

상상만으로도 이쁜 그 길의 가을이 궁금해서 가야지~가야지~벼르던 길이었다.

 

이제 곧 이 길이 2차선 포장도로로 변한다니 안타깝고 안타까울 뿐이다.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여우목으로 돌아다니는 길이 있고 문경에서 갈산으로 또는 가좌리로 오는 길이 있으니 가좌리에서 갈산까지

꼭 포장도로를 내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이제는 다시 가지 않는 길이 되겠지~ 참 아쉽다.

 

지난 여름보다 해는 짧아졌으나 거리는 그대로다.

여전히 대중교통은 좋지 않고...

걷기모임에 공지를 올리면서 원성과 비난이 따를것을 뻔히 알면서도 초보들과 내가 속도를 가늠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제한했다.

 

리더로써 내가 함께 한 동행들의 걷는 속도 가늠이 안되면 전체적 진행 속도를 예측하지 못하고

쉬는 시간과 걷는 속도를 조절하지 못해 예상 시간 내에 도보를 마칠수가 없고,

그리되면 하루에 몇 번 다니지 않는 버스 시간에 맞추기 어려워 많이 힘든 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선두와 후미의 속도 차이가 많이 나면 선두는 선두대로 쉬는 시간이 길어져 걷는 재미가 떨어지고

후미는 후미대로 본인 체력에 비해 길을 재촉해야 해서 걷는 재미보다는 고난의 길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이런 길을 걸을 때는 팀웍이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모든 경우를 고려해야 하는 리더는 리더대로 많은 생각이 따른다.

그러므로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미리 방지하고 조금이나마 편하게 가고자 내 편한 사람들을 찾게 되는 것 같다.

 

anyway, 그렇게 만들어진 팀이 나까지 10명인데, 모두들 걷기라면 내노라 하는 사람들이다.

몇 십일씩 장기도보를 다녀와서도 끄떡없는 사람들과 카페에서 하는 울트라 50km, 100km를 제한 시간안에 걷는 사람들.

 

결국, 그 날 깃발이 제일 부실했다.

하수인 깃발이 고수들을 모시고 길을 떠났으니 제일 힘들 수 밖에...

처음 고개부터 뒤쳐지기 시작하더니 모두들 앉아서 막걸리 마시며 쉬고 있을 때 혼자서 헥헥대며 고개에 올랐고,

관음리 포장도로에선 혼자서 마법의 빗자루(?^^) 타고 3km를 날랐다.

 

우쨌든지 다녀와서 참 좋다.

가좌리 큰 마을에서 산 사과는 꿀이 가득 들어 너무 맛났다.

사탕 드리러 들어갔던 집에 할머님들이 점심 드시면서 함께 먹고 가라는 걸 그냥 온게 너무도 아쉽다.

물론, 혼자였다면 기꺼이 그리 했겠지만 그 날은 딸린 식구가 너무 많았다.

비빔밥 무지 맛나 보였는데...쩝~

 

점심은 말구리재 초입 과수원집 앞에서 먹었다.

그 곳에 물이 있어 라면 끓이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주인이 계시면 드리려고 사탕과 쵸코렛을 따로 준비 해 갔었는데 안계셔서 점심 다 먹고 메모와 함께 남겨두고 왔다.

 

 

멀리 보이는 산자락 음뿍 패인곳이 우리가 넘어야 할 첫 번째 고개인 도화동재(되미기재)다.

 

 

 

 

 

첫 번 째 고개 정상.

뒤로 멀리 보이는 음뿍 패인곳이 두 번째로 넘어야 할 고개인 말구리재.

 

 

 

 

 

 

 

 

 

새터.

 

 

큰 마을.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참 좋았다.

 

 

 

 

 

 

저쪽에서 넘어오는 jeep동호회를 만났다.

맨 뒤의 랭글러 두 대 중 한대는 내가 좋아하는 색이었는데 역시나 이뻤다.

 

 

 

뒤돌아보니, 저 멀리로 우리가 넘어온 도화동재가 보인다.

 

 

맨 뒤의 능선 중 제일 낮은(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안부가 우리가 넘어야 할 세번째 고개인 하늘재.

 

 

 

 

 

 

 

 

갈산마을을 지나면서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쵸코바 하나 드리고 사과를 한아름 얻었다.

괜찮다는데도 우릴 창고로 데려가셔서 하나씩이라도 맛보라며 가듣 담아주시는 그 마음.

얼마나 감사하던지...

관음리 지나는 길에서도 그랬다.

지나는 우릴 붙잡고 맛보라고 사과를 몇 개씩 쥐어주시던 어르신.

 

그 어른들의 순박함과 인정을 기억하며 살려한다.

 

다른 이들 걸을때 혼자서 3km를 히치했다.

몸이 하루종일 좋질 않았다.

 

하늘재에 지난 여름보다 1시간이나 빨리 도착했으나, 역시나 계절은 거스를수가 없어 이미 어두워졌다.

모두들 램프를 챙기도록 했었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게 컴컴한 하늘재길을 잘 내려왔다.

 

6시 25분 버스를 잡아탈 수 있어서 너무도 감사했다.

 

깃발이 저 혼자 살겠다고 혼자서 히치를 하고 저만치 앞서 가 있어도 알아서들 착~착~

팀웍이 참 좋은 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