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산에 들다

[111002] 행락객들(?)이 점령해버린 덕유산 향적봉

dreamykima 2011. 10. 7. 12:56

날 짜 : 2011년 10월 2일 / am10:20~pm4:30

코 스 : 구천동 정류장 - 백련사(5.6km) - 향적봉(2.5km) - 중봉 - 동엽령 갈림길(4.3km) - 칠연계곡 - 안성탐방지원센터(4.5km) : 16.9km

 

거의 십년만에 덕유산을 찾았다.

고향 가까운 곳에 있는 산이었기 때문에 어릴적부터 때때로 찾아갔었는데 아마도 스키장이 본격 개장되기 시작한 때부터는

찾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갈 때마다 커다란 중장비들이 쇳소리를 내며 무참하게 깎아내리는 산을 바라보는게 싫었기 때문이었던 것도 같다.

 

마지막으로 덕유산을 찾았던게 2002년 1월 맑은 겨울날이었다.

구천동에서 출발하여 백련사-향적봉-중봉-오수자굴쪽으로 걸었는데 그 날 중봉에서 봤던 지리산 능선들이 항상 기억속에 있었다.

날이 무척 맑아 덕유산을 둘러싼 고봉들이 지척에 있는마냥 선명하게 보였던 날이었다.

  

덕유산 향적봉, 해발 1614m

현재 대한민국에서 다섯번째로 높은 산이다.

그러나, 편리한 기계문명으로 인하여 너무도 쉽게 갈 수 있는 산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들었던 그 곳은 산객들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행락객들이 점령해버린 산이 되어 있었다.

하물며 슬리퍼를 끌고 오른 사람도 봤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요즘 각 지자체에서 열과 성을 다해 건설하려고 하는 케이블카에 대해서 난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

물론, 심정적으로야 반대의 의견에 가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세상에는 나같은 사람만 있는게 아니니까....

장애우들이나 관절이 튼튼하지 못해 두 다리로 산을 오를 수 없는 사람들도 충분히 그 경치를 즐길 권리는 있으니까 말이다.

 

향적봉의 행락객들로 인해 마음 상한 것은 사실이지만,

언젠가 나도 곤도라를 타고 그 곳에 올라 내 젊은 시절의 한 부분을 그리워하며 그 곳에 서 있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은 참말로 멀다~는 생각이 든다.

 

예로부터 인간이 높은 봉우리를 숭배 해 왔던 것은 단순히 높이에 대한 이유때문은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것은 인간의 힘으로 결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었고, 두려움이었으며,

스스로를 구하고자 하는 겸손한 자세에서 나온 것이었을터였다.

 

자연은 때때로 결코 이해하지 못할 방법으로 인간을 두렵게 했다.

그것은 어쩌면 절대적으로 거스르지 말아야 할 힘에 분별없는 도전을 보내는 인간에 대한 경고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우리네 인간은 너무도 쉽게 쉽게 판단하고 행동함으로써 자연에 도전하고 있다.

물론, 도전이 결코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으로 인해 우리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 올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 신문에서 북극의 오존홀(ozone hole)이 확대되어 북극권의 오존층이 유례없는 규모로 감소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상저온현상과 이산화탄소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 등이 주요한 변수로 작용했다고 한다.

이런 현상들이 인간의 편의를 위한 산업화와, 그에 따라 점점 더 오염되어 가는 환경의 부산물이라는 사실을 감출 수 있을까~

 

우리는 좀 더 자연을 그대로 놔두어야 하고, 편리한 것만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

그 편리의 대가는 분명 클 것이고, 우리는 언젠가 꼭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묵묵하게 긴 거리를 홀로 걸었다.

한 15km쯤 걸었을까~했는데 돌아와 지도를 찾아보니 꽤 긴 거리를 걸었네~

그다지 빠르게 걷고 있지 않다 생각했는데 6시간이면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 걸렸다.

아마도 홀로 걸었기 때문일 것이다.

홀로 걸을때면 거의 쉬지 않고 걷게 된다.

 

향적봉엔 바람이 불고 있었다.

바람을 피해 중봉 가는 길에 있던 커다란 주목 나무 아래서 점심을 먹었다.

그 날 능선의 평균 온도는 12도쯤이었다. 온도계를 가지고 갔기 때문에 수시로 기온 체크를 했었다.

바람이 많이 불고 꽤 쌀쌀한 날씨였다.

보온병에 담아간 커피 맛이 아주 좋았다.

점심 먹은 시간을 제외하고는 앉아서 쉬지 않았다.

 

칠연계곡쪽은 처음 가보았는데 구천동 계곡보다 오히려 물이 깨끗하고 경치도 뒤지지 않았다.

칠연폭포는 가족들이 마중오는 바람에 시간이 없어 가보기를 포기했다.

먼저 와서 칠연폭포를 둘러본 동생이 말해준 바로는 일곱개의 자그마한 폭포들이 이어져 흐르고 있다고 한다.

산을 즐기지 않는 동생은 그런 경치에 익숙치 않아서인지 물이 그렇게 깨끗할 수가 없다며 놀라워했다.

 

아래는 말썽부린 디카로 간신히 건진 사진 몇 장.

5년 이상을 사용 해 온 내 디카가 말썽을 부려 찍고 싶은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던게 아쉽다.

셔터 부분이 말썽이었는데 버릴셈치고 나사 모두 풀어헤치고 해체했다가 다시 나사를 조였더니 지금은 또 멀쩡하게 잘 찍힌다.

그래도 조만간 새 디카가 필요할 듯 하다. ㅠㅠ 

 

구천동 계곡.

 

역시나 삼공리에서 백련사까지의 길은 언제나처럼 지루했다.ㅠ

 

그래도 옆으로 늘어선 계곡 물소리가 시원하고 사람이 많지 않아 걸을만 했다.

가는 길 중간에 송어양식장이 아직도 있는지 궁금했었는데 여전했다.

 

백련사 일주문

 

백련사 대웅전

안전산행을 기원하며 부처님께 삼배를 드리고 산행을 시작했다.

 

향적봉 아래.

저 뒤로 보이는 어느 산이 수도산과 가야산일터인데...

지도와 나침반을 꺼내들면 쉽게 찾을 수 있었겠지만 오늘은 시계가 생각보다 깨끗하지 않아 포기했다.

 

향적봉 대피소와 중봉 가는 길.

왼쪽 저 뒤로 보이는게 중봉이다.

멀리 오른쪽으로 보이는 높은 봉우리는 남덕유일테지.

이곳에서 남덕유까지는 14.5km다.

 

동엽령으로 가는 도중 영각사에서부터 오는 팀들을 만났는데 오후 3시가 넘어서 그 곳을 통과하는걸 보니

하산은 곤도라로 대신 할 모양이었다.

 

 

 

안성쪽.

 

 

 

중봉에서 덕유평전으로 내려가는 길.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다.

가운데 높은 봉우리가 아마도 송계삼거리쯤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