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산에 들다

[20130223] 소백의 바람속에서 곡즉전(曲卽全)을 되새기다.

dreamykima 2013. 2. 25. 18:21

날 짜 : 2013년 2월 23일 with 버디

코 스 : 천동리 - 비로봉 - 천동리 원점 회귀

 

바람이 없는 소백이 소백이련가~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을 수 없었던 환장(?)할 그 바람을 맞고 와서 행복하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혹여, 마음 심란한 일이 있으시다면 소백의 바람을 맞으러 가보시라~고 강력하게 권해드리고 싶다. ^^

그 바람을 견디며 사는 작은 초목들을 보노라면 내가 안고 사는 문제는 아무것도 아닌것도 같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다.

도시로 되돌아오면 그 기억을 쉽게 잊는다는 것~!! ㅠㅠ

 

공자曰, 군자지덕(君子之德)은 풍(風)이요 소인지덕(小人之德)은 초(草)다. 초상지풍(草上之風)이면 필언(必偃)하나니라~했다.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은 덕은 풀이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쓰러진다.)

 

그러나, 나는 소백의 작은 초목들에게서 곡즉전(曲卽全)을 되새긴다.

(구부러짐으로서 온전할 수 있다.)

 

위정자들이야(덕이 있든 없든) 바람이 되어 민초들에게 이런 저런 방향을 제시할 수 있었겠지만, 

현실은 소설과 달라 원한과 치욕보다 밥과 사랑이 우선이다~라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민초들에겐 생존 그 자체가 우선이었으리라.

군자지덕이면 무엇하고 소인지덕이면 어떠하랴~중요한것은 우선 살고 봐야지~??

 

두려운것은, 세월이 흘러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 현실이다.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고 새로운 정부내각이 구성되고 있다.

지지했든 안했든, 앞으로 5년동안의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

부디 정직한 사람들이 희망을 꿈꾸고 복을 받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주길 비는 마음이다. 

 

 

소리를 키워 바람소리를 들어보시라.

얼얼할정도로 춥지는 않았으나, 바람이 너무 세차서 카메라 들고 사물을 맞춘다는게 너무 힘들었다. 

덕분에 정상에서의 사진 한 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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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백산 북부사무소 가는 길에 옆으로 길이 새로 만들어졌다.

나무데크에 고무가 있어 좋긴 했는데 굳이 돈을 들여 만들어야 했을까~싶다.

길을 새로이 들인것보다 차도가 하나 더 만들어진 것 같아 얼마나 많은 차량들이 드나들까~싶어 걱정이 되는 까닭이다.

부디 몽매한 내 어리석음을 깨우쳐 줄 그런 좋은 길이 되길...

 

 두터운 얼음이 풀리고 있다.

 어디선가 봄이 오고 있지 않겠는가~단지 해찰하며 늦을뿐인걸~

 

낙엽이 매달린 나뭇가지 끝에도 새순이 차오르고 있는게 보이시는가?

그렇게 그렇게 봄은 소리없이 우리에게 오는 것이다.

살짜기 살짜기 연분홍 남풍을 타고서...

 

이제 한달여만 있으면

섬진강자락 어느 마을엔 희디 흰 매화꽃잎들이

어느 봄밤서 흐드러지게 화들짝 피어났다가

지리산 골짝 바람에 난분분 난분분 흩어져 섬진강 푸른 물속으로 낙화(落花)하리라~

 

 얼어붙은 계곡 위로 따스한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어디 겨울이 호락호락 가겠냐만은 부드럽게 내리쬐는 저 햇살을 당해내진 못할 것이지~

 

 얼어붙은 얼음덩이 저 안에서도 노오란 양지꽃이 여린 꽃숨을 머금고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그 많던 돌계단이 어디로 사라졌나~

 

 

 아~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듯한 하늘.

 

 소백산 국립공원의 표지판들이 보다 더 친절해졌다.

거리에 고도에 큼지막한 전화번호까지...음...마음에 든다.

 

  

 

 마치 다이아몬드를 깔아놓은 듯 반짝 반짝거리다.

 

 

 

점점 수명이 다해가고 있는 주목.

변해가는 것들은 쓸쓸하다. 그러나, 사라지는 것들은 서럽다.

 

능선에 오를수록 길을 인도하는 말뚝이 보이지 않을만큼 눈이 쌓였다.

3월이 오면 서럽게 사라질꺼면서 무슨 욕심을 그리 부렸니~

 

 

 

눈이 없으면 내 어깨만큼 닿았을 비로봉 표지판이 보인다.

 

 

 

바람에 눈가루들이 하릴없이 날고 있었는데 내 자그마한 카메라는 전혀 잡아내질 못했네~ ^^

 

혼을 완전히 빼놓는듯한 세찬 바람에 밀려 

훠이~훠이~ 휘릭~휘릭~휘청~ 휘청~ 어찌 어찌 비로봉까지 밀려 올라 갔다가

사진 한장 제대로 찍지 못하고

올라갈때보다 더한 바람을 온몸으로 싸안고 또한 그렇게 휘청거리며 걸어내려왔다.

정면으로 맞는 바람에 얼굴 근육들은 감각이 없어졌고, 장갑을 두개나 껴둔 둔한 손가락끝도 아릿아릿하다.

다시 연화봉과 천동리 갈림길에 이르러서야 휴우~

 

줄 안쪽으로 걸으라고 기껏 만들어놓았건만~줄을 가로지르고 있다.

처음에 러셀을 한 누군가의 발자국을 따를 수 밖에 없는 현실. ^^

서산대사님께서 그러셨다.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가더라도 결코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말라~ ^^

 

그럼에도, 뉘시온지...이런 길의 러셀을 하신 당신이 존경스럽기만 합니다.

푹~푹~빠졌을 이 눈길을 어찌 감당했을꼬~

 

  다시 원점으로 내려오는 길은 수월하였다.

하루 종일 아이젠을 하고 있어 무릎이 아팠지만 오랜만의 산행에서 오는 당연한 결과물이리라~

내려와서도 바람은 여전히 세차다.

 

내려오니 3시 15분경.

단양으로 나가는 버스가 4시 55분에나 있으니 택시를 잡아탔다.

m요금이 아닌 기본 만원을 받는다고 하던 택시기사님~

우리에게 홀려(?) m요금만 받고 2,000원을 내어주셨다. ㅎㅎ

 

단양 시장 안, 할매가 하는 메밀전병부침과 보리밥을 먹으러 갔으나, 할머니가 아프신지 문이 닫혔다.

한번 꽂혀버린 메일전병부침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시장안을 빙빙 돌다 결국은 노점에 자리를 잡았다.

술을 팔지 않는다는 안주인께 헤헤~거리며 애교를 떨어 소주 한병을 얻어 종이컵 두 잔에 가득 따라놓고

뜨끈한 오뎅국물과 담백한 메밀전병부침에 홀짝 홀짝 기분좋게 모두 들이켰다.

그 기분 딱~좋음에 4시 30분 버스를 타고 동서울로 돌아오니 6시 50분이다.

 

소백에 다녀와 참 좋다.

게다가 버디랑 함께 한 오랜만의 산행이라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