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산에 들다

도락산 산행기 - 바위 그 곁에 청송 한 그루

dreamykima 2006. 5. 7. 13:47

산행 장소 : 충북 단양 도락산.

산행 날짜 : 2003년 11월 2일 당일

산행 인원 : 2명(경희 & 나)

산행 코스 : 상선암휴게소(10:40) - 제봉(12:00) - 점심 (12:50~12:55) - 삼거리(1:10) - 신성봉 (1:20) - 도락산 (1:33) - 삼거리 (1:55) - 채운봉 (2:05) -상선암 휴게소 원점회귀(3:30)

대중 교통 : 동서울 < - > 단양간 직행버스 - 버스비 각 11,000원 (시간당 1대)

단양 버스 터미널 -> 상선암 휴게소 (벌천행 시내버스 : 버스비 1,700원) : 오전 9:55

상선암 휴게소 -> 단양 터미널 : 세번의 히치 ^^

 

이른 새벽(4:54) 일어나 거울을 보면서

'무엇때문에 게으름 피워도 될 일요일 아침 너는 이 부산을 떠는가?'

하고 반문 해 보았다.

딱히 대답이 생각나질 않는다.

 

그럼에도 부지런히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선다.

새벽 5시 45분.

하늘을 올려다보니 많은 별들은 이미 서쪽으로 흘러가버렸고,

하늘엔 이름모를 별 몇 개 만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들은 알까?

내가 이토록 길을 찾아 나서는 까닭이 내 어린시절 좋은동무였던 그들에게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는것을......

 

도락산은 이름에 붙은 '즐거울 락'자처럼 즐거운 산이었다.

날씨 또한 아름답고 좋은 동행이 옆에 있어 쉬엄 쉬엄 즐거운 가을 나들이가 되었다.

도락산 바위틈에 솟아오른 소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유유히 떠가는 하얀 구름들은 멋진 한폭의 산수화로 손색이 없다.

 

바위가 많은곳에 소나무가 많다는 말이 맞는가보다.

앞으로 도락산을 떠올릴때면 그 거대한 암봉들과

그 곁에 긴 세월 함께 했을 푸르디 푸른 소나무들을 먼저 떠올리게 될 듯 싶으니까.

 

우뚝 선 바위 하나.

죽어 천년을 간다는 고사목 한 그루.

질긴 생명력으로 바위틈을 뚫고

때론 힘차게

때론 단아하게 서 있는 청송들의 자태를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었겠는가.

덕분에 4시간 반이 걸린다던 등산코스를 5시간만에 내려왔다.

 

물도 좋고 산도 좋다는 단양은 갈 때마다 맘에 드는 곳이다.

단양천 계곡물이 얼마나 깨끗한지 버스시각에 쫓겨

세족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고 히치를 해야했던게 너무 아쉽다.

에쿠스보다 큰 차를 잡으라는 나의 말에 어김없이 더 큰 차를 잡는 경희.^^

튜닝에 엄청나게 돈을 들인듯한 그 12인승 노란색 봉고버스는 기억에 남을 듯 싶다.

 

단양시내를 에두르며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의 물결조차 잔잔하다.

그 곁엔 단풍나무들이 온몸을 불사를 듯한 붉은빛으로 그 강물과 함께.. 그렇게...늙어가고 있다.

 

비록 오는길이 막혀 2시간 거리를 3시간 걸려 돌아왔지만

그 잠깐 힘든거야 즐거운 산행에 비할바가 아니다.

 

도락산의 우뚝선 선바위의 묵묵함처럼

그 위에 질긴 생명력으로 뿌리를 내려 살아가는 단아한 소나무 한그루처럼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