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산에 들다

오서산 산행기 - 오서산에 까마귀는 없고....^^

dreamykima 2006. 5. 7. 13:31

산행 날짜 : 2003년 10월 12일 일요일

산행 코스 : 오서산 (790,7m) 상담리 -정암사 -산신각 뒷길 - 정상 - 정암사 - 상담리

산행 인원 : 4명 (나, 주연, 경희, 규영)

대중 교통 :

-> 서울 <-> 광천간 무궁화 기차 (편도 8,900원)

-> 광천역 <-> 상담리 : 오서산등반대회 무료버스와 히치

 

이른 아침 공기는 이곳 서울에서도 제법 상쾌하다.

비가 올꺼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하늘이 제법 맑아 기분이 좋다.

 

아침 7시 40분.

서울역에서 오랜만에 장항선 기차를 탔다.

서울을 벗어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수원을 벗어나니 노오란 들녘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벌써 걷이가 끝난 논도 있다.

가을은 울긋불긋한 산에서부터 오는게 아니고 노오란 들녘의 풍요속에서 오는 듯 하다.

 

광천역에 도착하니 광천은 온통 축제 분위기다.

10월 10 ~14일까지 광천 새우젓 축제를 한단다.

오늘은 오서산 등반대회가 있어 무료로 오서산 입구까지 태워다준다.

광천역에서 오서산 산행들머리인 상담리까지는 겨우 4km.

 

날이 생각보다 더워 땀이 비오듯 흐른다.

정암사 초입의 경사진 시멘트길은 정말 싫다.

정암사는 오래된 절이라는데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정암사 우측으로 등산로 표시가 되어 있지만 우리는 산신각 뒷길로 오르기 시작했다.

옛 길이라고 들었는데 사람이 제법 다니는지 등산로가 뚜렷하다.

 

능선에 오르니 억새가 군데 군데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억새산행지라고 할 것까지는 못 되는듯 싶다.

정상으로 향하는데 좌측으로 산을 깎아 만들어진 임도가 보인다.

그 임도가 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패러글라이딩 하는 사람들은 아주 요긴하게 쓰는 모양이다.

큰 차들을 가지고 정상까지 올라오니 말이다.

 

정상에 약간 못미쳐 억새가 잘려진 약간 너른 터가 나오기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었다.

커피를 마시려다 한무리의 패러하는 사람들에게 쫓겨났지만 말이다.

억새가 왜 잘려졌나 했더니........

먹을 땐 뭐도 안 건든다는데......

밥 먹는데 옆에서 먼지 일으키며 장비를 펼치지를 않나.....

괘씸해서 그냥 눌러앉아 커피 다 마시고 일어나려다가

다른 등산객들도 있고, 좋은게 좋은거라 그냥 일어났다.

 

능선 초입보다는 억새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기대한 억새는 없다.

민둥산의 강하고 굵은 억새를 생각하니 여기 억새는 너무 여리다는 생각이 든다.

억새는 아직 홀씨를 다 피우지 않아 더 여려보인다.

 

옛 부터 까마귀와 까치가 많아 오서산이라 불려졌다는데, 물론.. 산행 내내 한마리도 보지 못했다.

하긴 요즘은 그 흔하던 참새도 보기가 어렵다.

여러가지 농약 때문이리라.

 

정상에 서니 정상석이 두 개인데.......

하나는 옛부터 있었던 것 같고 다른 하나는 보령시에서 자체적으로 세운 듯 싶다.

'보령 오서산'이라고 뚜렷하게 적혀있으니.......

정작 오서산은 홍성과 보령에 걸쳐 있다는데......굳이 보령이라 써붙일것은 뭐람.

 

노란 들녘과 저수지들, 천수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남북으로 길게 누워있는 안면도도 보이고 작은 섬들도 보인다.

날씨가 맑으면 서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올 것 같다.

 

오서산 단풍은 최악이다.

단풍이 들기도전에 나뭇잎들은 이미 말라버린 듯 싶고

어쩌다 하나씩 보이는 단풍잎들도 그 빛깔이 곱지가 않다.

개인적으로 서해바다 조망이 아니라면 별로 오르고 싶은 산은 아니다.

임도가 거창하게 나 있는것도 아쉽고.......

 

산신각 뒷길은 경사가 만만치 않아 오를때도 힘들었지만 내려올때는 더욱 힘이 든다.

비가오면 이 길로는 하산이 어렵겠다.

하산하니 3시 30분.

쉬엄 쉬엄 산행을 하다보니 짧은 등산로인데도 총 5시간이 걸렸다.

 

광천으로 나가는 승용차를 얻어타고 광천역까지 오니 바로 옆에서 새우젓 축제가 한창이다.

5시 45분 기차라 시간이 충분하니 슬슬 구경에 나섰다.

 

가게에 들어가 이것 저것 먹어보고 입맛에 맞는 젓갈도 샀다.

오징어젓, 어리굴젓, 조개젓.

나는 오징어젓과 어리굴젓을 샀는데...

오징어젓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고 어리굴젓은 이쪽이 유명하다기에.......

 

새우젓은 세가지 있다.

육젓, 오젓, 추젓,

유월에 잡았다해서 육젓이고 제일 크고 통통한 새우들로 만들어졌으며 제일 비싸다. 1kg에 50,000원

오젓은 오월에 잡은 것이라고....육젓보다 조그 작고 가격도 1kg에 40,000원이다.

추젓은 작은 새우들로 만들어져 있는데 가을에 잡았다해서 추젓이란다.

 

육젓을 하나 먹어보았는데 통통한게 씹는맛이 있어 좋다.

그치만 비싸기도 하거니와 새우젓에 대해 아는게 별로없어 구입은 안했다.

지금 생각으론 엄마에게 전화로라도 여쭤보고 사서 보낼껄 하고 후회하고 있다.

 

다들 이것 저것 집어 먹어보더니 뜨거운 밥만 있으면 금새 한 그릇씩 뚝딱할 분위기다.

그 분위기에 식당에 들어가 젓갈백반(5,000원)을 시켜 먹어보았는데

오히려 젓갈맛은 아까 그집이 더 낫다.

 

밥을 먹고 소화도 시킬겸 시장구경을 나섰는데....

이렇게 큰 재래시장이 남아있었나 할 정도로 시장이 크다.

아마도 새우젓시장때문이리.

김장철이면 임시열차가 생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니까.....

 

이곳 저곳 기웃거리며 시장구경을 하니 재밌다.

젓갈도 새우젓만 있는것은 아니고

명란, 오징어, 낙지, 조개, 꼴뚜기, 소라, 밴댕이, 황석어, 또 모르는 젓갈들까정 그 수가 다양하다.

먹을꺼리도 많다.

아까 시장안으로 들어왔으면 더 맛난걸 먹었을껄 하는 후회가 절로 든다.

 

5시 45분 기차를 타니 서울역에 8시 30분에 도착한다.

산행은 별로였지만 맛난 젓갈을 사들고 오니 무언가 건진 듯 싶어 기분이 좋다.

아침에 김이 모락 모락 나는 뜨거운 밥에 젓갈을 얹으니 밥맛이 절로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