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산에 들다

강화도 고려산 산행기 -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dreamykima 2007. 4. 24. 11:56

날 짜 : 2007년 4월 21일 토요일 / 나홀로
장 소 : 강화도 고려산
교 통 : 신촌 -> 강화 버스터미널 : 4,900원 - 오전 9시 45분.
          그 담부턴 걸어다니거나 히치. 20여km 걸었다.

 

일요일(4/22)은 걷기 모임이 있어 20여km를 걸을 예정이었다.
지난 목요일(4/19) 8km를 뛰고 다리가 약간 뻐근한 감이 있어 산책삼아 낮은 산으로
다리를 풀러가기로 했다.
요사이 꽃구경을 못했으니 찾고 찾다 결정한것이 진달래가 멋지다는 강화도 고려산.

 

코스를 살펴보니 천천히 걸어도 4시간정도면 충분하다 싶다.
시간이 많으니 강화도 산행 후, 인천에 들러 올 요량이었다.

 

가까운 곳이어서 늦잠을 자도 충분하지만 웬일인지 일찍 눈이 떠진다.
간만에 나서는 산행에 대한 설렘때문인가?

주먹밥과 과일, 물을 챙겨 집을 나선다.


신촌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강화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는 아침 5시 40분터 10~15분 간격으로 자주 있다.
1시간 20분쯤 걸린다.

 

9시 45분. 버스에 탑승해서 한숨 졸고나니 11시 5분 강화버스터미널이다.
관광안내소에서 관광지도를 얻어들고 내 지도와 함께 참조해가며 청련사를 향해 걷는다.
고려산 자료를 보니 강화읍내에서 그다지 멀지 않아(?^^) 처음부터 걸어 갈 요량이었다.

시간도 많고 바쁠 것이 없는 길이 아닌던가.

강화에는 세 번째 왔지만 이렇게 걷지 않으면 그 지리가 익혀지지 않는다.

 

버스터미널을 오른쪽으로 두고 직진하면 48번 국도와 만난다.
그 곳에서 좌회전을 해서 48번 국도를 따라 직진하기만 하면 된다.
읍내 구간을 벗어나면 차선이 좁아지고 인도가 없는 구간도 있으므로 잘 살펴서 걸어야 한다.
철물점의 농기구들도 구경하고 빵집에 들러 빵도 하나 사고 꽃집의 작은 화분들에도 눈길을 주며
느릿 느릿 걸으니 국화저수지가 나온다.

운좋게도 그 곳에서 족히 50cm쯤 되는 잉어를 낚는 것을 보았다. 

 

 

저수지를 만나면서부터 48번 국도와는 이별하고 저수지 가장자리를 따라 걷는다.
냉이, 꽃다지, 민들레 천국이다.
아 ~ 행복하여라 ~

 

저수지 끝까지 가면 다시 48번 국도로 올라서서 직진을 하다 좌회전을 해 국화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직진하다보면 자그마한 다리가 나오고 다리 건너기 전 작은 개천을 왼쪽으로 두고

산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데 그곳이 청련사 가는길이다.
표지판이 엉성해서 적석사 방향으로 100여m 가다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되돌아왔다.
훤한 대낮에 대로변에서 내가 알바를 다하다니...쩝~

 

버스터미널에서 11시 15분쯤 걷기 시작한 듯 싶은데 청련사 입구에 선 시각이 12시 반이 넘었던 것 같다.
거리는 4~5km밖에 안되는데 오다가 하도 해찰을 많이 해서 시간이 길어졌다.
그래. 느리게 걷자꾸나. 바쁠 것 없는 길이 아니던가.
 

 

 

청련사로 올라가는데 많은 사람들이 벌써 하산하고 있다.
대개 적석사로 올라 청련사로 하산하는 듯 싶었다.
내 생각에 오늘처럼 개스가 가득해서 시야가 좁은 날엔 비록 구름 뒤에 숨었을지라도 해가 중천에 떠서
어느 정도 개스가 거치고 날이 개이는 때를 기다려도 좋을터인데...무에 그리 바빴을꼬...

난 오늘 지도상의 미꾸지고개라는곳까지 갈 예정이므로 청련사를 시작 기점으로 잡았다.
청련사 오르는 길에 낚시제비꽃, 남산제비꽃, 괭이눈을 만났다.
 
청련사는 오래된 절집이라지만 너무도 인위적인 손을 많이 타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저 한 번 바라보고 바로 등산로로 들어선다.
진달래가 많은 산이다.
안개비가 내리고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길을 묵묵히 걷는다.
날씨가 계속 이렇다면 능선에 서도 진달래 구경은 못하는게 아닌가 싶지만 어쩌랴~

 

갈림길도 없이 외길을 계속 걷다보면 고려산 정상이 나오고 우측으로 군부대 기지가 있다.
그 기지를 오른편에 두고 산허리를 에둘러야 진달래 군락지로 갈 수 있다.
나는 전화 통화를 하다 그대로 직진하여 하산길로 접어들어 한참을 내려가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다시 올라와 제대로 된 길을 잡았다.
오늘 알바 두 번째다.-.-

 

기지 바로 아래 너른 공터가 있는데 낮은 산인데다 진달래가 한창이라서인지 단체산행객들이 많다.
곧바로 진달래 군락지를 향해 걷는다.

 

봄의 산은 날마다 새롭고도 새롭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나뭇잎의 채도를 느낄 수 있는가.

 

 

 

 

 

 

  

 

 

 

 

 

  

능선을 걷다보니 고려산은 진달래도 좋지만 소나무숲길이 참 좋은 산이다.
축축히 젖은 솔가지들이 부드럽다.
 

 

 

소나무들은 음풍농월의 충동과는 거리가 먼 경건하고 단정하다고 소설가 김훈은 말했다.

 

 

봄의 소나무숲은 다른 활엽수림의 신록처럼 화사하지도 않고 들떠있지도 않다고...

 

봄의 소나무숲은 겨울을 견뎌 낸 그 완강함 푸르름으로 진중하고도 깊게 푸르다고...

 

 

능선을 걷다 보면 또 다른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 길로 가야 적석사로 가는 길이다.
적석사와 낙조봉 갈림길에서 또 다시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내려가보니 별거 없었는데 괜시리 내려왔다고 혼자 궁시렁거리며 대웅전을 오른쪽으로 끼고

낙조대 오르는 길을 찾아 오른다.
날씨가 좋지않아 개스가 가득하니 아까보단 나아졌으나 시야가 흐릿하다.
멀리 아래로 내가저수지가 보인다.

 

낙조대에서 지도를 확인하니 다시 능선을 뒤로 걸어 낙조봉으로 올라 좌측길로 가야만
미꾸지고개 가는 길이다.
그 때부터는 거의 혼자서 걷는 길이 되었다.
대부분 미꾸지고갯길로 하산하지 않고 적석사에서 하산하는 듯 싶었다.

 

적막하다.
그러나 이제야 산 같다.
현호색과 산괴불주머니, 개별꽃 등과 조우하며 적막한 산길을 걷는다.


시간은 5시를 넘어간다.

저 아랫마을이 가까울즘에 갈림길이 또 하나 나오는데 미꾸지고갯길과 오상리로 내려가는 길이다.


인천에서 만나기로 한 지인이 오늘 강화도로 캠핑을 오시기로 했다고 했다.
내 하산 시간이면 내가 인천에 가기도 전에 강화도에 오실 듯 하다.
거의 다 하산을 했으므로 미꾸지고개를 포기하고 오상3리로 내려선다.


5시 40분이다.
내려서기가 무섭게 지인들이 강화도를 향해 출발했다는 전화가 온다.

내가 아직 강화도내에 있으므로 그 분들을 뵙고 서울로 돌아가기로 했다.

 

결국은?

강화도에서 나오질 못하고 그 분들 캠핑하는데서 아무 준비도 없이 하룻밤을 보냈다.

그나마 내 충실한 도반(?)인 배낭속에 기본적인 것들이 들어있어 얼마나 다행스러웠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