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산에 들다

태백산 산행기 4 - 철쭉대신 맑은 하늘과 귀한 들꽃들을 만나다.

dreamykima 2007. 6. 5. 08:56

날 짜 : 2007년 6월 2일 with 버디
코 스 : 유일사매표소 - 쉼터 - 망경사 갈림길 - 장군봉 - 천제단 - 문수봉 - 당골
교 통 : 6월 1일 : 청량리 - 태백 22:40 무궁화호 15,200원,

          유일사입구까지 모녀 산객들과 카풀 둘이서 6,000원
          6월 2일 : 당골 - 터미널 시내버스 : 1,200원, 
                       태백 - 원주 : 12:54 무궁화호 8,700원 

 

버디와 태백산 철쭉을 보러 가기로 한다.

마침 날봄이가 토요일부터 치악산 밑 금대리에서 캠핑을 하자해서 금요일 밤기차로 산행을 갔다가

원주 금대리 오토캠핑장으로 갈 계획을 세웠다.

 

며칠 전, 버디에게 문자가 온다.................'토요일 태백 흐리고 한 때 비'

...'기상청 안믿어'... 안믿길 잘했지. 도대체 왜 그리 안맞는거얌!

 

그리고 비 좀 맞으면 어떠랴~~싶었다.

나는 비 맞는걸 싫어하긴 하지만 산에서는 이상하게 참을만하다.

아무래도 비 맞는걸 싫어하는 것보다 산을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커서인 듯 하다.

 

1월 6일 신년산행을 태백산으로 다녀왔으니 딱 6개월만에 다시 태백으로 가는 밤기차를 탄다.

다행히 지난번보다 잘 잘 수 있었다.

 

태백에 도착하니 새벽 3시.

지난 겨울보다 현저히 줄어든 등산객.

 

24시간 하는 양지기사식당을 찾아들어가 이른 아침을 먹는다.

너무도 운좋게 식당에서 모녀 산객을 만나 유일사까지 서로 카풀을 했다.

개인택시를 불렀는데 m요금을 받는다.

대개 유일사까지 15,000원을 받는데 m요금을 받으니 12,400원쯤 나왔다.

산객이 적어 카풀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식당에서 카풀할 사람을 만나고 게다가 요금도 적게 나오고...

오늘 아무래도 행운이 따르는 산행을 할 듯한 예감이 들었다.

 

이른 새벽 4시 50분.

지난 겨울때는 5시 30분부터 산행을 시작했었는데 무척 캄캄했었다.

오늘은 5시도 안되었지만 훤한 새벽의 기운속에 산행을 시작한다.

 

새벽 숲속에 서 보았는가.

그 기운을 느껴보았는가.

점점히 아침 첫 햇살이 퍼져 들어오는 그 새벽의 아름다움을 아는가. 


 

날이 흐리다고? 정말 기상청을 어찌해야할까....

 

천천히 오르다보니 해가 떠온다.

흐미~~아까워라.

이럴줄 알았으면 서둘러 올라가 일출을 보았을것을...

 

초입에 만난 주목에 새벽의 첫 햇살이 스며들고 있다.

 

 

산객이 거의 없는 길에 가족으로 보이는 산객들만 우리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한다.

햇살이 점점히 퍼져들어오는 산길을 설렁 설렁 걸어 오른다.

  

 

유일사 쉼터를 지나 장군봉으로 길을 잡는다.

그 때 내 눈에 확~하고 들어오는 작은 들꽃 하나.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했던가.

이제는 어디선가 금강애기나리를 만나고 싶다고 소원했었다.

 

버디가 그 작은 것들이 어찌 그리 눈에 잘 들어오느냐고 묻는다.

그러게....나도 신기할 따름이다.

우째 그리도 작은 들꽃들은 다른 사람보다 내 눈에 잘 띄는지...

 

사랑하면 알게되고 사랑하면 보이나니...^^

 

문수봉까지 걷는 내내 금강애기나리를 만날 수 있었다.

이 한가지만으로도 행복한 산행이 되었다.

 

나중에 더 많은 행복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능선에 서니 해가 이미 저너머 구름속에서 빛나고 있다.

 

 

아~이쁜 아침 산 능선들~~~~

 

 

햇살이 제법 퍼지고 있다.

너무도 멋진 광경이었는데 내 똑딱이 카메라의 한계다. -.-

 

 

지난 겨울에는 저 나무에 눈이 한가득해서 이쁜 상고대가 피었었는데...

 

 

언제나 그 자리에 멋진 주목들.

 

 

함백산 정상이 한 눈에 들어온다.

 

 

햇살이 산 능선으로 점점 퍼지고 있다.

카메라 렌즈가 아무리 좋아도 사람 눈만은 못하다.

언제나 느끼는것이지만 눈으로 보고 가슴에 담는 것이 훨씬 아름답다.

 

 

아직 철쭉은 일렀다.

그러나, 파란 하늘과 싱그런 녹음 그 길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장군봉을 넘어와서 천제단으로 가는 길에 장군봉쪽을 배경으로 선 버디.

  

 

장군봉에서 천제단 가는 길에 만난 까마귀 가족.

 

 

아~ 가슴이 트이는 것 같다.

 

 

천제단 조금 못 미쳐 귀한 노랑무늬붓꽃 군락지를 만났다.

환호성을 질렀다.

금강애기나리에 귀한 노랑무늬붓꽃까지...

 

오늘 태백산 산신령님은 나에게 큰 선물을 주셨다.

벌써 대여섯번 이상 다녀간 태백산이지만, 올때마다 좋았던 태백산이다.

이번에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푸른 하늘이 눈부시다.

 

간만에 내 사진도 그냥 올려본다. ^^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선 천제단의 모습.

 

 

태백산 천제단.

아름다운 날이다.

 

 

내 산행 동무. 

 

  

보지 않고서야 어찌 이 맑은 하늘을 논할 수 있으랴~

 

이른 아침식사였지만 버디나 나나 밥 한그릇을 뚝딱 먹고 난 후라 배도 고프지 않고 간식 생각도 없다.

천제단에서 사진 몇 장 찍고 주위 풍경을 가슴에 담은 다음 문수봉을 향해 걷는다.

시각은 아침 7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문수봉 가는 길에 천제단을 향해 되돌아 본 하늘 모습.

 

 

그나마 몇 안되는 등산객들은 유일사로 올라 망경사로 해서 당골로 하산을 하고,

문수봉을 향해 걷고 있는 건 버디와 나 둘뿐이다.

아직 이른 시각이어서인지 산객이 참 적은 날이다.

교행하는 산객도 거의 없다.

 

호젓한 산길에 등산로 초입부터 산새 소리들만 가득하다.

 

 

문수봉 가는 길에 서 있는 멋진 주목.

 

 

하늘이 너무나 예뻐서 하늘을 배경으로 찍어보았다.

 

 

오늘은 하늘이 정말 예쁜 날이다.

산행을 많이 다녔지만 오늘같은 날을 만나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멋진 주목, 멋진 하늘.

 

 

자~ 이제부터는 하얀 자작나무 숲길이다.

버디와 내가 좋아하는 길이다.

 

사람들은 왜 이 길을 걷지 않고 망경사로 그냥 하산해버리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여기에 이렇게 아름다운 숲길이 있다는걸 모르는 듯 하다.

 

내 생각엔 태백산 능선 중에 이 길이 제일 아름다운 길이다.

 

 

 

숲을 비집고 들어온 햇살에 하얀 자작나무 가지들이 반짝 반짝 빛나고 있다.

 

아~ 어쩌면 사진이 이렇게밖에 표현이 안되는걸까.

 

 

문수봉이다.

봉우리가 여러개인데 봉우리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향을 피우며 기도를 하고 있어서

가까이 갈 수 없었다.

 

 

문수봉에서 당골로 하산하는 길에 만나게 되는 주목.

 

이 주목아래서 떡과 과일로 간식을 먹고 천천히 하산했다.

 

 

 

당골을 200여m 남겨두고 계곡에서 세족의 기쁨을 누리기로 했다.

발을 담그고 시간을 재 보았는데 너무 차가워서 5초를 넘기기가 힘들다.

 

한참을 쉬며 놀다가 당골 광장에 다달으니 오전 11시다.

새벽 4시 50분에 시작한 산행이 오전 11시에 끝이 났다.

 

산행내내 귀한 들꽃들을 많이 만났다.

금강애기나리, 노랑무늬붓꽃, 벌깨덩굴, 큰애기나리, 앵초, 개별꽃, 삿갓나물, 풀솜대, 감자난초,

광대수염 등 등...

 

특히, 금강애기나리와 노랑무늬붓꽃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다.

오늘은 태백산 산신령님께 들꽃종합선물세트를 받은 날 같다.

 

예년에 비해 무척이나 늦게 피고 있는 철쭉은 우리를 약간 실망시켰지만,

철쭉대신 너무도 귀한 선물을 받았기에 만족스럽고 행복한 산행이었다.

게다가 사진에서 보는것처럼 날씨가 정말 좋았다.

 

새벽 일찍 시작한 산행이었기에 뜨거운 햇살에 고생도 하지 않고 아름다운 태백산을 보았다.

 

주차장에 오니 바로 터미널로 가는 버스가 있다.

터미널까지는 약 20여분 걸린다.

 

점심먹고 12시 54분 원주행 기차를 탔다.

이제 치악산 밑 금대리 오토캠핑장으로 가서 캠핑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