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07년 8월 15일 / with 걷기 모임 회원들
내가 속해있는 걷기 모임에서 매주 수요일에 한강변 야간도보를 한다.
대개 7호선 뚝섬유원지역에서 모여 13~4km를 2~3시간안에 걷는데,
나는 정해진 퇴근시간이 있고, 모임장소가 멀어 참석하지 못한다.
지난 15일,
마침 휴일인데다 요즘 비가 오락 가락해서 산엘 갈 엄두를 못내기 때문에 오랜만에 걷기 모임에 나갔다.
7호선 뚝섬유원지역(청담대교) 아래서 오후 5시 30분에 출발하여
잠실대교, 잠실철교, 올림픽대교, 천호대교를 지나 광진교로 한강을 건넜다.
도강 후, 올림픽대교까지 왔을 때 한 차례 무서운 소나기가 지나갔다.
덕분에 대교 밑에서 소나기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간식도 먹고...시원한 얼음 막걸리도 마시고...
소나기는 그야말로 소나기여서 잠시 쉬고 있자니 언제 비가 왔냐는 듯 그친다.
다시 걷기 시작하여 잠실대교까지 간 사이 다시 비가 내린다.
잠실대교 아래서 잠시 기다리니 비는 다시 그치고 날이 개이기 시작한다.
올림픽대교 아래서 만났던 소나기가 한강변의 길들을 물바다로 만들어 놓았다.
걷기가 끝난후에 갈아신으려던 샌들을 미리 바꿔신고 걷는다.
신발 바닥의 쿠션이 아무래도 트레킹화보단 덜하다.
별로 깨끗하지 않는 빗물이지만 발가락 사이를 넘나드는 물의 감촉이 상쾌하다.
가끔 생각하는데 물은 상당히 애로틱한 면을 띠고 있다.
원래는 청담대교 지나 영동대교까지 가서 한강을 다시 건넌 다음에 원점 회귀할 계획이었으나 비도 오락 가락 하고,
10여km는 넘게 걸은 듯 싶고, 사람도 적고....이래 저래 잠실대교를 건너 자양동 빈대떡집에서 걷기를 종료한다.
술을 마시지 않는 두 사람을 앞에 두고 삼치항님과 주거니 받거니 소주를 두 병이나 마셨다.
나는 한 넉잔쯤 마셨다. 평소보다 약간 오버~
10시 반경, 빈대떡집을 나서 뚝섬유원지까지 짐을 가지러 가야한다는 마틴님과 다시 걷는다.
뚝섬유원지역까지 온 시각이 11시 5분전 쯤.
알싸한 술 기운에 화려한 야경과, 강바람의 시원함이 나를 유혹한다.
시간은 11시.
한 30분쯤 더 걷는다해도 집으로 돌아갈 시간은 충분하고, 술을 좀 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멀리 간다던 마틴님이 흔쾌히 함께 걸어주겠다고 한다.
처음 생각엔 서울숲쯤을 지나면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걷다보니 영동대교를 지났고,
걷다보니 성수대교를 지났고,
건다보니 동호대교, 한남대교, 반포대교, 동작대교, 한강대교, 한강철교, 원효대교를 지났고,
결국 마포대교까지 걸었다.
밤이 깊을수록 한강 다리의 불빛들은 화려해지고 그 불빛 너머로 한껏 웅크린 아파트군들의 시커먼 그림자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 안에선 지금쯤 수 많은 사람들이 꿈나라를 헤매고 있을게다.
그 웅크린 콘크리트 더미 안에서 그들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나는 나대로 무엇을 꿈꾸며 이렇게 걷고 있는 것일까.
나는................아직은 이르지만 기어이 오고야 말 저 너머의 푸른 새벽을 기다린다.
어제의 새벽보다 더 성스럽고 아름다울 그 새벽의 기운들을...
다음 날, 삶에서 내가 해내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없었더라면 나는 그 새벽을 만날때까지 걸었을 것이다.
마포대교 아래에 선 시각이 새벽 3시.
에효~~~어쩌자고....
다음 날은 힘든 하루를 보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가 되면 다시 걷고 싶다.
강물은 평화롭고 유유했으며, 나를 스치는 밤바람이 자유롭고 부드러웠던 그 길을...
힘들었을터인데 혼자 두고 가지 않고 함께 걸어준 마틴님에게 감사...
즐거운 동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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