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길에 서다

봄의 여행 - 생일도를 느리게 걷다.

dreamykima 2008. 5. 16. 12:52

날 짜 : 5월 10~12일 / 2박 3일 섬여행 / with 선주언니, 희연씨

장 소 :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도 & 생일도

 

청산도에서 오후 1시 배를 타고 완도로 나왔다.

약 45분이 걸렸다.

이제 점심을 느긋하게 먹고 생일도로 들어가는 3시 배를 탈 예정이다.

 

이번 여행에 참 즐거웠던 일 중 하나가 교통편의 연계를 기다리며 허비하는 시간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다면 또 다른 재미를 찾았겠지만, 우리가 가고자 하는 시간에 너무 잘 맞게 교통편이 딱 맞아떨어져서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바닷가에서 백반에 생선구이 한마리 안준다고 한이 맺힌(?) 선주언니를 위로하고자 여객선터미널 앞 기사식당에 들어가

생선구이 백반을 시켰는데 정작 생선은 맛이 없고 국이 시원하고 좋았다.

 

생일도는 약산도 당목항에서 오가는 배가 많고 완도에서 오가는 배는 하루에 딱 두번.

당목항에서 오가는 배는 생일도의 면 소재지가 있는 서상으로 오가고, 완도에서 출발하는 배는 생일도 남쪽 용출리로 간다.

 

지도상에서 보는 생일도는 작은 섬이다.

섬 한가운데에 해발 483.1m의 높은 백운산이 있고, 그 백운산 발 아래 해안가를 따라 마을들이 있다.

마을이라고 해봐야 용출, 굴전, 생일면소재지인 서성리와 유촌, 금곡마을뿐이다.

이런 지형이 나를 끌었던 것 같다.

작은 섬이어서 모든 마을을 들러도 하루내 모두 돌아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언젠가 백운산 산행을 위해 다시 한 번 오리라 생각한다.

 

 

 5월 11일 오후 2시 51분.

 완도에서 생일도로 가는 섬사랑5호 앞에서 희연씨와 한 컷~

 3일 내내 모자도 안쓰고 다녀서 약간은 새카매졌다. 흐미~

 

 청산도를 오가는 배보다는 작았지만 꽤 큰 배였는데 배가 출항하고 보니 섬주민 한 분과 우리 세 명이 승객의 전부였다.

 승객이 4명이었는데 나중에 보니 선원도 4명이더라~

 

 이 배는 해남운수 소속인데, 정부에서 낙도 오지를 운행하도록 하고 보조금을 주는 배라고 했다.

 생일도 용출리를 거쳐 덕우도로 간다고...

 덕우도는 생일도 아랫섬으로 남북으로 긴 섬인데 지도상에서 볼 때 동서의 길이는 채 1km가 안되고

 남북으로도 채 3km가 안되는 작은 섬이다.

 근데, 70가구에 15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섬이라 했다.

 그렇게 작은 섬에 아직도 그 인구가 남아 있는것은 아직 살만하다는 의미이겠지~

 

 내 장난끼가 발동하여 조타실을 점령하였다. ㅋㅋ

 항해사님이 타주는 맛난 커피도 마시고...이런 저런 섬에 대한 얘기들도 듣고, 배 운행에 대한 얘기들도 듣고...

 

 선주언니와 희연씨는 배의 조타실에 이어 나중에는 생일 면사무소 인터넷사랑방, 생일도에 있는 유일한 파출소까지 점령(?)해 버리는 

 내가 대견하기도 하고 약간은 적응이 안되는 눈치였지만, 난 여행을 항상 그리 다녀서 그다지 새로울것도 없었다. ^^

 

 바다에도 고속도로가 있는걸 아시는가?

 난 이번에 처음 알았다.

 

 위의 사진은 조타실 컴퓨터이다.

 분홍색으로 표시된 길이 바다에 있는 고속도로이다.

 분홍색 화살 표시가 방향을 지시하는 것이고, 바다위의 고속도로는 부위라는 중앙분리대도 있다.

 번호를 붙여 1번 부위, 2번 부위, 이런식으로 부른다.

 

 현재 우리배는 모항도 밑에 검정 동그라미로 표시되어 있고, 까만선이 우리배가 가고 있는 항로이다.

 원래는 고속도로를 타고 가야 하지만 작은 섬들을 들려야 해서 일종의 국도로 가고 있는 셈이다.

 까만선이 생일도의 용출리에 들렀다가 덕우도로 가게 되어 있다.

 

 모든 배에는 양쪽에 빨간불과 파란불이 들어오는 신호등이 있는데 밤에는 그 신호를 비춰

 선머리가 어디로 향해 있음을 다른 배에게 알린다고 한다.

 

 궁금한건 못 참고, 호기심 천국인 나~

 덕분에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친절하게 조타실에 들어가게 해주시고, 맛난 커피도 타 주시고, 이런 저런 얘깃꺼리 풀어놓아주신 해남운수 섬사랑5호 직원분들께

 매우 감사드린다.

 

 완도에서 생일도까지는 1시간 15분이 걸려 4시 15분경 생일도에 도착하였다.

 원래는 1시간정도 걸린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마도 우리랑 수다떠시느라 천천히 달렸던게야~ ㅋㅋ

 승객도 없고 그 분들도 바쁠것이 없었으리라~

 

 여행을 떠나면서 교통편 말고는 일부러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 간다.

 왜냐면, 그 정보의 틀에 내가 맞춰질까봐서이다.

 전혀 사전지식없이 가서 잘 몰랐는데, 생일도는 다시마와 미역으로 매우 유명한 섬이었다.

 용출리 도착하자마자 만난 다시마 공장.

 

 생일도 옆에 있는 금일도 또한 비슷한데,

 오지 식구들이 생일도로 넘어오면서 축제를 하고 있는 금일도에서 얻어온 미역과 다시마등을 나누어 주었다.

 

 집에 와서 미역을 씹어보니, 짜지도 않고 매우 맛나다.

  

 용출리 앞바다.

 몽돌해변이었다.

 사진에서 보는것처럼 해변가까지도 바닷물이 매우 푸르고 깨끗하다.

 근거리에서 양식을 할 수 있는것도 그 덕이리라~

 

 오지식구들은 벌써 금일도로 넘어왔다고 했지만, 그냥 우린 우리대로 설렁 설렁 걷다가 나중에 합류하기로 했다.

 용출리에서 생일도 남쪽 해안가를 따라 면소재지까지 걸어 갈 예정이다.

 약 7km정도이다.

 

 용출리를 빠져나오면서 차를 달려온 오지식구들을 만났지만 인사만 나누고 그대로 통과.

 나중에 만나기로 하고, 우린 가던 길을 간다.

 

 굴전리 마을 앞을 지나가면서 바라본 바다.

 푸른 바다엔 온통 미역과 다시마 양식장이다.

 

 생일도 동쪽으로 바라보이는 바다.

 가운데 있는 섬은 목섬, 그 뒤로 낭도, 저 멀리 큰 섬은 금일도이다.

 

 차도 없고, 인적도 없는 길.

 시간이 오후 5시를 넘어가고 있다.

 

 금곡리에서 용출리로 오는 약 2km정도가 끊겨 있지만 생일도는 해안가를 에두르는 해안도로가 있다.

 생일면소재지를 기준으로 남쪽 해안으로 약 7km, 북쪽 해안으로도 약 7km쯤이다.

 설렁 설렁 걸으며 여행하기에 딱 좋은 코스이다.

 

 나중에 현지 주민께 여쭈니 금곡리에서 용출리로 다니는 길이 생일도의 백운산 임도길로 연결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옛길이 있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숲이 우거져 찾아가기 힘들다고 한다.

 예전엔 그게 큰 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길 끝에 바다가 있다.

 생일도를 걷다보면 이 말이 정말 와 닿는다.

 

 생일도 동쪽 바다. 여기도 미역과 다시마가 바다를 점령하였다.

 금일도가 손에 닿을 듯 가깝다.

 

 부드러운 햇살을 받으며...

 

 생일면소재지에 가까워졌다.

 이곳에도 논이 아주 많았는데 거의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한다.

 농사에 쓸 힘을 모두 양식업을 하는데 쓴다고...

 생일도는 일이 아직 많은 섬이다.

 팔순이 넘으신 분들도 한 달을 열심히 일하시면 3~4백만원을 손에 쥔다고 하니.....대단하지 않는가.

 

 일철이면 외지에서 들어오는 일꾼들이 생일도 전체 인구수의 몇 배라고 한다.

 그럼에도 민박이나 식당 등도 별로 없고 아직 관광지가 아닌 그런 조용한 섬이다.

 그 덕에 인심이 살아있는 섬이기도 하다.

 

 생영초등학교.

 누가 학교를 돌보는지 학교가 매우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다.

 특히 조경에 무지 신경을 쓰는 듯 했다.

 

 4시 15분경 용출리를 출발하여 6시경 생일면소재지에 도착하였다.

 여기에서 민박을 정하고 다음날 북쪽 해안가를 따라 생일도를 걸을 예정이었는데,

 오지 식구들이 용출리에서 민박을 할꺼라며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달님을 기다리는동안, 생일면사무소 인터네사랑방에 들렀다.

 초등생들과 중학생들의 게임방 같았다.

 그 덕에 그 멀고 먼 남쪽 섬에서 내 블로그와 카페에 안부인사도 남길 수 있었다.

 

 6시 30분.

 달님이 데리러온다 하셔서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인터넷사랑방을 떠나 다시 용출리방향으로 걷고 있는 참이다.

 서녘해에 드리워지는 우리의 단체사진 한 컷~!!

 

 우리 셋은 2박 3일 여행길에 아주 잘 맞는 동무였다.

 여행을 떠나면 무엇이 그리도 즐겁고 신나는지...3일 내내 깔깔거리며 다녔다.

 

 다시 용출리다.

 달님을 따라 민박집으로 향하면서 무언가 발견했나보다~

 선주언니와 희연씨의 눈이 동그래진다.

 

 돌담길 돌아 돌아 민박집으로 향하고 있는 달님의 뒷모습.

 

 저 돌담을 돌아 오지 식구들을 만났다.

 키*이모야~~~~하고 달려와 안기는 채원이 녀석.

 못 본 몇 달 사이에 부쩍 또 컸다.

 오후님, 영빈이, 청원이, 나무언니, 소영언니, 태희언니...다들 오랜만에 만나니 얼마나 반갑던지...

 

 이게 무언지 아시는가~

 전복죽이다.

 저렇게 큰 전복이 들어간 죽은 생전 처음 보았다.

 저걸 아낌없이 내어주신 부부께 정말 감사한다.

 

 여전히 우리는 시장 볼 시간이 없어 시장을 보지 못하고 생일도로 들어왔다.

 생일도는 청산도보다 작은섬이라 변변한 식당이 없다.

 마트는 하나 있더라~그나마도 다음날 문이 잠겨 아무것도 살 수 없었지만...

 

 무언가 좀 살까 했으나, 아무것도 필요없고 먹을꺼 많으니 그냥 오라는 영빈이의 말에 정말 아무것도 안들고 가서

 정말 푸짐한 저녁 만찬을 즐기고 왔다.

 전복죽에, 직접 캔 미나리에 싸 먹는 삼겹살에, 금새 한 뜨끈한 밥에, 맥주에, 과일에...

 오지식구들을 처음 보는 희연씨는 먹꺼리도 풍부하고 정말 많이 먹는다고 옆에서 놀라더라~

 우리 오지인들은 어디가나 정말 잘 먹는다. ^^

 

 용출리 주민의 배려하에 잠잘곳을 마련했으나, 사람도 많고 조금 불편할 듯 하여 우리 셋은 금곡 마을에 민박을 정하였다.

 저녁 먹기전에 나무언니와 이파리님의 배려로 생일면소재지까지 나와 민박을 잡으려 했으나 황당하게도 민박집이 없었다.

 유일한 민박집은 주인이 출타중이어서 방을 구할 수 없었다.

 작은 식당같은게 있어 들어가 여쭈어보니 마침 그 앞을 지나치던 마을 버스 기사가 민박을 한다고 세워주었다.

 

 생일도의 유일한 마을버스 기사이자 민박집 총각(?)과 민박비를 20,000원에 흥정하였다.

 여기는 관광지가 아닌 것 확실하다.

 청산도는 방 하나에 무조건 50,000원이라 하던데...

 아님, 다들 웃으며 하던 말로....그 섬총각이 나에게 반했거나~~~

 다음 날~ 계속 나를 이리 저리 태워주겠다고 하는 걸 보니 그런것도 같고......잘했으면 섬총각에게 시집가는건데....ㅋㅋㅋ

 근데, 총각 맞나? 하하하

 

 저녁을 먹고 다시 나무언니와 이파리님이 너무 늦지 않게 섬을 빙 돌아 반대편에 민박을 잡은 우리를 데려다주고 가셨다.

 난 나무언니와 이파리님이 우리랑 함께 지냈으면 했는데 그냥 가서 얼마나 서운했던지...

 내 생각은 그 쪽은 사람이 많고 방이 좁으니 그냥 편하게 자고 다음날 다시 오지식구들과 합류하면 된다고 편히 생각했는데

 나무언니의 생각은 나랑은 달랐던가 보다.

 

 덕분에 우리 셋은 너른 방에서 이불을 한 채씩 끌어안고 굴러다니며 아주 편히 잤다.

 기름보일러를 쓰던데 얼마나 방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던지 마치 찜질방에서 자는 것처럼 따뜻하게 잤다.

 새벽에 일어나 보일러 계속 돌아가는 소리에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어 보일러 이제 꺼도 되겠다고 말했을정도이다.

 연 이틀 잠을 설치고, 계속 걸어다녀 많이 피곤하였는데 따뜻한 방에서 푹 자고 일어나니 몸도 마음도 아주 개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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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새벽잠이 없다.

이상하게 나는 어렸을때부터도 저녁잠이 많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생활습관을 지녔지만, 요즘은 더욱 그렇다.

아마도 날이 빨리 밝아서 그런것 같다.

나는 특별히 아플때 외에는 낮잠이란걸 모르고 사는데 밖이 훤하고 방안이 컴컴하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피곤할법도 한데 5시도 안되어 일어났다.

선주언니와 희연씨는 아직 꿈나라다.

 

선주언니의 말에 의하면 밤새 내가 끙끙 앓았다고 하는데...난 도무지 기억에 없다.

희연씨 말처럼 몸은 힘든데 정신력으로 버티고있거나,

정말 즐겁고 행복한 기분이어서 몸이 힘든걸 내 뇌에서 전혀 느끼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일 듯도 싶다.

 

밤새 끙끙댔거나 말거나 난 또 새벽같이 일어났다.

어제도 일출본다고 모두 자고 있는데 새벽 5시에 일어나 바다로 나갔었는데...

하긴 나도 어디서 이런 체력이 나오는지....정말 정신력인지....알 수가 없지만, 여행을 가면 난 더 부지런해진다.

아마도 많은 것을 보고 싶은 욕심에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5/12 오전 6:00 금곡 마을의 새벽.

 오른쪽 옆에 우뚝 솟은게 해발 483m가 넘는 백운산이다.

 우리가 묵었던 민박집은 가운데 차 지붕이 살짝 보이는 단층 양옥집이다.

 

 두 사람이 깰까봐 조심 조심 있다가 결국 5시 반이 넘어가자 도무지 좀이 쑤셔서 누워있을수가 없어 조용히 일어나 움직여본다.

 일단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니 벌써 많은 이들이 움직이고 있다.

 민박집 총각도 세수를 하고 있다가 내가 일어나 나가자 금곡해수욕장까지 태워다주겠다고 한다.

 

 정중하게 거절하고 천천히 걸어본다.

 민박집에서 금곡해수욕장까지는 1km가 채 안되는 거리이다.

 이런 아름다운 새벽 산책을 내가 왜 포기하겠는가~

 

 금곡해수욕장.

 앞에 보이는 밭에 빨갛고 파란것들은 다시마를 말리기 위한 것이다.

 밭에 자갈을 깔고, 그 위에 저렇게 그믈망을 치고 다시마를 널고 또 다시 그믈망을 치고 새벽에 시작하여 하루면 모두 말린다고 한다.

 내가 봐도 햇볕이 좋고, 바람이 잘 불어 금새 마를 것 같았다.

 

 해수욕장 가는 길로 내려가지 않고 용출리로 이어지는 길이 있지 않을까 해서 끝까지 가보았으나 길이 막혔다.

 현지 주민께 여쭈니 예전엔 그 길이 큰 길이었는데 요즘은 사람이 다니지 않아 풀숲으로 우거지고 낭떨어지로 연결되고 있기도 해서

 모르는 사람이 찾아가기는 위험하기도 하고 쉽지 않다고 한다.

 대신 백운산 임도를 통해 용출리와 연결되는 도로를 닦는중이라 했다.

 

 섬에는 물을 확보하는것도 큰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용출리에 도착했을 때 백운산 어디쯤에 저수지를 만들기 위해

 길을 닦고 있는것을 보았다.

 

 현재 시각 오전 6시 39분.

 

 용출리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되돌아나와 금곡해수욕장에 내려서본다.

 이른 새벽부터 부자가 새벽산책을 나왔구나~~~

 둘이서 물수제비도 뜨고 두런거리기에 참 아름답다 생각하여 사진을 찍고보니 아빠와 아들이 아닌 사촌형제간이었다.

 

 장흥에서 생태마을을 만들고 있다는 젊은 사람은 3년째 한옥을 짓고 있다고 했다.

 나도 한옥에 관심이 많은데 위치나 좀 알아둘껄....싶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 번 찾아가보게~~~~

 

 뜻밖에 모르는 사람과 새벽 데이트를 하고 느린 걸음으로 금곡마을을 한바퀴 돈 다음 다시 방으로 돌아가니

 둘이서 벌써 일어나 채비를 하고 있었다.

 

 아직 먹을 반찬도 남았고, 쌀도 남았지만 밥을 하는게 마땅하지 않아 대충 나가서 사 먹을 생각을 하고 민박집을 나서는데

 민박집 아주머니께서 아침은 먹었느냐...고 물으시더니 밥은 먹고 가야 한다시며 우릴 주방으로 데리고 가 밥을 한그릇씩 퍼 주셨다.

 이런 감사할데가....덕분에 따뜻한 밥 한그릇씩에 남은 반찬 다 먹고 불러진 배 두드리며 설겆이 해 두고 집을 나선다.

 

 주방 통째로 내어주시고 어딜 다녀오시는지 우리가 한참을 기다렸다.

 인사는 하고 와야지~~

 

 아주머니께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떠나오는데 민박집 총각이 마을버스를 끌고 돌아온다.

 이래 저래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이제 생일도 북쪽 해안가를 따라 생일면소재지까지 걸어갈 예정이다.

 

 하늘에 구름이 끼어서인지 어제와는 사뭇 다른 색깔의 옥빛 바다.

 

 언제 다시 오겠는가~

 생일도 푸른 바다를 가슴에 담는다.

 

 차 없는 차도에 우리 셋과, 염소 가족만이...

 저 녀석들 우리를 인도하고 한참을 가더니 좋은 먹이감을 발견했던지...아님 하도 다녀서 너무나 익숙한 길인지 샛길로 빠지고 있다. 

 

 모롱이 돌면 바다, 또 한 모롱이 돌면 바다,

 바다~ 바다~ 바다~

 아름다운 섬이다.

 

 오지식구들에게 전화를 했으나, 어디에 있는지 받질 않는다.

 어차피 같은 배를 타기로 했으니 그 곳에서 만나겠지 싶어 그냥 우리대로 가던 길을 간다.

 

 새 잎이 나오고 있는 중~꽃보다 더 이쁘다~

 이 나무를 여럿 보았는데 이름은 모르겠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바다~

 우린 걷고 또 걷고...너무도 설렁 설렁 걷고 있어 힘든줄도 모르고 길을 즐기고 있다.

 

 벌써 길섶에 산딸기가 열렸다.

 얼마나 달콤하던지...

 

 유촌 마을 앞에 있는 수령 550년이라는 느티나무.

 저 곳에서 당제를 지낸다고 한다.

 

 9시 15분경 민박집을 출발했는데 생일면소재지까지 오니 11시다.

 당목으로 가는 배는 12시인데 아직 1시간이 남아 있다.

 

 무얼할까 하다가 어제 들어갔던 인터넷 사랑방쪽으로 가는데 작은 파출소가 하나 보인다.

 아무 거리낌없이 성큼 성큼 들어가 인사를 하니 50세쯤 되신 경관 한 분이 반갑게 맞으신다.

 덕분에 커피도 얻어마시고, 생일도의 이런 저런 얘기도 듣다 배 시간이 다 되어서야 그 곳을 나왔다.

  

 급히 배를 타는 곳으로 가니 오지식구들이 벌써 도착 해 있었다.

 뒤에는 이파리님의 갤로퍼, 앞에는 달님의 테라칸.

 4륜 구동 차들이니 백운산 임도에 올라 경치 구경을 하고 왔던가 보다~

 

 생일도를 빠져 나오는 길.

 아쉬움도 없지는 않았지만, 2박 3일동안 우리가 원하던대로의 여행이 이루어져서 서운하지는 않았다.

 

 당목항에서 대구로 가는 달님네와 인사를 하고, 이파리님이 강진까지 우릴 태워다주고 가셨다.

 강진에 도착한게 오후 2시인데, 3시 30분에 강진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는 이미 매진.

 나무언니네와 작별을 하고, 우리는 2시 30분차로 광주를 향해...

 강진에서 광주까지 직통버스를 탔더니 1시간 20분이 걸렸다.

 

 강진에서 인터넷으로 확인했을때는 일반버스가 없더니만 손님이 많으니 임시버스가 투입되었는지 너무 해피하게도

 일반버스 좌석표를 구했다.

 7000원도 넘게 차이나는데 서울로 돌아오는 시간은 차이 없거던~~~

 

 오후 5시 01분 표를 구해놓고 느긋하게 늦은 식사를 했다.

 내가 광주에 가면 항상 들리는 고궁수라간 비빔밥집.

 비빔밥 한 그릇에 7,000으로 비싸긴 하지만 조미료 맛도 안나고 꽤 깔끔하게 한 끼 먹을만하다.

 

 그렇게 서울로 돌아오니 타이밍을 잘 잡았는지 긴 연휴에도 별로 밀리지 않고 3시간 50분만에 서울로 돌아왔다.

 

 누군가와 여행을 함께 가면 문제가 생기는 일도 많고, 마음이 안맞아 서로 티격태격하기도 한다.

 그러나, 2박 3일동안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도 좋은 동행이 되어 주었다.

 같은 길에 서 준 선주언니와 희연씨에게 고맙다.

 

 이제 열심히 일해야지~

 그리고, 또 길 위에 설 그 날을 기다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