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08년 5월 10~12일 / 2박 3일 섬여행 / with 선주언니, 희연씨
장 소 :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도 & 생일도
오래 묵혀둔 숙제를 끝낸듯 홀가분하다.
먼 길이었다. 서울에서 가기엔...
좀처럼 시간이 나질 않아 미루고 미루었던 섬여행을 다녀왔다.
해마다 봄이면 남쪽으로 여행을 가곤 했었는데 올해는 그리하지 못하고 있다가 벼르고 별러 무조건 배낭을 메고 떠났다.
2박 3일 여행에 15리터 배낭이 예의가 없다는 선주언니의 타박을 들으면서...
도대체 느리게 걷는 여행길에 무에 그리 많이 필요한데~~??
15리터 배낭이면 3박 4일도 버티겠구먼....ㅋㅋ
청산항에 내리면 바로 보이는 지도다.
노란색 선이 우리가 지나왔던 길들.
큰 길을 따라 걸으면 15km정도밖에 되지 않는 길이지만 이쪽 마을로 기웃 저쪽 마을로 기웃하느라 그보다는 더 걸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완도에서 청산항을 오가는 청산도고속카페리.
청산도가 영화로 드라마로 이름이 나면서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배가 제법 크다.
완도에서 청산항을 오가는 원래 배 시간표는 아래와 같았는데...
완도여객선터미널 -> 청산도 : 08:20, 11:20, 14:30, 17:40,
청산도 -> 완도여객선터미널 : 06:30, 09:50, 13:00, 16:10
5/10~12일 연휴엔 아래와 같이 변경되었고, 대부분 휴가철이나 사람이 많을때는 이 스케쥴로 변경된다고 한다.
완도에서 2시 30분 배를 타려고 느긋하게 움직였다가는 자칫 배를 놓칠뻔 하였다.
다행히 완도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이 1시 50분경이어서 배를 놓치지 않았을뿐더러 시간을 하나도 허비하지 않고
곧바로 청산도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런 행운은 우리가 서울로 돌아올때까지 계속되었다.
누가 평소에 덕을 그리 많이 쌓은거야~ 선주언니? 희연씨? 아니면 나? ㅋㅋ
완도항을 떠나면서...
일기예보에 비가온다고 했었다.
실제로 경남쪽 바다에서는 배들이 뜨지 않았고, 녹동에서도 바람때문에 초도가는 배가 뜨지 않았다고 한다.
그 때문에 달님을 비롯한 오지식구들이 초도로 가지 못하고 금일도에서 놀다 생일도로 넘어오셨다.
근데, 완도쪽은 날씨가 너무 쨍하니 좋았다.
청산항 입구.
청산항 입구에서 만난 고기잡이 배.
부디 만선하셨기를...
청산항에 내리니 오후 3시였다.
원래는 완도에서 점심을 먹고 배를 탈 예정이었으나, 시간이 없어 점심을 거르고 있다가
청산항 도착하자마자 식당을 찾아 점심을 먹었다.
부두식당. 백반 6,000원.
바닷가에서 백반을 먹으면서 생선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던 것은 처음이었다.
아무래도 관광지인 탓이다.
나중에 다른 팀들에게 물어보니 그 식당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시장이 반찬이라고...밥 한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지도를 보고 설렁 설렁 걷기 시작했다.
그저 마음가는대로 걷는 것이다.
바쁠것도 없고, 누가 재촉하는 사람도 없고...느리게 걷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지도를 보고 일몰과 일출을 같이 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일몰은 권덕리쯤에서 일출은 신흥리쯤에서 보기로 하고 길을 잡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몰을 보러 지리해수욕장쪽으로 간다.
그래서 우리가 걷는 길은 봄의 왈츠 촬영지가 있는 당리쪽을 빼고는 관광객이 거의 없는 한산한 길이었다.
첫 마을 도락리.
청산도에서 제일 예뻤던 마을.
도락리에서 바라보는 청산항쪽 바다와 보리밭.
도락리에는 보리밭이 많았는데 먹을꺼리가 아니고 소먹이란다.
벌써 보리가 황금너울이 되어 바람에 이리 저리 반짝이고 있었다.
4월의 청산도가 아름답다고 하지만 어느 계절이든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청보리의 풋풋함도 좋지만 이렇듯 황금색으로 변해가는 보리의 원숙함도 참 좋다.
당리로 가는 길에 내려다보는 도락리와 그 앞바다.
청산도는 물이 많은 섬이다.
생각보다 논이 많았다.
앞마을은 당리 저 뒤로 보이는 마을은 큰 길을 사이에 둔 읍리마을이다.
당리는 영화 서편제로 유명해졌고, 드라마 봄의 왈츠(난 한 번도 본적이 없는 드라마다.) 세트장이 있어 유명한 곳.
할아버지와 누렁소 그리고 왈츠 하우스의 부조화가 재미있어 카메라 내려놓고 있다가 급하게 찍은 사진이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
누렁소가 할아버지에 가려 아예 보이질 않네~
뒤로 보이는 저 하얀 건물이 왈츠하우스라고 봄의 왈츠를 찍었던 곳이라네~
당리를 거쳐 권덕리로 가는 길.
저 뒤쪽으로 계단식 논이 보인다.
큰 길을 따라가지 않고, 이렇듯 농로를 따라 설렁 설렁 걸었다.
그림자가 점점 더 길어지고 해가 서녘으로 눕고 있건만 민박 정할 생각도 안하고 너무도 한가로운 사람들.
오늘은 관광객들이 많아 방이 없다는 소릴 분명히 듣고 왔던 참인데도 말이다.
도무지 여행을 떠나면 이런 여유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나도 참 아리송하다.
아니 겁이 없는건가? ^^
그냥 민박이 없으면 혼자사는 할머니 댁에 가서 재워달라 할 참이었다.
아직 갈아엎지 않은 논에 자운영이 피어 있었다.
구장리 바닷가에서 만난 풍경.
아이의 천진함과 그 아이를 지켜보는 어른들의 흐뭇함.
권덕리로 가는 길.
큰 길을 따라가지 않고, 논두렁 길도 걷고, 마을안쪽길도 걷고...
순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어미소와 송아지.
부디~ 너희들은 광우병의 ㄱ자도 듣지 말고 살아라~
구장리 마을길을 돌아 돌아 왼갖 해찰 다해가며 권덕리로 향한다.
시간은 벌써 6시를 넘어가는데 잠자리 걱정도 하지않고 너무도 여유롭게~~~
권덕리로 내려가는 고갯마루에서 바라본 범바위.
왼쪽으로 쪼끄많게 보이는게 아래 아래 사진에 있는 전망대.
권덕리 포구의 모습이다.
내려다보이는 풍경에 마을이 보이질 않아 우리가 길을 잘못들었을까...아니면 저 쪽으로 다시 넘어가야 하나....했었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는 안쪽에 집들이 모여있어 그리 보였던 것 뿐이었다.
꽤 큰 마을이었다.
현재시각 오후 7시.
범바위 옆에 있는 전망대이다.
침낭이 있었으면 그냥 저기서 일박하면 딱~이겠더만은...^^
권덕리에서 길을 잘 못 든 가족여행객을 만나 그 차로 범바위까지 쉽게 올랐다.
서울 ㄱ중학교 선생님이시라는 아빠는 여름에 학생들을 데리고 섬캠프를 진행해야해서 답사차 오셨다 했다.
중학생 딸래미(슬아)가 하나 따라왔는데 처음엔 낯을 많이 가리더니 헤어질때에는 손을 흔들며 밝게 인사를 하고 갔다.
이쁜 아이였다.
범바위 너머로 바라보는 서녘바다.
구름속으로 해가 숨어버려 너무도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그 구름아래로 다시 해가 삐죽 비져나올줄이야~
덕분에 너무도 멋진 해넘이를 전망 좋은 곳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범바위의 위용.
범바위에서 멋진 일몰을 감상하고, 슬아네와 함께 민박을 찾으러 나섰다.
해가 넘어가고 나니 날은 금새 어두워지고, 중흥리, 신흥리, 진산리까지 갔지만 우리가 기거할 방은 없었다.
신흥리 마을 이장님께 여쭈니 상산포에 가면 방이 있을꺼라고...
상산포 들어가는 입구를 찾지 못하고 진산리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나와 겨우 찾아 들어갔다.
매우 깨끗한 민박을 찾아내었고, 다행히 방이 있어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또한, 50,000원이라는 방을 슬아네와 함께 사용하여 30,000원에 민박 해결.
슬아네가 챙겨온 많은 반찬 덕에 우린 시장도 보지 않고 푸짐한 저녁과 다음날 아침을 해결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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