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08년 9월 27~28일 / with 내 좋은 사람들.
코 스 : 성삼재 - 연하천(중식) - 벽소령 - 세석(1박) - 장터목 - 천왕봉 - 장터목 - 하동바위 - 백무동 : 총 거리 35.7km
1일째 : 성삼재 -> 세석대피소 : 누적 거리 23.1km (세석 1박)
2일째 : 세석대피소 -> 장터목 -> 천왕봉 -> 장터목 -> 백무동 : 누적거리 12.6km
교 통 : 용산역(22:50) -> 구례구역(03:23) / 22,600원
구례구역 (03:30) -> 구례버스터미널(03:40) / 1,000원
구례버스터미널(04:00) -> 성삼재휴게소(04:30) / 3,200원
백무동(18:30) -> 대전동부시외버스터미널(20:30) / 10,600원
대전동부시외버스터미널 -> 대전역 : 택시 3,000원
대전역(20:53) -> 서울역(21:45) : /32,100원(KTX 특실요금-예외적 상황)
2008년 9월 28일.
잠을 더 자고 싶은데 한밤중부터 부산한 소리에 어쩔 수 없이 깨어났다.
어젯밤 별들이 초롱 초롱해서인지 천왕봉 일출을 보겠다고 새벽 2시에 일어나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결국, 대피소 직원에게 야간산행 금지인거 모르느냐고....50만원 벌금 물고 싶으냐는 핀잔만 듣고 멈춰야 했는데
이미 모르는 일도 아니고 뻔히 알고 있는 사실 앞에 이기적으로 행동하며, 곤히 잠든 사람들 모두 깨워놓았던 그 사람들이 참 얄미웠다.
일출 2시간 전에는 움직일 수 있다고 해서 4시가 되니 또 한바탕 그 소동이 벌어지고...결국 새벽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다.
나갈때도 조용 조용 나가주면 얼마나 고맙겠느냐마는 자기들끼리 찾고 부르고, 부시럭거리고...에효~
예까지 와서 편한잠을 기대하는 내가 잘못인건지...
어차피 깨어난 김에 나도 촛대봉에 올라가 일출을 볼까하고 5시 18분경 일어났는데
벌써 모두들 일어나 움직이고 침상에는 몇 사람 남아있지 않았다.
근데, 쌤통이었던것은 28일은 지리산에서 아무도 일출을 보지 못했다. 부슬 부슬 가을비가 내렸으니까~
일출 본답시고 그 아름다운 촛대봉 연화봉 구간을 컴컴한 때에 지나쳤을 그 사람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헤~
비가 오고 있으니 침상에서 더 느긋하게 쉬다가 6시 반쯤 아침식사를 준비하러 움직였다.
어젯밤 피곤한 와중에도 쌀을 씻어 잘 불려두어서 밥이 아주 잘 되었다.
북어국에 맛난 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느긋하게 커피도 마시고 쉬다가 8시 15분이 되어서야 세석을 출발했다.
오늘은12~3km만 걸으면 되므로 천천히 즐기며 걷기로 했다.
촛대봉에 올라섰을때 비가 약간 뿌렸다.
그러나, 굳이 우의를 꺼내입지 않아도 될 만큼이었다.
하늘은 흐렸지만 개스는 없어 산 아래가 시원스레 내려다 보였다.
오히려 걷기엔 딱 좋을 날씨다.
지리산 산신령님이 나를 사랑하시는게 맞다.....ㅎㅎ
남들은 쉬이 보지 못하는 풍광을 나는 8월 초에도 보았고, 오늘 또 보고 있으니 말이다.
2008년 9월 28일 오전 9시 59분. 보이는 곳이 백무동지구.
아름다운 지리산을 즐기면서 걷고 있다.
우측으로 살짝 보이는게 칠선지구 쪽으로 생각된다.
아직 단풍은 이르지만 여름과는 확연히 다른 풍광이다.
아름다운 연하봉 구간.
그 많던 구절초들이 지고 있었다.
아직 군데 군데 피어있긴 하지만, 9월 초의 화려한 꽃밭이 아니어서 약간은 서운했다.
사진속에 있는건 내 이쁜 후배녀석.
2008년 9월 28일 오전 10시 34분. 장터목 대피소
세석에서 두시간이면 오고도 남을 거리지만 천천히 즐기면서 걸은때문인지 2시간 20여분이 걸렸다.
바쁠것이 없다.
여기서 두어시간이면 천왕봉에 다녀올테고, 장터목에서 점심을 먹고 백무동으로 하산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친절한 장터목 대피소 직원분께 양해를 구하고, 두 사람의 배낭을 대피소 안쪽에 두고 천왕봉을 향한다.
물론, 나는 배낭을 메고 움직인다.
산에서 빈 몸으로 움직이면 안정감이 없어지는 것 같고 불안하다.
또한, 배낭속에 여러가지 것들이 들어있으므로 여차하면 꺼내어 사용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배낭없이 빈몸으로 걷고 있어서인지 두 사람이 어제보다 잘 걷는다.
물론, 시간때문에 내가 앞에서 속도를 좀 내었다. ^^
2008년 9월 28일 오전 11시 45분�에 천왕봉에 도착했다.
표지석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간신히 두 사람의 독사진을 찍어주고는 주변에 앉아 경치 구경을 했다.
저 부부산객은 마치 천계에 사는 신선들처럼 보였는데 사진이 그걸 표현하질 못하네~
참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천왕봉에서 북쪽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
아마도 왼쪽은 백무동지구일테고 오른쪽은 칠선지구일것이다.
천왕봉에서 남서쪽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
우리가 천왕봉에 도착했을때만 해도 구름 한 점이 없었지만, 어디선가 금새 구름이 몰려와 천왕봉을 감싸고 돌았다.
선뜻 움직이질 못하고 하염없이 앉아 경치 구경을 했다.
난 경치만 보고 있어도 배가 불렀는데 두 사람은 그렇지 못한가보다~
배가 고프다며 하산길을 재촉한다.
제석봉
장터목으로 돌아와 간단히 라면으로 점심을 했다.
따뜻한 커피까지 한잔 마시고...백무동으로 하산.
하동바위쪽 하산길은 중간에 급경사 너덜길이 많아 조심스러웠다.
나는 괜찮지만 두 사람 다 다리가 시원찮은 모양이었다.
조심 조심 천천히 하산을 했다.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백무동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서울로 돌아가는 마지막 버스인 6시 버스를 타야하나~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저녁을 먹어야 해서 대전을 거쳐 서울로 돌아가기로 하고,
흑돼지구이에 소주로 우리의 무사완주를 축하했다.
여전히, 나를 아니 우리를 반겨준 지리산이 고맙고, 함께 걸어 준 두 사람에게 고맙다.
함께 걸었던 그 길 위에서 우리가 함께 행복했음을 오래 오래 기억하기를...
지난 여름 홀로 걸었던 지리산도 좋았지만 함께 걸을 수 있어서 더욱 행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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