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09년 7월 4일 ~ 5일 / with 오지가족들
장 소 : 전라남도 여수 개도
섬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지만,
그 여정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여유로움이 내게 있고 좋은 길동무 있어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용산역에서 늦은 밤 10시 50분 여수로 가는 마지막 열차.
어쩌다보니 이 열차를 종종 애용하며 살고 있다. ^^
언제나처럼 배낭을 멘 이들이 많은데 대부분 지리산을 가는 사람들이다.
5월 말 다녀온 지리산행의 기억이 새록 새록~
벌써 그들이 부럽다.
큰 맘 먹고 떠나는 길이 아니라면 나도 구례구역쯤에 내려 새벽 화엄사에 들러 108배를 올리고
성삼재로 노고단으로 반야봉으로 한바퀴 돌아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기차를 타고 언뜻 잠이 들었다가 서대전역쯤에서 깨어났다.
삼례역이었던가~
노랗게 루드베키아가 화사한 작은 간이역을 지난다.
전주역이었던가~
아직 소녀티를 벗지못한 4명의 앳된 처자들이 작은 여행 가방을 들고 그 새벽에 기차에 오르는 것을 보았다.
내 스무살을 떠올리며 그들을 응원해본다.
남원역이었던가~
갑자기 세찬 소나기가 차창을 스친다.
세찬 비소리에 깨어난 옆자리 등산객들의 웅성거림이 들린다.
당황스러웠으리라~
그러나 소나기는 소나기인지라 금새 그쳤다.
구례구역에서 한무리의 사람들이 지리산을 그리며 빠져나가고 기차는 갑자기 텅~비어버렸다.
이제 1시간이면 종착역인 여수역에 도착 할 것이다.
1시간이라도 잠을 더 자볼까 했으나 언뜻 언뜻 지나는 마을의 작은 불빛들과 오랜만의 섬 여행에 대한 설레임으로
더 이상 잠들지 못했다.
기차는 20여분을 연착하여 4시 40분경에 여수역에 도착했다.
--------------------
새벽 4시 42분. 여수역.
여수 여객 선착장에서 개도로 가는 첫 배는 6시 10분이다.
대부분 먼바다의 섬으로 가는 배들은 여객선터미널에서 오가고,
개도, 금오도 등과 같은 여수 근바다로 가는 배들은
여객선터미널이 아닌 근처의 선착장에서 오고 간다.
경험상 여수역에서 선착장까지는 천천히 걸어도 30여분이다.
여수역에서 오동도까지는 천천히 걸어서 약 15분.
오동도 일출정에 올라 일출을 보고
지난 여행길의 느낌처럼
길이 통해 있을 것 같았던 자산공원을 지나 선착장쪽으로 가는 길을 택한다면
택시를 타지않고 걸어도 시간안에 충분히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 5시 05분.
오동도 일출정 오르는 계단에서 바라보는 감람빛 새벽 바다가 고요하다.
새벽 5시 15분, 여수 오동도 일출정에서 내려다보는 오동도
해무가 잔뜩 끼어 일출은 보지 못했지만
바다를 가르며 달려드는 새벽 공기의 알싸함이 좋았다.
지난 3월, 캐나다로 떠난 친구와 둘이서 걸었던 길들이 스쳐 지나간다.
일출정에서 자산공원으로 오르는 길.
일출정 뒷쪽으로 작은 길이 나 있는데
중간에 갈림길이 있으나 표지판이 비교적 잘 되어 있어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이 돌계단 위가 바로 자산공원이다.
공원에는 새벽 운동을 나오신 분들이 제법 많았다.
am 5시 29분.
천천히 걸어도 선착장까지 시간은 충분했다.
자산공원 주차장을 지나 다시 샛길로 들어섰다.
이 길은 쉬이 찾지 못해 운동 나오시는 주민께 여쭈었다.
대부분 큰 길로 다니고 여긴 아는 사람만 다니는 그런 길인듯 싶었다.
지난 여행 때, 여객선터미널에서 해양공원까지 바닷가길을 걸으며
지도상으로 볼 때 저 작은 동산 너머가 오동도겠구나~싶었다.
돌아와 위성지도를 확인했는데 길이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집들이 있는 걸로 보아
동네 주민들이 다니는 샛길이 분명 있을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 찾아낸 길이 바로 그 길이었다.
이런 길을 찾아내다니~ 얼마나 행운인지...
멀리 돌산대교와 여수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길은 밭가의 작은 풀밭으로 이어지다가 집과 집 사이의 작은 골목길로 연결되었다.
딱 한사람 지나가면 그만인 좁은 골목길.
잠시나마 소시민들이 사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런 길이 큰 길에 내려설때까지 계속되고 큰 길은 바로 해양공원으로 연결된다.
am 5시 48분.
제빙소
어느 배에 실어질까~
어느 배에 실어지던 많은 고기를 품고 돌아오너라~
주름진 어부의 얼굴에 함박 웃음이 나도록...
해양공원을 지나 바닷가를 따라 선착장으로 향한다.
이제 모퉁이 하나만 돌면 선착장이다.
우리가 타고 갈 배가 벌써 입항하여 우릴 기다리고 있다.
*님 일행은 간밤에 대구에서 순천까지 와서 하룻밤 유하고 새벽에 달려오셨다.
화장실에 들러 미처 하지못한 세수를 한다.
2012년 여수 해양엑스포 덕으로 여수항쪽의 바닷가는 깨끗하게 정비되어 공원화가 되었고,
그에 따라 이런 저런 시설들이 깨끗해졌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6시경.
배에 오르니 반가운 얼굴들이 우릴 반긴다.
개도 가는 길.
해무가 있어 경치 구경은 포기하고
선실안에서 이런 저런 간식들로 배를 채우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개도 선착장.
해안선의 길이가 27km라는 개도엔 6개의 작은 마을이 있다.
'길 위에 서다 > 길에 서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090704~5]여수 개도 섬 여행 - 그 외 사진들 (0) | 2009.07.15 |
---|---|
[090704~5]여수 개도 섬 여행 (0) | 2009.07.09 |
[090704~5]여행, 그 즐거움의 편린 (0) | 2009.07.06 |
[090620] 되미기재, 말구리재, 하늘재를 넘는 길 (0) | 2009.06.23 |
[090614] 서삼릉 주변에서 33km 걷기 (0) | 2009.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