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길에 서다

[090620] 되미기재, 말구리재, 하늘재를 넘는 길

dreamykima 2009. 6. 23. 12:58

날 짜 : 2009년 6월 20일 / with 걷기모임 회원님들 13분

코 스 : 동로면 - 도아미기 - 되미기재(도화목) - 가좌리 - 말구리재 - 갈산 - 관음리 - 하늘재 - 미륵사지 주차장 : 약 26km

 

비가 오락 가락 하는 날이었다.

빗 속에 제법 높은 고개를 3개나 오르내렸다.

힘들었을터이다.

예상보다 1시간여 늦어졌지만 낙오자 없이 모두들 무사 완주했다.

 

혹여나 해서 미륵리에서 충주로 나가는 막차 시간과 수안보 개인택시 전화번호를 모두 입력하고 나섰던 참이었다.

다행히 비싼 택시는 타지 않아도 되었다.

 

물론, 마지막 버스를 놓친다해도 모두들 택시타면 되지~라고 흔쾌히 말해주셨을터이다.

그러나, 깃발로써 가능한 시간과 경비를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할 책임감을 느낀다.

 

 

 

오전 9시 27분.

 

센트럴시티에서 점촌가는 우등 고속버스....우리 외에 다른 손님은 달랑 2명.

거의 전세낸 차가 되었다.

 

2시간이 걸린다는 길은 밀리지 않았음에도 2시간 10분쯤 걸렸다.

점촌 터미널에 내려 흥덕동 시내버스터미널로 택시를 태워 보내고는 난 동서울에서 오시는 3분을 기다린다.

 

혹여 늦을세라 마음졸이며 기다리는데 다행히 9시 40분에 버스가 도착한다.

9시 50분에 동로로 가는 좌석버스를 타기위해 서둘러 시내버스 터미널로 이동한다.

택시타니 5분쯤 걸린다. 요금은 2,800원.

 

 

 

오전 10시 30분.

 

점촌에서 동로로 가는 좌석버스도 온통 우리차지였다.

또한, 동로까지 가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

 

차가 다니는 큰 길을 잠시라도 피할 요량으로 샛길로 가겠다고 했더니 맘씨좋은 기사님이 그 앞에 내려주신다.

저 멀리 왼쪽으로 우리가 가야 할 첫 번째 고개인 되미기재가 보인다.

제법 멀게 느껴진다.

 

 

 

혹여 다음에 온다면 개울 건너 아랫길로 가야지~ 그래야 찻 길을 좀 더 피할 수 있다.

여우목고개를 넘어 갈평으로 가는 차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간간이 다니고 있어 조심해야 한다.

동로에서 도화동 입구까지는 약 2.5km인데 아스팔트를 걸어야한다.

 

 

 

 도화동 입구의 327년된 소나무.

 여기까지 3km도 안되는데 사람이 여럿이어서인지 속도를 내지는 못한다.

 

 

 

소나무 가지 사이로 되미기재가 조금 가까워졌다.

 

 

 

 도아미기 마을을 지나 가좌리까지는 이런 시멘트 포장길이다.

 흙길이 아니라 아쉽긴해도 충분히 아름다운 길이다.

 

 

 

가을철엔 송이채취가 있는 곳인지 곳곳에 입산금지 표지판이 있었다.

  

 

해발 600여m의 재를 넘어가야 하므로 꾸준한 오름길이다.

 

 

 

선두와 후미가 자꾸 벌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고갯길이라 그런지 후미로 처지는 님들은 더욱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전 11시 48분.

 되미기재(도화목)....가운데 저 멀리로 두 번째로 넘어야 할 말구리재가 희미하게 보인다.

 

 

 

 

 

 말구리재가 조금 더 가까워졌다.

 

 

 

 가좌리가 보인다.

 

 

 

새터 마을을 지나...

아주까리님께서 살고 계시다는 산막이란 마을은 이곳에서 작은 고개를 하나 넘어가야 했다.

맘으론 12번도 더 다녀오고 싶었지만...갈 길이 멀었다. ^^

 

 

오후 12시 30분.

말구리재로 가는 흙길로 접어들었다.

 

 

정말 포장을 하려나보다.

갈산으로부터 넘어오는 측량하는 기구를 든 사람을 중간에 만났다.

 

 

 동로에서 가좌삼거리까지 8km가 채 안되는데 2시간이 걸렸다.

 예상보다 많이 늦어지고 있다.

 지금쯤은 점심 먹으려 했던 장소에 도착했어야 하는데...

 

 

 

 오후 12시 43분.

 비가 오면 말구리재 오르기전 봐두었던 과수원집에서 양해를 구하고 점심을 들려 했는데

 아무래도 오르막길 아래서 밥을 먹으면 힘들것도 같고 시간도 많이 지났고 가방들도 무겁고....

 이래 저래 앞서가던 선두를 불러 커다란 나무아래서 푸짐한 점심을 먹는다.

 

  

 

다행히 점심을 먹고나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말구리재를 넘는 내내 비가 내렸다.

 

 

 

 밥도 든든히 먹었겠다.

 점 점 다가오는 말구리재를 보며 힘을 내어본다.

 

 

 

오디, 산딸기, 버찌....들에는 먹을 것이 많았다.

특히 산딸기는 정말 널려 있었는데 빗속인데다 시간이 늦어지고 있어 따 올 생각을 하지 못하고

큰 걸로만 골라서 양껏 따 먹었다. ^^

 

 

 

선두는 벌써 앞서 갔고, 난 후미들을 재촉하며 간다.

이럴때가 제일 힘이 드는데...내 페이스대로 가지 못하고 중간 중간 흐름이 끊기기 때문이다.

그래도 깃발이므로 남보다는 힘을 더 내어야지~

 

 

가을이면 정말 아름다운 숲이 될 듯한 길.

작년 가을 꼭 와보자 했는데 뭐하느라 오지 못했다.

올 가을엔 시간을 내어봐야지~

 

 

우거진 숲을 벗어나면 탁 트인 하늘이 우릴 반긴다.

마음속까지 트이는 기분. ^^

 

 

 오후 2시 25분. 말구리재을 통과한다.

 작년 이 길을 걸을때도 이렇게 비가 내렸는데....에효~

 

 

 

 말구리재를 넘어 갈산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고요하다.

 

 

 

밭들이 보이는걸 보니 갈산마을이 가깝다.

길에선 오르막과 내리막이 정확히 비긴다 했지.

오른만큼 내려온 참이다.  

 

 

 오후 3시 20분.

 갈산 마을에 있는 정자에서 비를 피하며 한참을 쉬었다.

 따스한 보이차와 커피도 마시고...한쪽에선 복분자와 이슬이병이 왔다리 갔다리...

 배낭들 비우느라 간식도 먹고...

 

 

 

 오후 4시 18분.

 현재 약 16km쯤 걸었다.

 예상으론 벌써 하늘재 입구에 가까이 갔어야 하지만 아무래도 빗속에 걷고 있고 사람이 여럿이라 자꾸 늦어진다.

  

 모두 힘들줄 알면서도 남아 있는 거리와 대중교통 시간을 고려하니 자꾸 재촉하게 된다.

 깃발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나도 이런 때는 힘이 든다.

 

 

 

 갈평요...문경 관음리에는 아직도 이런 가마가 여럿 남아 있다.

 

 

 

 소나무숲이 아름다운 관음리 어느 마을.

 시간이 되면 마을에 들어가 어느 어르신 붙잡고 앉아 마을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으련만...

 그런건 혼자서 여행하고 있을때나 가능한 일이지~ ^^

 

 

 

 다행히 비가 끊임없이 내리지 않고 그쳐주기도 하여 감사한 마음이다.

 

 

 

 오후 5시 30분. 

 우리네님들은 힘이들뿐이고~ 난 조급할뿐이고~ ^^

 벌써 하늘재를 넘어갔어야 하는 시각.

 에고~ 6시 18분 송계에서 나오는 차는 놓친 듯 하고 7시 15분 막차 시간 전에 갈 수 있으면 하고 빈다.

 막차도 놓치면 어쩔 수 없이 수안보까지 택시를 타야하는 상황이다.

 

 

 

 선두와 후미의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선두를 앞 서 보내고 후미를 기다리며 길을 재촉하고 있다.

 

 

 

 오후 6시 12분. 백두대간 하늘재.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이라는 계립령인지 아닌지 나도 알 수 없다.

 다만, 중요한것은 여기에 길이 있고 우리네 조상들은 이 험난한 고개를 넘어 다녔을 것이라는 점. 

 

 

 굳게 닿혀있는 하늘재 산장.

 

 

 

하늘재에서 미륵사지로 가는 3.2km의 숲 길은 정말 아름답다.

 

 

 

 

미륵사지 대원터 앞 길의 은행나무들.

 

 

 

가을에 오면 참 이쁜 길일 듯 하다.

 

 

 

 오후 6시 48분. 미륵사지 석불입상과 5층 석탑.

 

 다행히다.

 아직 주차장까지 몇 백여m가 남아 있지만 막차 시간에는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사람들 모르게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미륵사지 주차장에서 7시 15분 충주가는 버스를 타고 충주터미널 앞에서 따스한 식사를 한 다음

 9시 20분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니 11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