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건 마음속에 있는 것을 하나씩 꺼내 버리는 것'이라고 소설가 윤대녕은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러하지 못하고 산다.
오히려 차곡 차곡 채우려 욕심내며 사는 듯 싶다.
삶에 대해, 사람에 대해..........................시간이 지나도 낡아지지 않는 내 욕심들...
내 안의 열정이 너무 많아서인듯도 싶고, 그만큼 삶 그리고 사람에 대한 기대와 소망이 많기 때문인듯도 싶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데 내게는 그 말이 너무도 어렵다.
매 년 휴가때면, 특별한 목적없이 어디로 갈지 어디서 서야 할지 그 어느 것도 정하지 않은채로 작은 배낭에 지도 몇 장을 들고
길에서 길로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적어도 길 위에서는 항상 바람을 닮고 싶었다.
그리고, 그 길 위에 서서 내 삶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나, 올해는 어쩐지 머무를 자리가 필요했고, 그 곳 그 자리에서 고요해지고 싶었다.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고 있지는 않은지...
잠깐이라도 멈추면 모든것을 잃을까 두려워서 종종대고 있지는 않은지...
해서, 오래전부터 막연하게 생각만 해오던 템플스테이를 실행 해 보기로 했다.
불자도 아니고 절집의 예법에 익숙치 않아 실행해본적 없이 그저 생각만으로만 몇 번이고 다녀온 참이었다.
(나와 같은 님들이 또 있다면 일단 한 번 가보시라~하고 싶다. ^^)
함께 참여 한 사람들은 대부분 휴가차 찾은 사람들이었는데 불자는 단 한명이었고, 카톨릭 신자가 몇,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들이었다.
휴가 3일전까지도 어느 절집으로 발길을 옮길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가
인터넷을 통해 내가 그다지 긴장하지 않고 또한 그다지 심심해하지 않으면서 며칠을 보낼 일정을 찾은게
두타산 밑에 있는 '삼화사'란 절집이었다.
두타산은 가보지 않았어도 워낙 유명해서 이름을 알고 있었지만 삼화사란 절집은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http://www.templestay.com/templestay/templestay_schedule.asp
인터넷에 템플스테이 사이트가 있다.
일정을 보면 달력이 나오는데 달력에 활성화되어 있는 날짜를 누르면 그 날짜에 참여할 수 있는 템플 프로그램이 나온다.
그 곳에서 자신에게 맞는 절집을 찾으면 된다.
템플스테이는 연중 실시하지만 여름휴가철에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특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한다.
아래는 "참 좋은 인연 삼화사"란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2009년 여름 일반인 템플 일정.
시 간 | 일 정 | 내 용 |
첫째 날 | ||
15:00 ~ 16:00 | 접수 및 방사배정 | 심검당 <수련복지급> |
16:00 ~ 17:30 | 사찰안내 및 예절 | 경내 |
17:30 ~ 18:30 | 저녁공양 | 공수실<일반식> |
18:30 ~ 19:30 | 범종체험 및 저녁예불 | 범종각 및 적광전 |
19:30 ~ 20:30 | 스님과의 차담 | 심검당 |
20:30 ~ 21:30 | 108 염주 꿰기 | |
21:30 ~ | 일과 정리 및 취침 | ^~^ ~~~꿈나라로 |
둘째 날 | ||
04:00 ~ 04:30 | 기상 및 세면 | |
04:30 ~ 06:00 | 일출명상 | 추암<셔틀버스로 이동> |
06:00 ~ 07:00 | 아침공양 | 공수실<일반식> |
07:30 ~ 09:30 | 포 행 | 용추폭포,암자순례 |
10:00 ~ 11:30 | 한지 공예 | 인연만들기 |
11:30 ~ 12:30 | 점심공양 | 공수실<일반식> |
12:30 ~ 13:30 | 휴 식 | 경내 |
13:30 ~ 16:30 | 울력 및 산책 | 경내 |
17:00 ~ 18:00 | 저녁공양 | 발우공양 |
18:30 ~ 19:20 | 저녁예불 | 적광전 |
19:20 ~ 20:30 | 108배, 참선 체험 | |
21:00 ~ 21:30 | 일과정리 및 취침 | |
셋째 날 | ||
04:00 ~ 04:30 | 기상 및 세면 | |
04:30 ~ 06:00 | 새벽예불 및 108배 | 적광전 |
06:00 ~ 07:00 | 아침공양 | 공수실<일반식> |
07:00 ~ 07:30 | 휴 식 | 경내 |
07:30 ~ 09:30 | 울력 및 간식 | 경내, 심검당 마루 |
09:30 ~ 10:00 | 소감문 작성 | 심검당 마루 |
10:00 | 회 향 |
그 이름처럼 좋은 인연을 만들고 왔다.
이처럼 프로그램이 없을 때에는 새벽과 저녁예불에만 참석하면 다른 모든것이 자유라 했다.
그조차도 강제하지 않았지만, 난 고요함속에 진행되는 예불이 참 좋았다.
2박 3일의 일정이었지만, 절집의 고요함이 너무 좋아서 하룻밤을 더 청하여 쉬다가 왔다.
가끔씩 마음이 어지러울때면 다시 가고 싶다.
언제든 오라는 말씀이 그리 인사치레로만 들리지 않았던 것은 내 마음이 그러했기 때문이리라~
한 선사에게 물었다지?
왜 사람도 없는 적막한 산중에 사느냐고?
그 선사가 대답하길...산중이 적막한 것은 그대 마음이 그러하기 때문일세~ 라고 했다고 한다.
3일 내내 일찍 깨어나 홀로 법당에 들어 새벽 예불이 시작되기 전 108배를 올렸다.
새벽의 찬 기운을 느끼며 고요하고 너른 법당에 홀로 서서 가만 가만 108배를 올렸다.
새벽 4시가 되면 행자님 한 분이 법당의 문을 열고 초를 켜고 목탁을 두드리며 절을 돌면서 하루를 깨운다.
그 소리에 일어나 간단히 물양치와 세수만 하고 어둑한 마당을 가로질러 조용히 법당으로 가 부처님께 삼배를 올린다.
누군가와 마주친다해도 눈인사조차 하지 말라 했다.
부처님께 제일 먼저 인사를 드리라는 의미였다.
템플을 주관하시는 태유스님은 정갈한 가사에 파르라니 깎은 머리가 나이를 가늠할 수 없게 보이는 비구니(스님)셨다.
스님이 말씀하시길 108배란 나를 위함이라 했다.
그 누구도 아닌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 절을 하라고 하셨다.
그 말씀이 이기적이지 않은것은 내 안의 부처를 위해 절을 하는것이라 했기 때문이다.
여러 말씀들과 내가 느낀 감정들이 아직 모두 정리되지 않은채로 있다.
그 모두를 글로 풀어내기엔 모자람이 너무 많다.
마음 속의 생각들은 생각들대로 정리를 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한층 더 비움의 가르침에 다가가게 되겠지~그런 후에는 자비의 가르침을 채울 수 있어야 하리~
세관과 출세간을 가르는 경계에 선 일주문.
세상의 번뇌를 끊어내고 오직 진리의 세계로 향하겠다는 한가지 결심을 갖도록 한다는 기원을 담고 있다고 한다.
6일 오후 2시 30분, 삼화사에 도착했을때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 내리는 날보다 햇볕 쨍한 날을 좋아하지만 왜였는지 비 내리는 절집이 참 좋았다.
비는 일요일 절집을 떠나올때까지 오락 가락 했는데 한여름 무릉계곡에 사람이 많이 드는 걸 생각하면
비 덕분에 한적하고 조용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계곡물이며 폭포수며 물이 많아져 평소에 볼 수 없었던 풍광들을 볼 수 있었던 것도 내 복이리라~
삼화사의 삼층석탑.
오른쪽으로 보이는게 요사채인 심검당으로 우리가 묵었던 곳이다.
뒤로 보이는건 찻집과 해우소.
삼화사의 큰 법당은 적광전이다.
철로 만든 노사나불을 모시고 있다.
정면에서 보아 왼쪽엔 극락전이 있고 오른쪽에는 우리가 주로 예불을 드렸던 약사전이 있다.
부처님이 한 분이 아니고 여러분인지라 무척이나 헛갈리고 혼란스러운데 우리 모두가 부처라는 말씀으로 귀결짓기로 했다.
그러니 세상에 부처가 많을수밖에...
법당에 모셔진 부처님은 그저 철동상이거나 돌부처이거나....그런 어떠한 형상을 보는게 아니라
그러한 부처님을 통해 내 안의 부처를 보는 것이다.
우리가 묵었던 심검당 마루다.
저 마루에 앉아 작은 자갈이 깔린 절집 마당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있자니 온지 두어시간도 지나지 않았으나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7일 아침 오전 6시.
새벽 예불은 대개 4시 30분경 시작되고 5시경이면 마친다.
이 날, 우리는 약사전에서 태유스님과 함께 새벽 예불을 보았고, 참선과 108배를 했다.
108 참회문을 들으며 절을 한 번씩 올리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참선과 108배를 하지 않으면 그 이후부터 아침공양이 시작되는 6시까지는 쉬거나 산책을 하거나 했다.
일정에 따르면 7일 아침엔 촛대바위 일출을 보러 가기로 되어 있었지만 비가 내리고 있어 다음 날로 미루어졌다.
7일 아침 7시 24분.
아직 이른 시간이라 찻집의 문이 닫혀있다.
휴식시간에는 대부분 모자란 잠을 채웠지만 나는 법당에 들어가 108배를 하거나 절 주변을 산책했다.
어떠한 프로그램이 없이 풍광만으로도 심심치 않다는 템플팀장님 말씀처럼 두타산과 어우러지는 절집의 풍광은 참으로 좋았다.
사진속에 있는 친구는 회색빛 옷이 참 잘 어울리는 아이처럼 맑은 얼굴의 친구였는데
2007년에 삼화사에 템플을 왔다가 너무 좋아서 올해는 친구와 함께 왔다고 했다.
심검당 우측 뒤로 보이는 맞배 지붕이 극락전이고 그 뒤로 있는게 칠성당.
좌측 뒤로 조금 보이는것은 두타선원으로 스님들이 거처하는 곳인데 현재 스님들은 안계시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템플이 진행되고 있었다.
보이는 심검당은 커다란 대중방이 하나 있고, 양 옆으로 작은 방들이 여러개 마주보고 있는데
신도들이나 우리처럼 템플을 온 사람들이 묵는 곳이었다.
깨끗하게 한지로 발라진 벽에 아무런 장식도 가구도 없는 작은 방들이 그렇게 정갈할수가 없었다.
참석자들은 자신들이 사용한 방을 깨끗히 청소하고, 입던 옷과 하얀 고무신을 깨끗하게 빨아 널어두고 와야 한다.
구름이 오르락 내리락. 절집이 아닌 어느 선계에 와 있는 듯 싶었다.
아침공양과 운력까지 끝내고 계곡명상을 하러 가는 길.
이른 시간인데다 간간이 비까지 내리고 있어 산객도 거의 없는 길이다.
걷는것도 그냥 걷는게 아니고 스님의 말씀에 따라 명상을 하며 걷는다.
처음에는 오른 발 왼 발, 그 다음에는 관세음보살을 외우며 한가지에 집중하기.
법당에서 호홉명상을 하거나 참선을 할때는 잘 되지 않더니만 오히려 몸을 움직이며 명상에 들어가니 더욱 집중이 되는 것 같았다.
물론, 내 경우에 말이다.
물이 많아져 한참을 듣고 있자니 귀까지 먹먹해지는 무릉 계곡에서 명상 중.
각자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니 마음을 비우라 했으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을까~
내 경우엔 아주 여러가지 생각이 자꾸 나를 잡던데...
계곡명상까지 끝내고는 쌍폭포와 용추폭포, 관음암으로 산길 명상을 떠났다.
폭포에서 내려오면서 하늘문을 통해 관음암으로 갔어야 했는데 몇 몇은 그 길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한참을 내려와 다시 관음암으로 올랐다.
비인지 땀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만큼 땀을 흘린 후에야 관음암에 도착했다.
23명 중 10명이 관음암에 올랐는데 점심공양을 위해 미리 전화를 해야할만큼 관음암은 모든 것이 부족했다.
관음암까지는 차가 오르는 길이 없어 필요한 모든 것을 사람이 지고 날라야 했기 때문이다.
관음암에 도착하여 108배를 올렸다.
템플팀장님께서 관음암에서 하는 절은 힘들지 않다시며 꼭 절을 하고 오라 이르셨다.
좋은 기도터여서 꼭 소원을 들어줄꺼라며...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
많은 보살님들이 절을 올리고 있었는데 대부분 수험생을 둔 엄마들인 듯 싶었다.
절집에서는 여자는 보살, 남자는 처사님이라는 호칭을 쓴다.
삼화사의 부속 암자 관음암.
옆에 작은 요사채가 하나 있고 뒤로 칠성각이 있는 작은 암자이다.
관음암 칠성각. 절을 하고 있는 아이는 함께 템플을 했던 초등학교 5학년 성수다.
어린이 템플 프로그램이 신종플루때문에 갑자기 취소되는 바람에 부모님과 함게 템플을 했던 친구다.
호기심이 무척 많았던 아이.
관음암에서의 점심공양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반찬이라고 해야 나물 몇 가지였지만 정말 맛있었다.
관음암을 내려오면서 만난 풍경.
저 아래 삼화사와 무릉계곡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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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아침. 어김없이 새벽 4시에 일어나 법당에 가서 조용 조용 108배를 올렸다.
어제 가지 못한 추암으로 일출을 보러 가기로 되어 있었기때문에 법당에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었지만,
다른 이들이 일어나기전 30여분의 시간을 난 그렇게 법당에서 보냈다.
비가 오락 가락 하고 있어 일출은 보지 못했다.
무척 오랜만에 다시 찾은 추암의 새벽 바다는 무척이나 고요했다.
새벽 바다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만난 삼화사 풍경.
큰 법당인 적광전 가운데 문으로 내다 본 심검당.
극락전 앞에서 바라본 삼화사 풍경.
저녁 예불이 끝난 후에도 열심히 독경을 하고 계신 스님.
절집에 있는동안, 예불에는 가능한 빠지지 않으려고 했다.
새벽에 추암바다를 보러갔을때를 제외하고는 모든 새벽예불과 저녁예불에 참석했다.
예불문 하나 제대로 외우지 못하는 나였지만, 그 시간이 참 좋았다.
심검당 마루.
ㄷ자의 요사채 지붕 가운데를 채광창으로 이어 채광이 아주 좋고 운치가 있는 곳이다.
마지막 떠나오던 날, 템플을 맡으신 팀장님과 앉아 이런 저런 얘기중.
점심 공양 후, 삼화사를 떠나왔다.
이제는 조금 더 쉬이 절집에 들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두타산과 무릉계곡, 삼화사, 관음암 그리고 여러 폭포들 또 그리고 인연들...기억속에 오래 오래 남아 있을 듯 싶다.
모두 모두 어디선가 성불하시라~
가을이 오면 문득 삼화사와 관음암과 두타산에 들었다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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