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13년 2월 16일 / 인원 44명
코 스 : 반곡교 - 산수리 - 개야리 - 모곡리 - 마곡리 - 충의대교 : 약 21km
그 동안, 설렁 설렁 다녔던 도보와는 달리 공식적 정기도보라 다른 어느때보다 신경이 쓰였다.
게다가, 지난 7년간 나름 열심히 활동했던 카페가 어이없이 문을 닫아버리고 난 후, 새로운 둥지를 튼 곳에서의 첫 정기도보 아닌가~
감각을 통해 우리가 받아들이는 모든 것들이 우리의 의식에 어떤식으로든 흔적을 남긴다고 한다.
아름다운 길은 사람을 순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누군가 자랑한다.
난 어디 어디를 이만큼이나 걸었다오~
그러나, 아무리 많은 길을 걷고, 긴 거리를 걸었다한들
그 길이 우리에게 남긴 그 순함이 남아있지 않고 욕심만 가득차 있다면 그 길을 제대로 걸었다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누구도 거부하지 않는 겸손을 지닌 '길'이지만, '아무나 갈 수 없는 길'이 되는 것이다.
오랜 시간(햇수 7년) 함께 하던(나름 열심히) 카페가 어이없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착잡한 마음 금할 수 없었다.
할말이 없어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옳으면 말 할 필요가 없고, 내가 그르면 할 말이 없다~는 옛 선인의 말씀을 되새길 뿐이다.
중국의 작가 '루쉰'선생이 하신 말씀 중,
현실에 불만이 있을수는 있다. 그러나 되돌아갈 필요는 없다. 앞에도 길이 있기 때문이다.
이전의 카페와 새로운 카페를 생각하는 요즘, 이 구절이 맘에 와 닿는다.
지난 5~6년 동안 겨울마다 다녔던 홍천강이었지만, 이맘때쯤 이렇게 눈이 많았던 적이 없었다.
녹았다 다시 얼은 유빙들이 강에 가득하고, 이제는 봄 기운이 올라와야 할 강 옆의 길에는 아직도 얼음과 눈이 가득하다.
에혀~하루종일 긴장을 얼마나 했던지....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긴장 풀린 몸에 술 몇 잔 들이키고는 완전히 다운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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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사람의 발작국만 따라 걸었다.
이 사진 찍으려고 잠시 옆길로 샜다가 무척이나 아끼는 티탄 컵을 떨어뜨리고 가서 다시 되돌아와 찾았다.
점심 먹으며 술 한잔 받아마시려 하는데 컵이 없어 얼마나 안타깝던지...
무척 가볍고 요즘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물건이라 아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안돌아가는 머리를 쓴게,
일렬로 따라오던 사람들이 주운 물건이 없으니
분명 옆길로 샜을때 떨어뜨린거라 짐작한것이 맞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점심 먹은 곳에서 가까운 곳이니 얼마나 행운이던지...ㅎㅎ
점심은 이곳에서 약 600m 더 나간 지점인 어느 노부부댁 마당에서 먹었다.
걷는 도중에 할머니 한 분 오시기에 얼른 주섬 주섬 꺼내어 작은 빵 하나 손에 쥐어 드렸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었다.
어디나 눈이 쌓여 있어 점심 먹을 곳이 없어 난감했는데,
선뜻 마당을 내어주시고 나중에는 전기주전자에 커피물까지 끓여내어 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던지...
두분 모두 팔순이 넘으셨고, 그나마 할아버지께서 아프시다니 할머니께서 힘드실 듯 하다.
혹여, 나중에 그 쪽에 갈 일이 있으면 사탕 한봉지라도 꼭 사다 드리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정말 불안했던 길들~
그러나, 어느 분 말씀처럼 서로 믿음이 있었기에 안전하게 걸을 수 있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건너가야 하는 개울에 있던 징검다리도 지난 여름에 휩쓸려 가 버렸다.
즉석에서 돌을 놓아 징검다리를 만든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산길.
다른 사람에게 러셀을 맡기고픈 생각이 굴뚝같았으나, 눈에 쌓여 가늠이 안되는 길.
그 길을 아는건 나 자신밖에 없으니...ㅠㅠ
역시 러셀은 힘들어~
작은 야산이지만 많은 눈이 쌓인 좁은 길은 위험했다.
눈이 없으면 아래와 같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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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은 가파른 내리막이고, 교행할수도 없이 딱 한사람 지나가면 알맞은 길이다.
난 최대한 왼쪽 산으로 붙어 러셀을 한다.
휴~이제 고개다.
고개 정상 바로 옆 바위에 올라서면 소남이섬의 모든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아주 좋은 전망대가 있지만
그 곳도 눈이 쌓여있어 위험했다.
몇몇에게는 별 어려움없이 오를 수 있는 곳이었지만
갈 수 없는 사람들을 고려하여 그냥 패스했다.
단체가 움직일때는 어쩔수없이 단호한 리더의 판단력이 필요해진다.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는 않다.ㅠㅠ
올라온 길보다 오히려 더 위험하다.
지그재그로 가파르게 내려가야 하는 길이다.
어떻게 연약한(?ㅋㅋ) 나에게 러셀을 맡길 수 있느냐는 항변아닌 항변에 든든한 만딩고님이 기꺼이 선두에 서 주었다.
덕분에 나는 편히 내려갔다. ^^
고개를 넘어 내려오고 나면 길이 잠깐 끊기는데 예년같으면 옆의 개울이 얼어있어 그 개울을 타고 강쪽으로 이동하면 되는데
올해는 저리 눈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개울은 얼음이 풀려 졸~졸 물이 흐르고 있었다.
오지 말래도 오지 말래도 봄은 오고 있으니까~
단지, 어디선가 해찰하며 놀고 있을터이니...
앞서가신 두서너분 빼고 배바위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 ^^
배바위에서 마곡리까지는 길이 아주 잘 되어 있기때문에 이제 걱정이 없다.
2km 정도만 더 가면 충의대교에 닿는다.
깃발이 법적인 책임을 지지는 않지만, 혹여 사고라도 나면 그 부담감을 결코 이겨내지 못할 것이다.
아이젠을 필수장비로 강조하고 아무리 안전을 외쳐도 위험부담은 항상 존재한다.
고개를 넘어 내려와 나도 모르게 감사합니다~를 되뇌였었다.
어쨌든지 무사히 다녀와서 참~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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