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17년 9월 16일 토요일 with *희
코 스 : 정부과천청사역 - 문원폭포 갈림길 - 6봉 능선 - 국기봉 - 연주대 - 서울대입구역 : 약 12.5km
요즘 날이 아주 좋다.
하늘은 청명하게 맑고, 바람은 선선하여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훠이훠이 날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날도 좋고, 바람도 좋고 가을바람 타고 나도 들썩이고 있는데 희가 오랜만에 산엘 가자 한다.
팔꿈치를 다치고 고생하던 터에 족저근막염까지 오는 바람에 한동안 함께 산행에 나설 수 없었다.
만사 젖히고, 그래 가자~ 한다.
한참이나 어린 동생이지만 내 좋은 산 동무.
명절을 앞두고 벌초 차량과 이른 성묘객이 뒤섞일 때다.
멀리 가지 않고 서울 근교에서 찾다가 관악산을 가보기로 했다.
그것도 오래전 둘이서 함께 했었던 6봉 능선.
자일도 없이 둘이서 가는 길에 암릉이라 조심스러웠지만, 우회로가 있다 하니 자신 있게 나서본다.
솔직히 그동안 관악산 연주대를 가본 적이 없어서 오늘은 제대로 가보리라 한다.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역을 출발했다.
청사 운동장을 끼고 걷다가 시험연구소 지나니 오른쪽으로 들어가는 이 길이 나온다.
가다 보면 문원폭포 방향 표지판이 나오는데 우리는 그쪽이 아닌 왼쪽 길로 오른다.
함께 걷던 사람들이 문원폭포 방향으로 가고 우리만 왼쪽 길로 왔는데 결국은 1봉에서 만나는 듯하다.
이제 시작인가? ^^
우리가 가야 할 암릉
위험한 곳은 우회로가 있으므로 그다지 걱정할 길은 아니었다.
오~오랜만인데도 잘 가는데~? ^^
저 밑에 보이는 사람들이 아까 문원폭포 갈림길에서 갈라진 사람들 같았다.
홀드들이 양호해서 오르기 쉽다.
그래도 항상 조심조심~
오랜만에 만져보는 바위가 반갑기까지 하다. ㅎㅎ
경사가 느껴지는가?
바위는 원래 오르는 게 내려가는 것보다 쉽다.
어디로 가야할까~?
삶은 항상 선택의 갈림길에 서서 우리를 끊임없이 시험하는 듯하다.
오늘은 팔이 아픈 희를 위해 내가 선두다.
올라오기 쉬운 홀드가 양호한 길을 찾는다.
아직은 워낙 많아서 어려울 것도 없었다.
보기에는 엄청 위험해 보여도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
우리도 항상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걷는다.
카메라 모드가 돌아가서 이상하게 나온 사진.ㅠ
여기서 나는 계속 진행하고 희는 우회했다.
아직 팔이 온전치 못해 양팔을 다 써야 하는 길은 아직 무리다.
왼쪽에 보이는 칼날능선을 넘어왔는데 길을 알고나면 쉬운 길~
희는 우회하고 나는 넘어왔다.
넘어와서 보면 길이 확연히 보인다.
아~오늘 시계(視界) 참 좋네~
가운데 잘 보면 사람이 하나 보인다.
올라갈까 말까? 망설이는 중~ ㅎㅎ
꽤 긴 슬랩에 경사가 있어 일단 내가 먼저 올라왔다.
올라와 보니 만만찮길래 희는 우회시켰다.
올라오는 분은 모르는 분인데 따라붙길래 바위를 하시는 분인가보다~했는데
어쩐지 불안 불안해서 계속 봐주고 있다.
나는 끝까지 올라와 있고, 저분은 결국, 한 5m 올라오더니 다시 내려가신단다.
내려가는 게 더 만만찮을텐데~ ㅎㅎ
나도 불안 불안해서 위에서 계속 봐주었다.
한참을 헤매다 안전하게 내려서서 본인도 안심했는지 나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어휴~보고 있는 저도 살 떨렸다고요.
어쨌든지 안전하게 내려섰으니 천만다행~
나중에 우회로로 올라와서 만나 하시는 말씀이,
밑에서 보고 있자니 내가 너무 쉽게 올라가길래 본인도 오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편견이다.
내가 바위를 정식으로 배운 사람이라고는 생각지 않고,
저 사람(특히, 여성)도 가는데 나라고 못갈쏘냐~뭐 이런 맘이지 않았을까?
물론, 나처럼 팔다리 기럭지도 길지 않고 무게도 많이 나가는?ㅠ 사람보다는
무게도 적게 나가고 팔다리 쭉쭉 뻗어 긴 사람이 바위에서는 훨씬 유리하다.
그렇지만 경험자와 미경험자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인생에 경험만 한 선생이 없다~고 생각한다.
직접 경험이 중요하지만 모든 것을 다할 수 없으니 간접 경험을 위해 책을 열심히 읽으라 하지 않던가?
긴 슬랩을 지나 딱 저 바위 구간을 우회했는데 올라와서 보니 길이 확연히 보였다.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보이는 봉우리가 6봉의 국기봉
팔봉 갈림길에서 자리를 잡고 푸짐한 점심을 먹었다.
위험한 구간도 다 지나왔으니 시원한 맥주도 한 모금 하고~ ㅎㅎ
내 똑딱이 카메라가 모두 잡아내지는 못해 사진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눈으로 찍어 가슴에 담은 사진에는
고척돔과 인천 문학경기장, 송도, 인천 앞바다, 인천대교의 주탑도 2개나 보였다.
서울에서 몇십 년을 살면서도 관악산 정상엔 처음 와보았다.
반가워요~관악산~
아~예쁜 하늘~
예쁜 가을이 오고 있다.
연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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