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17년 9월 23일~24일 with 7
코 스 : 23일 : 희방사역(11:15) - 죽령 옛길 - 죽령 주막 (12:40 점심 매식) - 소백산 대피소(15:20) : 약 7.7km
24일 : 소백산 대피소(07:55) - 연화봉 - 제1연화봉 - 비로봉(10:30) - 천동리 주차장 (13:15) : 약 14km
교 통 : 청량리 08:25 발 -> 희방사역 11:15분 착 (항상 늦는 우리나라 기차~어쩔꺼나~) / 12.000원
천동리 주차장 -> 단양역 by 택시 - 택시비 13,000~14,000원 / 10~15분 소요
단양역 14:38 발 -> 청량리역 착 16:48 착 / 10,700원
소백산 제2연화봉에 대피소가 생겨난 지 2년이 다 되어 간다.
2015년 말쯤에 open된 것으로 안다.
대피소가 생겨나고 희와 나는 2016년 9월 그리고 2017년 4월에 소백산으로 1박을 갔었다.
오늘과 똑같은 코스를 걸어 1박 2일을 소백산에서 보내고 왔었다.
일몰과 별들과 일출을 보리라는 기대를 잔뜩 안고~
결과는, 두 번 다 제대로 된 일몰과 별들과 일출을 보지 못했다.
다시 도전했다.
이번에는 동행들도 많아져 꼭 제대로 된 일몰과 밤하늘 반짝이는 별들과 소백에서의 일출을 보고 싶었다.
요즈음 쾌청한 하늘과 선선한 바람 속에서 그 기대감은 하늘 높이 높아만 갔다.
금요일 오후에 기상청 산악예보를 검색했을 때만 해도 23일 소백산 오후의 날씨는 구름없는 맑음 맑음.
밤에도 구름없는 맑음 맑음.
와우~기대감을 높인다.
정작 토요일이 되었을 때, 여지없이 무너져 버린 내 기대감이라는 탑~!!
어쩌면 기상청은 다음날의 일기예보도 틀리는 걸까?
이건 숫제 예보가 아니라 중계를 하고 있으니~ 그나마 생방송이 아닌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걸까? ㅠ
우리나라 국가 기물 중 제일 비싼 물품이 기상청에 있는 슈퍼컴퓨터라고 하는데~
아~좀~~~제대로 하자고요~
열심히 일하고 따박따박 세금 내는데 그 정도도 기대하면 안 되나요?
그나마 23일은 우리가 대피소에 도착했을 때 하늘이 맑아져 제대로 된 일몰까지는 아니었지만 일몰 비스름한 것을 보았고,
밤에 동쪽 하늘에 구름이 있긴 했지만, 그럭저럭 북쪽 하늘의 주극성들과 여름 별자리들과 가을 별자리를 시간차를 두고 찾을 수 있었다.
다음날 일출은 구름 속에서 빼꼼거리며 우리를 약 올리던 해님만 보고 다시 지난 두 번의 경험처럼 구름 속인지 안개 속인지 모를 소백의 능선을 걷고 왔다.
현재시각 오후 12시 30분
죽령에 12시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차가 희방사역에 20여 분 이상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출발도 도착도 늦었다.
무척 힘들어하던 꼬맹이~
나중에 점심 먹으면서 저 배낭을 살폈더니 무거운 게 잔뜩 들었다.
이궁~힘들만도 했다.
내 배낭 속에 짐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나는 저 녀석의 짐을 덜어 내 배낭에 넣었다.
하얀 구절초, 난 이꽃이 참 좋다.
국화과의 어느 꽃보다 기품이 있다.
패랭이꽃
도심에 지친 우리들,
이 맑은 길 위에 서 있을 때는 시간이 더디 가면 좋겠다.
현재 시각 15시 10분
죽령 주막에서 동동주 한 모금에 묵밥과 비빔밥으로 점심을 하고,
13시 10분경 떠나 소백산 대피소에 15시 20분경 도착했다.
대피소 오르는 계단 옆에서 우릴 반기던 보라색이 어여쁜 산부추
지난 두번 여기 왔을 때 거의 모든 이들이 고기를 굽고 있었다.
꼭 이 산꼭대기까지 와서 기름 튀어가며 저렇게 고기를 구워야만 할까~생각했었다.
결론은,
구워보니 맛나네~다. ㅎㅎ
프라이팬 좀 가져와~~라는 소리에
백패킹용도 아닌 집에서 쓰는 무거운 프라이팬 통째로 들고 온 이쁜 후배 녀석~
코팅이 좋아서인지 고기도 노릇노릇 잘 구워진다.
알아서 가위와 집게도 챙겨왔다.
복 많이 받그라~
대피소는 4시가 되어야 문을 여는데 취사장은 그 전에도 열려있다.
두 개의 취사장이 있는데, 큰 취사장은 공사가 한참 진행 중이어서 작은 취사장에 자리를 잡는다.
장비 꺼내어 고기부터 굽는다.
밥과 찌개를 끓여 저녁도 맛나게 먹고, 따스한 커피까지 마셨는데도 오후 5시가 조금 넘었을뿐이다.
우리 일행이 8명이어서 오늘은 가족실(국망봉)에 들게 되었다.
1층에 4명, 2층에 4명이 잘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칸막이는 없다.
모르는 사람들과 섞이는 것보다 훨씬 좋다.
희방사역부터 거의 8km에 가까운 계속되는 오르막을 힘들게 오르고서 지쳐있더니
고기 먹고 밥도 먹고 이제 좀 힘이 나는가 보다~ ㅎㅎ
이쁘고 기특한 녀석~
하루가 숨을 죽이고 밤이 열리기 직전, 햇살은 아직 부드럽다.
낮도 밤도 아닌 미묘한 이 시간.
지난 4월과는 다른 일몰이 시작되고 있다.
많이 먹었다.
운동 좀 하자~ ㅎㅎ
저렇게 뛴 기억이 전혀 없는데 오른쪽은 분명히 나다.
고기에 홀짝홀짝 와인을 계속 들이키더니 살짝 맛이 갔던가? ㅋㅋ
새벽부터 분주했던 긴 하루가 저물고 있다.
내 인생의 역작으로 삼을만하다~ ㅎㅎ
낮과 밤, 그 경계의 시간
꿈은 이루어진다~는 명제를 무조건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나이는 오래전에 지났다 해도,
그렇다고 꿈을 꾸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늘만큼은 모두 날아봅시다~ ^^
몇십 년을 살아온 아빠도~
열 살짜리 꼬맹이도~ ^^
오랜 세월 내 좋은 도반이 되어 준 희야~
아직은 석양을 보며 슬퍼할 때는 아니지? ^^
현재 시각 오후 6시 42분
긴 황혼의 꼬리를 남기며 해가 서쪽으로 내려앉았다.
현재 시각 오후 7시 27분
내려다보이는 풍기의 밤풍경
실컷들 먹고 일몰과 석양을 한껏 즐기고 나더니 모두 지쳤는지 들어가 눕는다.
적잖이 들이켠 술이 오르기도 하겠지~ㅎ
난 꼬맹이를 꼬드겨 별을 보러 나왔다.
밖에서 별들이 수런거리며 우리를 기다리는데 아니 나올 수가 없지 않은가~^^
아직은 시간이 일러 9월임에도 불구하고 여름철 별자리들이 머리 위에 떠 있다.
백조자리의 데네브와 거문고자리의 직녀성 베가, 독수리자리의 견우성 알타이르가 선명하게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내가 읽은 책에서 말하길~
백조자리의 데네브는 지구에서 1500광년 떨어져 있다고 한다.
1등성 별들 중 제일 먼 곳에 있다고~
그러나, 태양보다 6만 배나 밝기 때문에 그 먼 곳에서 오면서도 당당히 1등성의 꼬리표를 달고 있다고 한다.
빛이 1초에 30만km를 간다는데 그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가 1광년이라 한다.
1500광년이라~솔직히 상상도 되지 않는 거리이다.
저 별빛은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훨씬 전에 그 먼 곳에서부터 숨 가쁘게 달려와 지금 내 눈에 비치는 것이다.
솔직히 지금 이 순간, 저 별이 아직도 살아있다고 누가 자신할 수 있는가?
또한, 그 거리가 1500광년이란 것도 그 누가 확정 지을 수 있겠는가?
다만 추정치일 뿐~
우리 지구인이 그것을 정확하게 산출해낸다면,
벌써 태양계가 아닌 다른 은하계에 우주 식민지 한두 개쯤은 만들었을 것이다.
^^
북쪽과 동쪽에 구름이 있어 많은 별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남쪽 하늘에 떠 있는 밝은 붉은 별이
전갈자리의 '안타레스' 인 것은 알겠는데
전갈자리의 전체적인 모습이 잘 안 잡힌다.
공부 부족이겠지~
구름이 더 몰려오고 산중의 날이 매우 쌀쌀하다.
침상으로 다시 기어들어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밤 9시경 꼬맹이들 꼬드겨 다시 나왔다.
초저녁보다 구름이 걷혔다.
머리위로 카시오페이아가 선명하다.
카시오페이아를 중심으로 북극성, 북두칠성을 찾는다.
대피소 옆에 있는 송신탑이 북두칠성을 살짝 가렸으나 선명하게 보인다.
어느새 여름 별자리들은 초저녁보다 서쪽으로 이동했고, 동쪽으로 페가수스 사각형이 떠올랐다.
초저녁보다는 구름이 걷혔으나, 아직 남아 있어 가을 별자리들이 선명하지는 않다.
페가수스 사각형의 한 변을 길게 남쪽으로 그려보니 가을철의 유일한 1등성인 포말하우트(남쪽물고기자리)가 보인다.
지평선 가까운 곳에 있어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았던 별 하나~!!
나는 오늘 그 별 하나를 찾았다.
노력하면 볼 수 있는 저 별처럼 삶도 그러했으면~
그러나, 삶에서는 꼭 등가 공식이 성립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누군가는 그게 삶이라고 하겠지~
현재 시각 6시 28분
9월 24일 소백산의 일출 시간은 6시 20분경이었다.
짙은 구름인지 안개인지가 소백산을 감싸고 있다.
그 구름 속에서 감질나게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하던 해님~
다음에 다시 오면 제대로 보여주시라고요~
현재 시각 7시 52분,
7시 반 출발 예정이었으나, 예정보다 늦어진다.
그래도 기념 사진은 찍어야지~ ^^
7시 55분 소백산 대피소 출발~!!
소백산 대피소에서 연화봉을 거쳐 비로봉까지 가는 길은 매우 유순한 길이다.
다만, 제1연화봉 오르는 이 계단만 약간 힘이 든다.
어여 오라고요~
제1연화봉에 도착한 시간이 9시 34분.
대피소부터 여기까지 4.8km다.
비로봉까지는 2.5km가 남았다.
7시 30분에 떠나 10시경 비로봉 도착으로 예정을 잡았는데 30분 늦게 떠나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돌아가는 기차 시간을 맞추어야 하니 한정 없이 노닥거릴 시간도 없어 제일 힘들어하는 꼬맹이를 재촉한다.
다행인것은,
여기서부터 비로봉까지 2.5km는 마지막 비로봉 오름길만 빼고는
오르막이 거의 없는 평지나 다름없는 길이어서 속도가 좀 나는 길이라는 것
.
어느새 산은 계절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중이다.
현재 시각 10시 35분
오늘이 10살 인생 최대의 위기라던 귀여운 녀석~
10살밖에 안 먹었는데 80살 같다고도 했다지~ㅎㅎ
새벽부터 일어나 이른 아침을 먹고 7km가 넘는 길을 걸어왔는데
네 다리 근육들이 파업을 선언해도 할 말은 없다. ^^
그러나, 오늘의 기억이 너에게 기쁨으로 빛날 무수히 많은 날 中의 하루이길 빈다.
인간은 대체로 아는 것만큼 인식하고 거기에 맞춰 세상을 상상한다고 한다.
그래서 경험이 중요하다지~
직접 체험한 것은 쉬이 잊을 수 없는 법이니까,
경험의 무게가 실리지 않는 말과 표현은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나는 사회의 관습과 규범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면 무엇이든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해볼 수 없기에 책을 열심히 읽으려고 노력한다.
노력과 실천의 갭이 커서 문제라면 문제지~ㅠ
시간의 파괴력을 뛰어넘어 살아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현재 시각 10시 58분
비로봉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10시 40분 하산을 시작했다.
현재 시각 오후 1시 11분
다리안 폭포를 막 지나왔다.
대견하고도 이쁜 녀석~
어른에게도 녹록지 않은 코스였는데 힘들어하면서도 잘 따라와 주었다.
오후 1시 15분 천동리 주차장에 도착했다.
다리안식당에서 감자전과 막걸리와 비빔밥으로 점심을 맛나게 먹고,
14시 10분경 택시를 불러 단양역으로 이동했다.
어디에서건 기억은 거기 있는 사람과 함께 남는다~라고 작가 황석영은 썼다.
함께 나누는 것, 함께 웃는 것,
관계를 맺는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무언가를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고 한다.
모두의 기억 속에 함께 했던 시간이 오래오래 스며들어 있기를~
특히, 10살짜리 꼬맹이의 기억 한켠을 오래오래 차지하기를~
괜스레 별보러 가자고 꼬드겼다가 남의 집 아이 하나 잡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랬던지~ ㅎㅎ
밥 먹고 나더니 저렇게 기운이 난다.
근육이 뭉쳤는지 아프다 해서 종아리 중간에 파스도 하나 붙여 주었더니
기차에서 늘어지게 자고 집에 오자마자 놀이터로 놀러나갔다 해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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