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18년 6월 9일 ~10일 / 날씨 구름 많고 흐림, 평균 기온 10~12도 / 일요일 새벽 비 / 인원 3 (여 1+남 2)
코 스 : 성삼재 - 세석 1박 - 천왕봉 - 중산리 탐방안내소 : 33.6km + 중산리 버스터미널 : 1.9km -> 총 35.5km
6/09 : 성삼재(04:30) - 노고단대피소(05:05/아침) - 연하천대피소(10:35/점심) - 세석대피소(16:35/1박)
6/10 : 세석대피소(07:15) - 장터목대피소(08:50) - 천왕봉(10:00) - 중산리 탐방안내소(13:20) - 중산리버스터미널(13:50)
교 통 : 용산역(22:45) -> 구례구역(03:04/실제로는 약 15분 연착) / 23,600원
구례구역 -> 구례터미널 -> 성삼재휴게소 / 1000원+4500원
(버스내에서 모든 카드가 이용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터미널에서 성삼재로 가는 표는 터미널 무인발매기에서 카드로 구매 가능하다.)
중산리 버스터미널(15:35) -> 서울 남부터미널(19:20) / 21,600원 (28인승 우등버스) <- 예약 055-972-1122 (일주일 전 월요일부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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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성삼재에서 장터목까지 하루 만에 걷고,
그다음 날 어떤 정신으로 일어났는지 새벽에 일어나 천왕봉에 가서 생애 처음으로 천왕봉 일출을 봤다.
그러고는 한동안 지리산에 대한 목마름이 가셨던 듯싶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니, 다시금 지리산 능선에 서서 그 마루금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거의 10년 만에 지리산으로 가는 배낭을 꾸렸다.
지난 경험으로 인해 배낭을 꾸리는 일은 어렵지 않았으나, 무게와의 싸움은 여전했다.
대피소에서 1박을 하다 보면 모두 먹으러 오는 사람들 같다.
고기를 굽는것은 기본이고 생선을 튀기고 있는 사람들도 보았다.
나부터 시작하자~
다음에는 최소한의 먹거리로 버텨보기로 하자~
먹거리를 많이 가져가면 그만큼 쓰레기도 늘기 마련이다.
대신 맛난 차를 가지고 가서 우려야지~
산에서 남길 것은 발자국과 가져올 것은 사진뿐~이라 했다.
Take only Photos, Leave only Footprints
오미자 원액을 갖고 간 것은 탁월한 결정이었다.
물에 타서 마시니 더위와 갈증 해소도 되고 당도 보충되고 여러 가지로 좋았다.
며칠 전 생일이었다.
그 생일 기념으로 지리산행을 계획했었다.
나이 한 살이 더해지면 조금 더 성숙해지고 혜안도 더해지리라~는 기대는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으면서 여지없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왜 더 너그러워지고 여유로워지지 못하는 걸까?
지리산에 들었다오면 그 넉넉한 품속에서 조금은 그리되리라~생각했지만, 다녀와서의 반성은 애석하게도 역시나~이다.
비워내고자 묵묵히 걸었으나, 결국은 아무것도 비워내지 못한 듯하다.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을 터인데 쉽지 않은 일이다.
쉽지 않으니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는 거겠지~
그 고민 끝에 무언가 명쾌한 것이 나오면 좋으련만 답이 없으니 더 찾게 되는 게 아닐런지~
성공 지향적인 현대 사회의 속도전에 지쳐버린 일련의 사람들이
소확행, 욜로, 워라벨...등 등...인간답게 살자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치고는 있지만,
잠깐이라도 멈추면 도태될 것 같고, 실패한 삶이 될 듯한 초조감은 여전히 존재한다.
단순하게(?) 살기, 가볍게(?) 살기,
나름대로 그 속도전에서 비켜나 침식당하지 않고 균형을 잡고 살고 있노라~고 생각하지만,
되돌아보면 어느 순간 속도와 경쟁 속에 휘말려 초조해하는 나 자신을 본다.
특히, 나이가 더해갈수록 무언가 명확하게 이루어놓은 것이 없다는 자괴감이 나를 힘들게 한다.
열심히 사노라고 살았는데 나는 지금 어디쯤 서 있는 걸까?
아마도 죽을 때까지 답을 알 수 없는 명제가 아닐까?
자기 연민에 빠져 있는 시간과 에너지를 모아 앞으로 한 발 한 발 내딛어보자고 다짐해보지만,
결국은, 나도 이 사회의 일원으로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그런 삶들 속에 침잠되고 있었음을...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고 나는 어떻게든 그 시간을 살아내어야 한다.
아자~!! 힘내자~!!
까짓~나만 먹는 나이도 아니고, 모든 사람이 무언가를 꼭 이루고 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너무도 단순하고 쉬운 자기 합리화인가?
나는 어쨌든지 행복하게 지금 이 시간을 살아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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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지리의 마루금들이 보고 싶어 떠난 길이었으나, 지리산은 나에게 그 속살들을 쉬이 보여주지 않았다.
너무도 오랜만에 길을 나선 나에게 지리산 산신령님이 노하셨나~^^
아랫세상과 지리산 사이에는 하얀 운해가 만들어 낸 굳건한 문이 존재해서 마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삶처럼 흐릿했다.
조만간 다시 배낭을 꾸려야 할 듯싶다.
같은 날 해발 1600m의 덕유산을 걸었던 이들은 구름 속에서 노닐었다고 하던데,
해발 1600m 와 해발 1900m의 차이는 구름 속에 있는가? 구름 위에 있는가? ^^
여류 서예가 소현 류봉자님의 글씨라고 한다.
어디에 호가 써 있나~하고 열심히 찾아봐도 보이지가 않아서 이상타 했더니 원본이 아닌 복제품이라네.
나는 글씨에 문외한이지만, 단정하면서도 아기자기함이 묻어나는 듯~
지리산의 길들이 이렇듯 돌로 많이 정비되었다.
흙을 밟고 싶어 길 떠난 나와 같은 사람에겐 실망스러운 일이다.
아무래도 길들이 정비되어 거리가 줄어든 것 같은~
그다지 빨리 걷지 않았음에도 예전보다 빨리 세석에 도착했다.
노고단 고개
이날, 노고단에는 가지 못했다.
언젠가 노고단 정상 탐방 예약을 해두고 노고단 대피소에 와서 하룻밤 유하고 가리라~
임걸령 샘터
언제나처럼 물이 풍부하고 물 맛이 좋았다.
플라스틱 거름망이 눈에 거슬렸다.
필요에 의한 것이었으리라~생각하면서도 눈에 거슬림은 어쩔수가 없었다.
삼도봉, 마침 인원이 셋이라~ ^^
행여 견딜만하면 제발 오지 마시라~했거늘
높은 산이 있기에 깊은 골도 있는 것이겠지~
높은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기만 하고, 깊은 골 안에서 헤매기만 하는 삶은 없을 것이다.
오르락내리락~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내리막을 잘 견뎌야 또 오를 수 있는 에너지를 얻겠지~
그래서 나는 다시 그곳에 갈 것이다.
벽소령 대피소는 한창 확장 공사 중이었다.
더 편하고 더 좋은 대피소는 무엇을 위해서?
산에서 호텔을 바라는 사람은 없을진대~
하룻밤쯤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긴 인생 살아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진대~
선악의 구분도 아니고, 잘잘 못을 따지기도 어려운 명제지만,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또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백인백색인 모두의 needs를 충족시키는 것은 아마도 세상에 없는 일일게다.
이곳에 서면 내가 걸어내야 할 지리의 마루금들이 한눈에 보이는데 오늘은 시계가 좋지 않아 아쉽다.
멀리 천왕봉이 보이질 않는다.
새로 산 그레고리 배낭이 나와 한몸처럼 움직여주었다.
꽤 무거운 짐을 짊어졌음에도 1박 2일동안 어깨가 불편하지 않았고, 다녀와서도 멀쩡하다.
허리밸트, 어깨끈, 공중부양 등판 그리고 용량까지 아주 마음에 든다.
한동안 좋은 도반이 되어주겠지~
?원 쓰고 목우 새기다.
다음에 가면 제대로 보고 와야지~
국립공원에 전화를 해서 물어보면 알 수도 있겠지만, 다음의 즐거움을 위해 남겨두고 싶다.
현재 시각 6월 10일 05:06
비가 온다고~
일출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일어나 촛대봉까지 홀로 산책을 나섰다.
천왕봉을 향해 떠나는 사람들도 있고, 이미 떠난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무에 그리 바빴던걸까?
촛대봉을 코 앞에 두고 빗방울이 떨어진다.
방수자켓을 입고 나오기는 했고, 비도 많이 내리지는 않았으나
다시 되돌아 영신봉쪽으로 향해본다.
조릿대와 눈개승마가 새벽 산책을 나선 나를 반겨준다.
앞에 보이는 능선은 삼도봉에서 불무장등으로 이어지는 능선일까?
저 멀리가 왕시루봉일까?
아직도 봉우리 하나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는 나는 초보 산객 ㅠ
세석에서 하동쪽을 바라보고 찍은 새벽의 운해
세석대피소 뒤의 능선에서 백무동쪽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
현재 시각 05:21
세석대피소를 떠나며 인증샷을 남기다.
촛대봉 아래
자연은 그 어떤 것도 無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졌다.
이런 곳에서 이성과 논리 필요한가?
그저 보라~
보고 즐기라~
아름다운 연하봉 구간을 지나며...
바위마다 하얀 구절초 뒤덮히는 시절에 다시 오면 좋을 곳.
오른쪽에 취사장이 새로 생겼다.
지리산대피소들은 올 때마다 좋아지고 있다.
그 옛날 돌과 콘크리트로 만든 현재는 창고로도 쓰지 못해 철거되어버린 작은 산장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느 걸 더 좋아할까?
어디에서건 기억은 거기 있는 사람과 함께 남는다~라고 작가 황석영은 썼다지~
지금은 기억도 가물하기만한데도 내 어린 시절 그때의 친구들과 함께했던 기억이 좋았던가 보다~
지금의 편리함보다 그 시절의 불편함이 더 좋은 기억으로 남는 걸 보면...
고사목 - 이성부 -
내 그리움 야윌 대로 야위어서
뼈로 남은 나무가
밤마다 조금씩 자라고 있음을
나는 보았다
밤마다 조금씩 손짓하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
한 오십년 또는 오백년
노래로 살이 쪄 잘 살다가
어느날 하루아침
불벼락 맞았는지
저절로 키가 커 무너지고 말았는지
먼 데 산들 데불고 흥청망청
저를 다 써버리고 말았는지
앙상하구나
그래도 사랑은 살아남아
하늘을 찔러
뼈다귀는 뼈다귀대로 사이좋게 늘어서서
내 간절함 이토록 벌거벗어 빛남이여
2018년 6월 10일 오전 10시 02분
나는 다시 이 곳에 섰다.
지리산 정상석이 이렇게 한가한때가 있었던가~?
운이 좋았다.
함께 걸어 준 두 사람에게 고맙다.
마음 편한 동행들이었다.
엄마 대신하여 법계사에 들러 왔다.
로타리대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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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9일 ~10일 / 날씨 구름 많고 흐림, 평균 기온 10~12도 / 일요일 새벽 비 / 인원 3 (여 1+남 2)
준비물 : 아래와 같이 배낭을 꾸리니 배낭 무게가 9.3kg이었다.(너무 무겁다. 8~8.5kg이 목표였는데...)
아래의 짐에서 사용하지 않은 것은 비상용 우의, 방수스패츠, 방수신발주머니였다.
거의 10년만에 지리산에 갔더니 대피소에 개인별 신발함이 생겼더라.
예전에는 신발 분실 방지를 위해 신발 주머니를 챙겨 다녔는데...쩝~몰랐다.
비 예보가 있었으나, 우리가 잠든 밤과 세석 출발하기 전에만 비가 내려 우천대비용품들이 필요 없었다.
배 낭 : 그레고리 제이드 38L (레인커버 有)
등산화 : 고어텍스 등산화 (변화무쌍한 지리산의 날씨를 감안하면 방수 등산화가 알맞다.)
물 통 : 500ml 물통 2개 (날진 & 생수병) - 날진통엔 물을 채웠고, 생수병에는 오미자 원액을 250ml쯤 챙겼다.
지리산은 심한 가뭄이 아니면 물이 풍부하고, 곳곳에 식수가 있어 물을 많이 안 챙겨도 된다.
지 도 : 눈감고도 갈 수 있을 듯한 길들이지만 습관적으로~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지도 검색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전자기기를 믿지 못하고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1인.
기 타 : 핸드폰, 보조배터리, 현금과 카드, 헤드램프(새 건전지 포함), 칫솔, 치실, (치약, 비누 사용금지), 1회용 썬크림 3개,
볼펜과 메모지, 휴지 50매 1, 물티슈 10매 1, 시계, 화장품(최소한), 디카, 기초적인 의약품 등, 바늘과 실
의 : 반소매 티셔츠 2, 경량 방수자켓 1, 경량 구스다운자켓 1 (추위 많이 타는 나는 꼭 필요하다. 무게가 티셔츠 무게쯤이다.)
바지 1, 속옷과 양말 여벌, 우천 대비용 비상용 우의, 방수치마, 방수스패츠, 각 1, 모자 1
등산용 손수건 1, 작은 면 손수건 1(대피소에서 세면을 하기가 어려우므로 얼굴과 발 닦는 용도로 사용)
출발 시 긴팔 냉감이너에 반소매 쿨맥스티를 입고 바람막이 자켓을 입었다.
식 : 코펠 1.5L 1, 플라스틱 국자 1, 가스버너 1, 이소부탄가스(110g) 1 : 코펠에 버너, 가스, 플라스틱 국자, 접시 수납
티타늄접시 2종(약100g) : 반찬은 지퍼백 포장하고 그릇으로 사용), 티타늄컵 1(36g), 티탄 시에라컵 1(48g), 나무 수저 1set, 커피 약간
씻은쌀 6인분(3인 2끼분 : 산에서 쌀을 씻지 않기 위해 미리 씻어서 물기를 빼 말려두었다), 라면 1개,
열무김치 500g정도, 멸치볶음 100g, 장아찌 300g, 육포 150g & 밀크캬라멜(간식), 만쥬(간식) (이 중 김치는 다른 사람 배낭으로~ ^^)
셋이서 먹을꺼리 분담을 했고, 내가 챙긴것은 위와 같은데 계량을 잘 못했는지 쌀과 반찬을 너무 많이 챙겼다. ㅠ
주 : 에어매트리스(발포성 매트리스와 무게는 비슷한데 부피는 반), 에어베개, 수면안대, 귀마개, 담요, 방수신발주머니
내가 공주과는 아니지만, 대피소에서 대여하는 모포를 깔아도 추위에 매우매우 약한 나는 냉기가 올라와서 깊은 수면이 어려워서 무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매트리스를 챙길 수 밖에 없었다. ㅠ
담요 또한 무게의 압박으로 제일 고민한 품목이었으나, 밤기차 보온용 & 대피소의 모포 안에 덮기 위해 결국은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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