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03년 3월 9일 치악산 당일산행. / with 길눈님, 진숙, 은 그리고 나.
아침 8시.
6시 50분차였는데 기사님이 아무래도 날아왔나 싶다.
나중에 들으니 고속도로에서 짙은 안개로 14중 추돌이 있었다는데......
잠이 보약이다. 모르고 실컷 잤으니.........
원주터미널에 내려서는 어디에 눈이 있을까 싶었다.
모르는사이 봄이 예까지 왔나?
구룡사 들어가면서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서리꽃들이 피었다.
정말 예쁘다.
창문열고 얼굴을 내밀어 숨을 들이쉬어 본다.
공기도 바람도 다르다.
치악산엔 정말 눈이 많았다.
'바로 일주일 전 내가 어디선가 이른봄을 보긴 보았던가? 혹 헛것을 보고 오지 않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봄은 성큼 우리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눈쌓인 겉모습으로 치악산은 한겨울이었다.
그러나, 매서운 겨울 칼바람 대신
서늘한 바람이 우리의 땀을 적절하게 식혀주었고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어 내 등이 따뜻하게 덥혀옴을 알 수 있었다.
사다리병창길엔 눈이 너무 많아 어디가 계단인지 분간이 안된다.
오히려 다행이다 싶다.
끝간데없이 보이는 계단을 보면
아마 다들 한숨부터 쉬었으리라.
하얀 구름 떠다니던 푸른 하늘.
소복하게 눈을 얹고 서 있던 파란 상록수들.
정상언저리에서 보았던 하얀 자작나무와 눈꽃의 어울림이란......
크램펀이 무색하리만치 미끌어지던 눈길.
러셀되어 있는 등산로를 한뼘만 비켜서도 허벅지까지 차오던 눈들.
스틱을 꽂아보니 끝이없이 들어간다.
조망좋은 능선을 따라 오르며 정상까지 오르는 사다리병창길은
힘이 들긴 하지만 이만한 등산로가 없다 싶다.
동무 중 하나가 병째로 들고온 맥주 한 잔은
1288m 치악산 비로봉 정상주로 손색이 없었다.
하산길의 계곡길은 그야말로 봅슬레이 코스였다.
어른 아이 할것없이 엉덩이부터 들이민다.
이 길이 돌이 많았던 계곡 등산로였을까 싶다.
치악산은 그렇게 다시 찾아 온 나를 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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