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04년 3월 7일 당일 산행
코 스 : 천동리 - 천동야영장 - 비로봉 - 비로사 - 삼가리 (약 13km정도)
소요시간 : 6시간 <--평소보다 1시간 이상 더 걸림.
인 원 : 경희, 금보, 그리고 나.
교 통 :
동서울 - 단양 : 버스 (버스비 : 11,000원) 오전 8시 직통
단양 - 천동리 택시로 이동 (택시비 8,000원<-평소엔 5,000~6,000원)
삼가리 - 풍기역 : 버스 놓치고 역시나 히치 ^^
풍기 - 청량리 오후 6시 5분 기차 (기차 11,500원)
내가 언제 이른 봄을 맞으러 갔었던가?
내가 어디선가 이른 봄을 보고 오긴 했던가?
눈을 허옇게 인 소백을 보니 그게 꿈길이었던 듯 싶다.
삼일절 연휴에 남도여행을 다녀오고 전국에 폭설이 내렸다.
서울에서도 3월달에 18.5cm의 눈이 온건 백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라지.
대전에는 49cm의 눈이 왔다고 한다.
이번 눈은 주로 충청도 지방을 중심으로 내렸다.
서울엔 금요일 햇빛에 눈이 금새 다 녹아버렸지만 충청도엔 금요일까지도 눈이 온다 했다.
그렇잖아도 두어 달 산에 못간탓에 몸이 안달을 하여 소백산에 가볼까 하고 기차표를 예매 해 두었었다.
폭설이 내린 후 소백은 어떨까 상상이 되었다.
혹시나 입산통제가 되지 않을까 조바심이 나서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넣어보기까지 하였다.
토요일 아침까지 간간이 눈이 날렸으나 일요일은 괜찮을꺼라 한다.
역시나 경희가 따라나선다.
눈이 오니 이 녀석도 나에게 소백에 가자고 할 참이었단다.
경희의 학교 후배(금보)까지......셋이서 소백을 갔다.
금보의 집이 인천이었으므로 오늘은 단양가는 8시 버스를 타기로 하였다.
새벽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니 느긋한 기분이다.
동서울에서 단양가는 직행 버스는 7시와 8시이다.
당일 코스로 소백산에 가려면 적어도 이 두 버스를 타야한다.
고속도로에서 차가 꼼짝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으니 도로 상태가 조금 걱정이 되었으나 버스는 평소마냥 2시간만에 단양에 도착한다.
서울서부터 우리와 같은 버스를 타고 혼자 가는 사람이 있어 함께 택시를 타고 천동리로 갔다.
원래 5,000원~6,000원 정도 나오는 택시비를 8,000원을 받는다.
원래 일행이 아니라서 그렇단다.
내참 기가막혀서........한소리 하려다 그만두었다.
10시 30분. 천동리 매표소를 통과한다.
아까 택시를 태워주었던 사람이 우리 셋의 입장 표를 끊어준다.
나도 가끔 혼자서 얻어타고 다닌 경험이 있어 태워준것인데 어쨌든지 고맙다.
매표소에선 미리 스패츠와 크램펀을 하고 가라고 하지만 이미 차가 야영장까지 올라갔는지 양쪽으로 바퀴자국이 있어 괜찮을 듯 싶다.
눈이 워낙에 많은지라 오히려 미끄럽지 않았으나 스틱을 양손에 쥐고 걸으니 한결 무릎이 편하다.
계곡에 올록 볼록 눈이 쌓여 장관을 이룬다.
다리 난간에도.......소나무가지 위에도......길가의 작은 시멘트 난간위에도 족히 20cm도 넘을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다.
야영장까지는 지루하게 약간 경사진 길을 끊임없이 가야한다.
장장 4.5km다.
평소엔 1시간 10여분이면 충분하지만 오늘은 야영장 도착시간이 12시 10분이다.
아무래도 눈길이다보니 쉼없이 걸었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배가고파 점심을 먹고 오르기로 했다.
매점 옆 탁자에 도시락을 꺼내들고 허기진 배를 채웠다.
매점에서 뜨거운 물도 얻어다 커피도 한 잔 하고 단양에서 오셨다는 아저씨와 함께 식사를 하며 그 분이 가져오신 잎새주도 한모금 얻어 마셨다.
소주를 즐기진 않지만 몸을 따스하게 하고 이런 기분에 한잔도 좋다싶어 마셨는데 의외로 참 좋았다. ^^
밥을 먹은데다 가방무게도 그만큼 가벼워져 날아갈 듯 하다.
12시 40분경 야영장을 출발한다.
야영장이 이미 해발 1.000m 고지가 넘기때문에 정상까진 약간 경사진 길을 올라야 하긴 하지만 금새 올라갈 수 있다.
우리가 오르는 사이 이미 비로사로부터 넘어와 하산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로 인사를 하며 교행한다.
1시 30분. 드디어 낮은 철쭉군락이 보이는 소백산 정상부에 섰다.
철쭉나무에 눈이 소복하게 얹혀있고 하늘은 구름 한 점없이 파랗다.
겨울의 소백이다.
올라가는 길에 있는 고사목에 설화가 피었다.
너무 예뻐 이쪽 저쪽 들이대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1시 50분. 삼가리쪽이 보이는 능선에 서니 바람에 날아 갈 듯 하다.
간신히 연화봉쪽을 향하여 능선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에고.....손시려.....
연화봉쪽은 러셀이 이미 되어 있었다.
밑에서 듣기론 길이 막혔다고 했는데........
나중에 들으니 새벽에 비로사로부터 올라 온 몇 사람이 러셀을 하며 가다가 도저히 안될 듯 싶어 다시 되돌아와 천동리로 하산하였다고 한다.
물론, 우리는 감히 그 쪽으로 가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능선을 타고 비로봉쪽으로 가는 나무계단에서 몸이 자꾸 휘청거린다.
무서운 칼바람이다.
눈이 바람에 날려 쌓이고 쌓여 나무 말뚝이 사라져버린곳도 있다.
하늘은 파랗고 눈가루가 날리는데 장관이다.
손이 너무 시려웠지만 그 장면을 찍기위해 고생을 좀 했다.
소백에 처음 왔을 때에도 이런 칼바람이 나를 반겨 주었었다.
그 때는 12월 초였는데 어찌나 바람이 불던지 다시는 겨울에 소백을 찾지 못할줄 알았다.
그럼에도 난 소백에 반해 사시사철 소백을 다시 찾고 있다.
비로봉 정상에서 내려오는 사람들도 어디 하나 눈길 돌리지 못하고 갈길만이 바쁘고 오르는 나도 바람에 휘청거리는 내 몸을 지탱하느라 눈 돌릴새가 없다.
점심을 먹고 왔기 때문에 대피소엔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런 바람을 피하려 너무 많은 사람이 북적였으리라.
2시 20분.사진을 찍느라 시간을 지체하다 드디어 비로봉에 섰다.
비로봉 정상엔 더욱 세찬 바람이 불고 있었다.
정상석에서 기념사진이라도 찍을까 했으나 너무 추워 카메라를 꺼내고 찍고 하는 과정들이 귀찮을 정도였다.
경희도 너무 추운지 그냥 내려가잔다.
비로사쪽으로 한 30여m 내려서니 그때서야 바람이 잦아든다.
좀 살 것 같다.
비로사쪽은 정상으로 오르는 빠른 길이지만 그만큼 경사가 있다.
조심스럽게 스틱에 의지하며 길을 재촉한다.
경희는 작은 비닐봉지를 꺼내들더니 드뎌 걷기보단 앉아서 내려온다.
원래는 돌이 많은 경사진 등산로인데 눈이 워낙에 많이 와서 푹신하기만 하다.
게다가 우리랑 함께 내려가는 젊은 남녀 두 쌍이 먼저 썰매를 타고 내려가면서 길까지 만들어주고 있다.
중간에 잠시 쉬었다가 삼가리 매표소에 도착하니 4시 30분이다.
4시 버스를 타야했지만 어차피 놓쳤고 히치를 해야했는데 마침 우리랑 함께 하산을 했던 아저씨 한 분이 트럭 앞에 서시길래 풍기까지 얻어탔다.
춘양에 사신다는 그 분은 혼자 오셨다가 원점회귀산행을 하셨다고.....
배낭을 보니 등산 경력이 만만치 않은 분이신 듯 싶었다.
갈라지는 길목에 내려달라 했었는데 친절하시게도 풍기역 앞까지 태워다 주고 가셨다.
예전에 풍기역 앞에서 맛있는 청국장을 먹었던 기억이 또렷하여 그 집을 찾아보고자 했으나 집들이 약간 리모델링되어지는 바람에 도무지 찾질 못하겠다.
금보의 집이 인천이라는 이유로 인천식당에 들어갔다.
나중에 주인에게 들으니 그 집이 바로 내가 찾던 집이라 한다.
금보말대로 나는 lucky person인가보다.
선지해장국과 소주 한 병.
산행을 마치고 먹는 뜨거운 국물은 언제나 좋다.
소주 한 병을 셋이서 사이좋게 나누어 마시고 그 기분 딱~좋음에 4시간을 수다떨며 서울로 무사히 돌아왔다.
내 인생의 기분 좋은 하루가 이렇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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