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길에 서다

여름 여행 - 아! 여름속의 아침가리

dreamykima 2007. 6. 27. 08:31

날 짜 : 2007년 6월 23~24일 / 동호회 64차 정기여행

 

지난 안동 여행에 이어 동호회 정기여행을 나선다.

비가 온다는 예보때문인지 신청자가 적다. 

그렇게들 좋아하는 아침가리에 가는데도...

비가 오면 오는대로, 눈이 오면 오는대로, 맑으면 맑은대로 좋은 곳이 아니던가.

 

울 동호회 사람들은 아침가리를 무척 좋아한다.

지금은 많이 알려져서 그 빛을 바래가고 있지만, 우리가 처음 아침가리에 들었을적에는 

정말 그런 오지중의 오지가 없었다.

 

지금은 방동리와 광원리 주변에 수 많은 펜션들이 들어서 관광지화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 곳은 멋진 곳임에 틀림이 없다.

 

토요일 느긋하게 기차를 타고 양평역에 내려 시장을 보고 있노라니 날봄이가 도착한다.

마트옆에 언젠가 들린적이 있는 순대국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양평을 출발한 시각이 오후 1시 40분.

 

44번 국도는 이제 완전히 확장 개통되어 전혀 밀리지 않는다.

철정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하여 451번 지방도를 타고 내촌 - 상남 - 현리를 향한다.

가다보니 도로 공사가 한창인데 고갯마루를 무지막지하게 깎아내렸다.

덕분에 예전의 구불 구불함이 조금 덜해져서 위험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우째 맘이 편치는 않다.

 

4시도 안되어 방동에 도착했다.

날봄이와 아침가리로 들어가본다.

 

헬기장을 지나고 첫 번째 다리를 지나고 두 번째, 세 번째 다리에 차를 두고 걸어 들어가본다.

비가 온다는 날씨는 무척이나 맑기만 하다.

더위에 지친 날봄이는 일곱 번째 다리까지 가서 물속에 풍덩하고 나는 그 사이에 설렁 설렁

아침가리를 즐기며 걸어다닌다.

 

비가 온다는 예보때문인지 오늘따라 교행하는 차도 한 대 없이 무척이나 조용하고

새 소리만 가득하다.

두 번째 다리를 지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만 세 명 만났는데 그 중 한 사람은 민박집에서 다시 만났다.

  

 

아~! 아침가리~! 그 짙은 녹음속으로...

숲이 우거져 컴컴하기까지 하다.

 

 

세 번째 다리 앞이다.

걸어가고 싶어 차를 세우고 설렁 설렁 걷는다.

 

 

맑은 하늘이지만 군데 군데 먹장구름도 있고...

잠시 해가 먹장구름속에 숨은틈을 타서 나는 하늘을 찍어본다.

 

해는 구름뒤에서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을터이니...

나도 내앞에 닥치는 어려움 뒤에 아름답고 찬란한 빛이 숨어있음을 기억하며 살리라... 

 

 

양 옆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 사이로 바라보는 하늘은 그다지 넓지 않다.

 

 

아~ 아름다운 길!

겨우 차 한대 지나갈 길이 이어진다.

차를 타고 여기를 가다보면 늘어선 나뭇가지들에 차 양 옆이 긁히는 소리가 드드드드.....ㅎㅎ

 

 

아~~오늘 하늘 참 이쁘다.

 

 

가뭄이어서 물은 적었지만 계곡은 여전히 맑고도 맑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날봄이는 별로 안차갑다 하는데 나는 물속에 서 있기가 힘들다.

다섯 번째 다리 옆이다.

다리가 끊기고 오프를 즐기는 차들은 계곡을 건너 다닌다.

 

 

오늘은 하늘이 자꾸 나를 유혹하는 날인가보다.

자꾸 하늘을 올려다보게 된다.

 

 

맑고도 맑은 날.

구름의 모습들이 너무 예뻐서...

 

 

 

우거진 숲길.

아직 여름꽃들이 피어나지 않아 꽃은 없었지만 이 길을 걸어다니는 행운이 내게 주어짐을 감사한다.

정말 멋진 곳이 아닌가.

 

언젠가 세월이 흘러 흘러도 이런 말이 회자되면 좋겠다.

강원도 인제 어느 곳에 가면 '아침가리'라는 이름을 가진 아름다운 계곡이 있노라고...

있었노라고가 아닌 있노라고...

 

 

아~ 아침가리!

한자로는 조경동(朝耕洞)이라 쓴다.

아침 한나절 잠시 비추는 햇살 한 줌이 소중한 땅.

 

아침가리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은 방태산, 구룡덕봉, 응복산, 가칠봉, 개인산 등으로

대부분 1,200여m가 넘는 고봉들이다.

높은 산봉우리들에 가려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서쪽의 산 너머로 넘어가버리니

아침 한나절에 잠깐 비춰지는 햇살에 밭을 간다 하여 아침가리라 한다.

 

이런 고봉들로 둘러진 아침가리골은 그 골이 깊음은 말할것도 없고 

울창한 원시림의 나무들이 터널을 이루는 곳이다.

그런 깊은 곳에 물과 공기가 맑아 전염병이 창궐하지 못하고 들어가는 입구가 험하고 좁아

전쟁의 세파를 피할 수 있고 입구는 좁되 들어가면 안락하게 들어앉은 형상이라

적당한 밭뙈기들이 있으니 연명할 곡식을 만들 수 있는 곳.

그 곳이 삼둔(생둔, 월둔, 달둔) 사가리(적가리, 아침가리, 명지가리, 연가리)이며

그 중 대표되는 곳이 조경동 아침가리라 했다 한다.

 

(은 산기슭에 농사를 짓기에 알맞은 펑퍼짐한 땅을 의미하며,

가리는 밭을 간다는 의미의 경(耕)자에서 유래되어 계곡 옆에 흙이 쌓여 이루어진

사람이 살 수 있을 정도의 땅을 가리킨다고 한다.)

 

 

시간은 속절없이 금새 가버리고 우리는 민박집으로 가야 할 시간.

아쉬워서 헬기장에 잠깐 들렀다.

헬기장은 못본사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헬기장에서 바라보는 깊고도 깊은 아침가리골.

우리가 넘어온 길이 보인다.

 

 

일기예보대로 비가 오긴 올 모양이다.

구름이 모이고 있다.

서쪽으로 구름속에서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방동약수에 들러 약수도 한 잔.

여전히 시금털털한(?) 맛. ^^

 

아쉬웠던 점은 조경분교(폐교) 옆에 자작나무 숲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우리가 처음 이곳을 찾았을때 우리 허리만치 오는 키작은 자작나무들이 길 양옆으로

빼곡히 심어져 있었다.

그 자작나무들이 8년여 동안 훌쩍 키 큰 나무들이 되어서 제법 숲을 이루고 있었는데

왼쪽에 있던 자작나무숲을 완전히 밭으로 만들었다.

그 쪽 땅은 개인 사유지라니...주인맘대로일터이고, 어떤 사연인지 모르겠으나...

나로서는 대단히 서운하고 안타까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