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07년 7월 21~22일
장 소 : 홍천군 내면 율촌리 문암분교(폐교) & 아침가리
내 인생에 아주 아름다웠던 이틀이 갔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은 이런 때 쓰는 말이 아닐런지...
그럼에도 나는 아이들에게 차마 카메라를 들이대지 못했다.
그렇게 활짝 웃어주는데도...
카메라를 들이대는 대신 나도 그들과 같이 활짝 웃어주었다.
그리고, 이름을 불러주었다.
(28명의 이름과 얼굴을 모두 기억하려 애썼지만 결국 5~6명은 외우지 못했다.
잊으면 아이들이 슬퍼할까봐 기를 쓰고 외웠더니 머리에 쥐 나려고 했다. ^^)
삼육재활학교의 36과 오프로드 캠핑의 약자인 OC가 모여 따스한 피가 흐르는 36.5C가 되었다.
오프로드 캠핑은 대개 4륜구동 차량을 가지고 오프로드를 즐기며 캠핑을 하는 카페로
아직도 무서움에 운전을 하지 못하는 나는 거의 무늬만 회원이다.
(내 면허증(그래도 스틱면허이다. ^^)은 어딘가 책상서랍 구석에서 쿨~쿨~ 잠자고 있다.)
괜시리 끼어 짐이나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었지만 다행히 운전외에도 할 일은 무척이나 많았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그리고 졸업생 2명까지...장애우 학생들 28명에
선생님들이 16명, 20여명의 보호자.
그리고 우리 OC회원님들까지 해서 거의 100여명이 모였다.
운전자와 장애우 학생과 보호자겸 도우미가 한 팀이 되었고, 그 팀들을 모두 태우느라
오프로드 차량도 거의 40여대였다.
그리고 1박 2일의 즐거운 캠프와 아침가리 오프로드 체험을 했다.
삼육학교 회장인 18살 지용이가 감사의 인사를 하며 이렇게 써 두었다.
여행이란 무엇일까요?
일반인들에게 여행은 일상일 수도 있고, 자유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장애인들에게 여행은 일년에 한번 올까 말까하는 손님일 수도 있고,
걱정거리일수도 있습니다.
걱정거리? 과연 그들은 어떤 걱정을 할까요?
그 걱정들은 굉장히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대소변은 어떻게 하지? 밥은 누가 먹여주지?'하는 사소한 걱정들.
가끔 그런 걱정을 하는 아이들과 이야기 할때면, 저는 항상 이야기합니다.
"남이 이해해주기를 바라지말고, 네가 상대가 너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라고.
남들은 네가 뭘 원하는지 모른다고. 그러니까 체면 차리지 말고 요구하라고."
그런데 아직 아이들은 제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죠ㅠ
저는 아이들이 여행이나 모임에서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전 금번 여행에서 이런 부분(아이들이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여행을 걱정으로 받아들이는 부분)을
oc회원분들께서 잘 매꿔 주신 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나 또한, 떠나기전에 무척 긴장했었다.
혹여나 내가 아무 생각없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지 않을까...하는 걱정부터
이런 저런 걱정까지...
그러나 그건 정말 기우였다.
아이들은 나를 볼때마다 스스럼없이 활~짝 웃어주었고,
나도 그 웃음에 용기가 나서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자신도 장애를 가졌으면서 다른 친구의 휠체어를 밀어주는 민호를 보면서...
움직이지 못하는 친구를 대신하여 식판을 나르는 민선이와 용기를 보면서...
오히려 이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내가 행복하고 감사했다.
어머니들을 보면서, 선생님들을 보면서, 그리고 OC회원님들을 보면서...
나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신이 모든곳에 존재할 수 없기에 어머니란 존재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말이 폐부 깊숙하게 와 닿는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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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반에 일어나 6시 50분에 집을 나섰다.
선발대인 나는 광주에 있는 삼육학교에 9시까지 도착해야 했으므로...
다행히 늦지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속속 회원님들이 모여들고, 답사팀과 선발대는 먼저 문암학교로 떠났다.
답사팀은 몸이 불편한 장애우 학생들이 오프로드 체험을 할 때 최대한의 안전을 기하기 위해
먼저 월둔에서 방동리까지 답사를 다녀오는 수고를 했다.
선발대는 학부모 회장님과 학교에서 일하시는 분, 선생님 몇 명과 OC 여성 회원님들 몇 몇...
학생들이 오기전에 저녁을 준비하고 청소를 하느라 분주했다.
4시가 넘어 학생들이 도착했다.
문암분교는 폐교된 학교를 수련회 등의 장소로 개조를 했으나 그 시설이 좋지는 않았다.
장애우 학생들이 괜찮을까 염려되었었지만 다행히 큰 불편은 없었다.
비가 간간이 흩뿌려 저 비닐 하우스가 좋은 식당이 되어 주었다.
비닐하우스 옆에 자라고 있던 바위채송화.
워낙 들꽃을 좋아하는지라 찍어왔지만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이 꽃들보다 훨씬 더 예쁘고 아름다웠다.
이슬비가 간간이 내려 우리를 걱정시켰으나 다행히도 저녁 시간에는 그쳐주었다.
삼육학교 교장선생님도 보이고 상욱이도 보이고 범석이도 보이고 수진이도 보인다.
학부모 회장이신 상욱이 어머님께서 삶으신 고기는 정말 부드럽고 맛났다.
맛난 저녁을 이르게 먹고 저녁에 있을 작은 숲속 음악회와 모닥불 놀이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운동장으로 모였다.
진기, 송현이, 정용이, 민재, 세미, 미연이, 상욱이, 현준이 등이 보인다.
작은 운동장을 40여대의 다양한 차량들이 에워싸고 곳곳에 타프와 텐트가 쳐지고
저녁에 있을 캠프파이어와 음악회 준비가 한창이다.
왼쪽으로부터 루게릭 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영관이와 선생님이 보이고,
이틀 내내 뽀누나만 쫓아다니던 지빈이와 OC회원 뽀샤시님,
노래를 아주 멋지게 하던 삼육의 가수 모세와
역시 같은 루게릭 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영관이의 동생 영환이,
뒤로 돌아앉아 있는 정용이, 삼육의 모델답게 웃는 모습이 이쁜 13살 소년이다.
정용이 옆에는 나와 같은 2조였던 송현이다.
그 옆으로는 정윤이던가......이름이 맞는지 모르겠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 산발한 머리로 실눈뜨고 바라보던 나를 보고 활짝 웃어주던 친구였다.
나는 남자아이들과 어머니들이 자는 큰 방에서 아이들과 함께 잤었다.
그 옆으로는 민재, 세미, 동방신기를 좋아한다던 미연이,
처음 봤을때는 데면데면하게 대하더니 조금 친해지고 난 후에는 나에게 장난을 걸던 상욱이
민호와 학교 커플이라던 수진이, 그리고 마지막 역시 우리 2조였던 예쁜 자영이다.
구름이 산 위로 올라가고 있다.
하늘님도 우리가 예뻐 보였는지 더 이상 비를 내리지 않으셨다.
가운데 젖은 나무가 잘 타기를 바라며 석유를 붓고 있는 사람은 삼육학교 선생님이자
내 대학교 동아리 선배님이다.
묵묵하게 아이들을 챙기며 온갖 궂은일을 하는 선배님을 보고 많이 배웠다.
비는 그치고 저녁이 되면서 아이들이 추워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춥지는 않았다.
또한, 학부모 회장님인 상욱이 어머니께서 지난 주에 답사를 다녀가시고 보호자들을 따로불러
신신당부를 하셨단다.
거긴 호텔도 아니고 펜션, 콘도도 아니니 알아서들 잘 챙기라고...
그래서인지 엄마들도 아이들의 옷이며 담요 등을 여분으로 많이들 챙겨오셨다.
또한, 한 밤의 음악회와 캠프파이어, 불꽃놀이, 촛불의식 등으로 이어지는 우리들의 즐거운 열기가
너무도 뜨거워서 추위를 잊었던 것도 같다. ^^
모기 걱정도 많이 했는데 이곳은 추워서 모기가 없다고 했다.
정말 모기물렸다는 소릴 듣지 못했다.
참으로 다행이다.
숲속의 작은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조 별로 돌아가며 이어지는 노래자랑과 장기자랑...
모세와 미연이, 지빈이와 정용이의 열창은 우리를 감동속으로 몰아넣었다.
모세는 정말 노래를 잘하는데 나중에 보니 어머니가 노래를 아주 잘하시더라~
타오르는 모닥불을 에워싸고 모두들 한 마음이 되어 폭죽을 흔들고 있다.
이 자리의 하나된 마음이 모두의 가슴속에 오래 오래 간직되어지기를...
모닥불도 활~ 활~~~타오르고~~~우리의 사랑과 나눔의 마음들도 활~활~ 타오르고 있다.
사랑하리라~
감사하리라~
나누리라~
뒤에서 묵묵하게 애써 준비해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1박 2일의 캠프가 아무런 사고없이 잘 마쳐질 수
있지 않았을런지...
우리가 앞에서 저 멋진 불꽃들을 보며 탄성을 지르고 있을 때, 뒤쪽에서는 매캐한 연기를 마시며
저 불꽃들을 쏘아보내시던 분들의 수고가 있었다.
아~!! 하는 탄성과 꺄르르 넘어가는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사이로 불꽃의 화려함이 배가 되었다.
불꽃놀이가 끝나고 한 밤의 보물찾기가 이어졌다.
낮에도 찾기 힘든 보물을 그 너른 운동장에서 한밤중에 찾으라니...
오늘따라 별님도 달님도 어디론가 숨어버렸고만...
그럼에도 다들 즐거워하며 자신의 파트너들과 10개나 되는 보물을 모두 찾아내었다.
나? 물론, 못찾았지...-.-
예전 초등학교때 소풍가서도 나는 한번도 보물찾기에 성공한적이 없었다.
그런 나와 함께 보물을 찾아나선 상욱이에게 미안혀~~~~
화려한 불꽃놀이도 끝나고 모닥불도 점점 사그라져가고 손에 손에 촛불이 켜졌다.
아이들은 마음속으로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나는 이 아이들이 그냥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빌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야지~
때로 힘들고 어렵겠지만 사랑하는 마음으로 극복하며 살아가야지~
그리고, 그 많은 사랑을 맘껏 베풀며 살아가야지~
세상 곳곳에 이런 아름다운 사랑이, 나눔이 퍼져나가기를...
그리하여, 진정한 36.5℃ 따스한 피가 흐르는 사람들이 세상에 가득하기를...
36.5C.
아름다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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