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07년 7월 21~22일
장 소 : 홍천군 내면 율촌리 문암분교(폐교) & 아침가리
촛불의식까지 끝나고 아이들은 잠자리에 들었고, 어른들은 남아서 삼삼오오 술잔을 기울였다.
처음보는 사람들, 아직 이름조차 외우지 못한 사람들이 많지만 무언가 함께 한다는
그 연대감과 기분만으로도 금새 친구가 된다.
이런 날엔 밤하늘에 맑은 은하수가 가득 차 흐르고 별이 총총하게 밝아 우리들 머리위에서
짧은 여름밤을 아쉬워하면 더욱 좋았으련만...
12시가 한참을 넘어서야 남자아이들과 어머니들이 자는 제일 큰 교실로 들어가 한쪽에서 잠을 청했다.
피곤했던지 쿨~쿨 잘 잔 것 같다.
새벽 산책을 좋아하는터라 문암분교 근처를 돌아보고 싶어서 새벽 5시에 슬그머니 일어났는데...
이런....부지런한 엄마들이 하나 둘씩 일어난다.
그에 따라 아이들도 하나 둘씩...
아이들은 내가 자기들과 같은 방에서 함께 잔 줄을 몰랐다가 아침에 일어나 내가 보이니
부시시한 머리에 몰골도 말이 아닌 나를 보고도 활짝 웃어주고 손을 흔들어준다.
엄마들이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하신다하니 산책은 관두고 나도 부지런히 서둘러본다.
하루라도 머리를 감지 않으면 참지 못하지만....어쩌랴~~~
과감히 건너뛰고, 간단히 세수만 한다.
전 날, 비가 오락 가락 하다 저녁엔 개었지만 일요일은 날씨가 어떨까 걱정했었다.
다행히도 하늘은 이렇듯 맑게 개어 파란 하늘을 내보여주고 있었다.
잠자리가 편치않아 잠을 설쳤는지, 아님 오프로드를 가는 설레임 때문인지
아이들은 늦장 부리지 않고 모두들 일찍 일어났다.
내 옆에서 잔 범석이가 간밤에 추웠는지 콧물이 나오고 기침을 했었는데 괜찮았는지...
2007 사랑나눔 오프로드 캠프.
출발이 8시 반으로 예고되어 있어 분주한 아침이다.
다들 아침 먹은 식판을 알아서들 닦고, 한켠에선 말없이 묵묵하게 뒷정리를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뒤에서 조용히 가만 가만 움직이면서도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하셨는지...
일일히 이름 불러드릴수는 없지만 OC회원님들 짱~이다.
(솔직히, 참여하신 회원님들 이름을 한 분 한 분 외우지 못했다.
사람이 많기도 하려니와 처음 뵙는 분들이 많아서...
아이들 이름 외우는것만으로도 내 머리는 이미 용량이 꽉 들어차서
회원님들 이름까지 더 외웠으면 아마 에러났을지도...ㅋㅋㅋ)
문암분교에서 살둔산장 방향으로 진행하는 길이 예쁘다.
내린천 줄기를 따라 광원리 방향으로 진행해서 월둔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부지런히 아침을 먹고 최종적인 뒷정리는 삼육학교 선생님 몇 분께 맡기고
우리는 조별로 아침가리를 향해 출발한다.
1조, 2조, 3조, 4조, 5조.
각 조 조장이 점심에 먹을꺼리를 분배받아 챙기고, 각 조원들을 챙겨 조별로 출.발~!
난 2조였고, 이란님이 운전하는 갤로퍼에 잘 웃던 자영이와 자영이 어머니와 함께 탑승했다.
월둔교를 지나 본격적인 오프길로 들어서기 전에 1조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며 길섶에서 만난 이질풀.
아침이슬이 맺혀있는게 참 이쁘다.
수고하신 모든분들께 드리고 싶다.
차량이 40여대나 되니 1조가 출발한 후에 간격을 두고 2조가 출발하고,
그 뒤로도 각 조별로 간격을 둔 후 출발한다.
월둔삼거리. 우리 2조가 잠시 쉬고 있다.
우리 2조는 총 7대의 차량에 각 차량마다 5명의 장애우 학생들(진기, 송현이, 자영이, 지빈이, 모세)과
보호자들이 탔고, 2대는 먹꺼리와 장비를 실은 차량이었다.
기본적으로 휠체어를 실어야 했으므로 모두들 짐을 최대한 줄여서 왔다.
아침가리를 가로지르면서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몰라 시간을 벌기 위해 구룡덕봉까지의 투어는
포기한다.
또한, 일반 사람들보다 면역력이 약하고 신체가 부자유스러운 아이들에게는 너무 많은 덜컹거림이
그다지 좋지 않기에 더욱 그러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후에 사진을 보니, 4조는 맨 후미에서 진행하다가 앞조의 차량들이 너무 많이 정체되고 있어
뒤에서 기다리다 지쳐 그 덕에 구룡덕봉까지 다녀온 것 같았다.
4조의 학생들은 현준이, 용기, 지용이, 수진이, 상욱이(모두 고등학생들)였는데 다행히도
그 많은 덜컹거림에 견딜 수 있는 아이들이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구룡덕봉까지 올랐었으면 더할나위 없었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그 아이들만이라도
구룡덕봉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우리 산하를 즐길 수 있어서 흐믓하다.
햄과 CB로 조별 통신을 하며 간격을 유지한다.
1조가 가기를 기다리며 잠시 선 사이 잠깐 명지가리쪽으로 내려 서 본다.
장마철이어서인지 이런 절개지도 군데 군데 보였다.
그래도 어제 답사팀이 미리 와 이것 저것 점검을 했으므로 걱정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잠시 선 사이 노랑물봉선도 만나고...
누구 하나 바라봐주지 않아도 이 깊은 산속에서 저리 혼자 피어 꿋꿋하게 세상을 살고 있다.
생명이란 얼마나 경이롭고 아름다운지...
엄마들이 그랬다.
우리 아이들은 단지 조금 불편할뿐이라고...
엄마들은 그 말씀을 아무렇지도 않게 밝게 웃으면서 했지만 난 웃지 못했다.
엄마,
어머니,
그 분들은 그 이름만으로 무척이나 강했다.
아~! 아침가리~ 그 원시의 숲이여~~~계곡이여~~~~
나는 자영이에게 여기서 타잔이랑 원숭이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농을 했다.
우리는 아~~~아~아~~~~~타잔놀이를 하며 이 터널을 건넜다. ^^
나야 아침가리에 아주 여러번 와보았지만 처음 오는 자영이와 자영이 어머니가 너무나 즐거워해서
나도 처음 온 사람처럼 즐거웠다.
우리조의 다른 아이들과 엄마들도 무척 좋아했다.
일반인들도 쉽게 오기 힘든 아침가리이니, 하물며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야...
오늘 하루이지만 장애우 친구들과 그 엄마들이 이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힘들었던 순간들을
잠시나마 훌~훌~ 털어버리고 행복할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10번째 끊어진 다리에서 다시 1조의 꼬리를 잡았다.
1조는 참가한 아이들 중 제일 장애가 심한(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형제다.) 영관이와 영환이가 있어
아무래도 차량들이 더욱 천천히 조심하며 가는 것 같다.
뒤와 옆으로 많은 쿠션을 대었다고는 하나, 아이들이 걱정되었다.
영관이를 잠시 바라본적이 있는데 저렇게 맑은 눈을 가진 아이에게 신은 왜 그런 병을 주셨을까...
생각했다.
또한, 영관이와 영환이 어머님의 얼굴을 보며 신은 그 어딘가가 아닌 어머님 속에 계신게 아닐까...
생각했다.
어머님과 영관이, 영환이에게 많은 사랑과 축복이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빈다.
1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잠시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본다.
다른팀의 사발이들도 만나고....
대개 아침가리에서 오프로드를 즐기는 차량들은 방동으로 진입하여 아침가리를 가로질러 구룡덕봉에
올랐다가 월둔으로 빠져나간다.
우리는 거꾸로 월둔에서 방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은 다행히도 교행하는 차량들이 없다.
여기서 교행하는 차량들을 만난다면 우리의 차량이 40여대나 되어 무척이나 복잡했을 것이다.
아마도 운영진들이 이 행사를 위해 다른 오프팀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을것으로 생각한다.
세상은 정말 살아갈만한 곳이 아니던가.
이렇듯 서로가 배려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고도 많으니...
저 푸른 하늘처럼~~~모두의 마음이 환한 하루가 되었기를...
멋진 이란님과 갤로퍼~
스킬레토힐 샌들을 신고 오프로드 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아마도 이란님밖에 없을 듯...
겁이 없으신건지...그만큼 자신이 있으신건지... ^^
어쨌든지 운전은 아주 잘 하신다.
왼쪽 물 위에 서 있는건 우리 2조 조장님인 애마투님.
보면 볼수록 멋진 사람. 진중하고 자상하다.
말없이 온갖 궂은 일 다 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오늘도 아주 자상하게 2조를 이끌어서 우리는 막힘이 없고 협력이 아주 잘되는 막강 2조가 되었다.
물론, 참가한 다섯 명의 여성 회원들 중 4명이 2조에 속해있어 그 분위기가 더욱 부드럽고 좋았다는데
한 표~!! ㅎㅎ
멋진 곰바우님~!
연세가 있으심에도(화내시려나~~~ㅎㅎ) 젊은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편안하게 대해주시고
이번 캠프를 위해 음으로 양으로 많이 애쓰신걸로 안다.
멋진 불꽃놀이는 곰바우님 작품이셨다.
다섯번째 다리옆이던가...4번째던가....거꾸로 진행하다보니 몇 번째인지 모르겠네.
즐거운 점심시간~~~~
아이들도 계곡에 발을 담그고 즐거워한다.
물론,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것도 같다. ^^
제일 연장자이시면서도 젊은 사람 못지 않게 움직이시고 도움을 주시는 불나비님도 보이시고,
이번 캠프동안 무거운 카메라 들고다니시며 영상을 담으시느라 애쓰신 옥구슬님도 보이시고,
물가에 앉아있는 모세,
뒤로 진기와 송현이도 보이고....
오늘은 각 조별로 움직이고 있어 다른 조와 함께 하는 시간들은 아쉽게도 없었다.
점심을 먹고 진행하다 또 다시 1조의 꼬리를 잡았다.
1조는 여기서 점심을 먹고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차 밖에 나와 놀고 있는데 영관이와 영환이는 여전히 차 안에 있어
마음이 아팠다.
다가가 괜찮은지 물어보니 아주 좋다고 한다.
정말 다행이다.
몸은 조금 힘들지라도 아이들이 쉽지 않은 이런 체험을 해 볼 수 있어서...
1조의 엄마들은 모두 물에 빠트려졌다는데 그럼에도 마냥 즐거운 분위기다.
저 파란 하늘과 싱그런 녹색의 자연속에서 내 인생의 아름다웠던 1박 2일이 갔다.
그 어떤 진부한 말을 가져다 붙이지 않더라도 아주 행복했고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
방동약수의 맛을 보지 못한 엄마들을 위해 방동약수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을 서두른다.
다행히도 44번 국도는 막히지 않았고 회원님들도 안전 운행에 최선을 다했는지라
수월하고 안전하게 광주 삼육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쉬운것은 각 조별로 움직이고 있어 학교로 돌아오는 시각이 각 각 달라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하지 못한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났다.
아름다운 시간들을 보냈다.
내게 다시 그러한 시간들이 주어지길 빌어본다.
함께 한 모든 분들께 아름다운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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