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산에 들다

관악산 산행기 - '악'소리 나던 관악산

dreamykima 2007. 12. 3. 11:58

날 짜 : 2007년 12월 1일 / with 산동무님, 삼치항님

코 스 : 서울대입구역 - 시계탑 - 금호아파트와 관악도서관 뒤 능선길 - 돌산 - 칼바위능선 - 삼성산 밑 - 시계탑 원점 회귀

 

요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한다.

그 중 한가지가 108배를 하는 일인데.........(겨우 며칠 했다 -.-)

난 불교도인은 아니지만 가만히 앉아서 하는 명상이 나와는 맞지 않아

몸을 움직이며 할 일을 찾다가 시작한 일이다.

  

처음에는 40배를 하루 건너 이틀 건너 뛰엄 뛰엄 하다가 108배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힘들다.

절집에 가서 천배, 삼천배, 만배를 한다고 했을 때 '못할게 무엇이뇨?"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무조건 존경하기로 했다.

그만한 정성과 의지를 가지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란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에게 그런 의지가 있나 생각해보니 도무지 자신이 없다.

물론, 불심(佛心)의 유무 차이도 있겠으나, 무언가 일을 도모하고자 할 때 그만한 의지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도

자신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토요일 오후에 관악산 부근에서 걷기 모임이 예정되어 있어 오전에는 관악산 산행을 하기로 했다.

평소에 한 체력하는데다 산행을 즐기는 사람인지라 가볍게 몇 시간 산행으로 몸풀기 한다 생각하고 갔다.

어휴~~~잘난체는~~~~~

 

서울대입구역에서 버스를 타지 않고 시계탑까지 걷는데 다리가 뻐근하다.

아침이라 몸이 덜 풀렸나보다~~~~생각을 단순화시킨다.

 

시계탑에서 금호아파트와 관악도서관 사잇길을 지나 능선을 타기 시작했는데

몇 발자국 떼지도 않아 허벅지 근육이 당겨오기 시작한다.

그 때까지만 해도 단순하게.......그 동안 운동을 너무 안한 탓이려니~~~~~

원래 초반 몸풀리기까지 힘들어 하는 사람이니 그러려니~~했다.

 

앞서가는 두 분 건각들은 성큼 성큼 잘도 가신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시간이 갈수록 다리가 풀리기는 커녕 점점 더 발을 떼어놓기가 힘들어진다.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양 발목에 메어단듯 다리가 무겁다.

무거운 다리를 애써 옮기려 하다보니 어느 순간엔 다리에 펌핑이 온 것처럼 후들거리고 힘이 빠져 걷기가 힘들다.

108배를 할 때 쓰는 근육이 허벅지 근육이었던가보다.

평지를 걸을때는 문제가 없어서 그렇게 힘든줄 몰랐었다.

어제 하루를 꼬박 쉬었건만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결국, 얼마나 천천히 가야 했는지...앞서가는 두 분은 답답했으리라~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그 능선을 돌아 몇 시간의 산행을 마무리 한 내 자신이 못내 만족스럽다.

게다가 그 힘든 산행 후 약 12km정도 도보까지 했으니 말이다.

 

정답게 마주보는 부녀와, 같은 곳을 바라보는 노부부의 모습이 아름답다.

 

멀리 서울 시내를 굽어보고 계신 산동무님과 삼치항님,

 

다리가 기~~~신 삼치항님은 한번에 오르셨지만, 나는?

그래도 잘 올라갔다.

언젠가 딱 한 번 인수봉까지 올라가 본 실력으로.....ㅎㅎ

 

바위 능선을 넘고 넘어~~~~

 

깃대봉?

관악산엔 태극기가 많더라~~~~

 

 

오른쪽 저 아래 보이는 아파트 뒤로부터 능선을 타고 왔다.

 

능선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시계탑으로 원점 회귀했다.

너무 힘들어서 사진을 찍을 여유가 없었다.

 

서울에 살면서 관악산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언젠가 버디와 구덕산우회 아저씨들과 함께 했던 육봉능선이 첫 번째였지.

 

언젠가는 관악산 종주 산행에 도전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