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길에 서다

걷기 여행 - 북한강 따라 걷는 봄 길 25km

dreamykima 2008. 4. 11. 11:20

날 짜 : 2008년 4월 9일 / with 걷기 모임 회원님들

코 스 : 가평버스터미널 - 경강교 - 방하리 - 관천리 - 박암리 약 25km

교 통 : 청량리 -> 가평 버스터미널 1330-2번 광역버스 : 요금 1,800원(교통카드 사용). 1시간 30분 소요.

          박암리 -> 강촌역 : 5번 시내버스 요금 1,000원(교통카드 사용) 40분 소요.

          강촌역 -> 청량리역 : 무궁화호 기차 이용 요금 4,700원 1시간 4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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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국기 장사는 아니지만 다시 깃발을 들었다.

내가 속한 걷기 모임에서는 번개나 모임 주선을 깃발든다는 표현을 쓰고, 깃발드는 사람은 깃발대장으로 칭한다.

 

수 많은 댓글과 번개도보치곤 드물게 많은 신청자 19명.

겁이 더럭 났다.

나도 가보지 않은 길인데...그저 내 지난 경험과 지도에 의존해서 가는 길인데...

답사를 다녀와야 하지 않았을까.

비가 너무 많이 오지는 않을까.

혹여, 잘 걷지 못하거나 예정했던 거리를 소화하지 못하는 회원님이 계시면 대중교통도 없는 곳에서 어찌해야할까.

그런 회원님들에 비해 너무나도 잘 걷는 회원님들은 어찌 배려를 해야 하나.

좋은 길을 안내하고 싶다는 지극히 단순한 의도아래 든 깃발이었는데 사람이 예기치않게 많아지니 이것 저것 신경이 자꾸 간다.

 

처음 신청자 24분에서 5분이 빠지고 한 분이 더 와서 총 20명.

 

예정했던 시간에 가평에 도착해서 예정대로 도보를 시작한다.

 

 

 가평 터미널을 나와 경강교를 넘어가는 길.

조금 위험하긴 했지만 저 다리를 건너가야 방하리로 갈 수 있다.

다행히 노란색 실선 안으로 꽤 넓은 길이 배려되어 있어 조심 조심 다리를 건넌다.

 

 

경강교를 지나면 방하리로 들어가는 표지판이 보인다.

뒤로 북한강이 흐르고, 춘천가는 국도도 보인다.

 

방하리로 들어서 적당한 공터에서 뒤에 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며 스트레칭을 했다.

오늘 가야 할 길이 20km가 훨씬 넘으니 도움이 될 것이다.

 

 

오른쪽으로 자라섬이 보이는 강변 길.

왼쪽 산 위로 구불 구불 보이는 회색빛 도로가 우리가 가야할 길.

 

 

쉬는 시간 포함 2시간 20여분 만에 10km 정도를 걸었다.

12시 30분경. 예정했던 갈림길에서 점심을 먹는다.

이 곳은 관천리로 가는 길과 가정리 슬어니 고개로 넘어가는 갈림길이다.

 

 

라면도 끓이고 순대국도 끓이고...

밥과 반찬들, 김밥, 과일도 꺼내놓고,

소주도 한 잔씩 돌려 마시고...

 

거창하게 차려진 화려한 만찬은 아닐지라도 어디서 이런 맛난 밥상을 받을것인가.

 

나중에 커피까지 마시고 나니 1시간이 후다닥 간다.

 

1시 30분. 다시 출발~

 

 

점심을 먹고 나서 걷는 10여km가 오늘의 하이라이트이다.

나도 가본적 없지만 지도를 보고 여러가지 정보를 얻어 아주 멋진 길일것임을 알고 있었다.

 

모든 님들이 내가 사전답사를 한줄 알았다가 아니라 했더니 많이 놀라시더라.

그럼 어떻게 알았는냐고...

그러게...나도 어찌 알았을까나?

 

나는 지도 보는걸 좋아한다.

지도를 보며 길을 찾는데 지도상으로 길 표시가 없어도

마을, 산, 강, 계곡, 등고선 등을 보고

여기쯤 길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한다.

그러고나면 본격적으로 그 곳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데

관할 면사무소며, 동사무소, 그 마을의 가게, 이장님댁 등 등

정보를 모을만한 곳이면 물어 물어 전화를 해 본다.

그러면 어느 정도는 내가 원하는 정보가 나온다. ^^

 

현재 관천리와 방하리를 잇는 도로 확장 공사 중이고 2009년이면 완전 개통이 된다고 한다.

이런 아름다운 길이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아스팔트며 콘크리트 더미에 묻혀질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다.

하긴 어디 여기뿐이런가~

지자체 제도가 생긴 이래 이렇게 망가진 곳이 이곳뿐은 아니다.

 

 

아~ 아름다운 길~!!

 

 

방하리에서 관천리로 넘어가는 길은 강과 잠시 멀어졌다 가까워지기를 반복하며 

구불 구불 해발 400여m 정도의 고개를 넘어가는 길이다.

 

 

 

 

 

 

 

아름다운 산 빛,

산벚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4월 말쯤엔 이곳에도 연분홍 꽃바람이 몰아칠 것이다.

 

저 뒤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보인다.

 

 

 

 즐거우신가요?

힘들고 어려울때는 이 즐거웠던 한 때를 꼭 기억하세요.

 

 

 

매일 매일 회색빛 콘크리트 더미에 묻혀 살다가 어쩌다 이렇듯 흙을 밟고 있으면

이제서야 살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나만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것이다.

참여하신 분들의 얼굴이 환하니 나도 즐겁다.
 

 

 

 

 
이 길에 조만간 시커먼 콘크리트가 쏟아질 생각을 하니...

 

 

 

 

 

 

 구비 구비 산을 휘돌아 감는 아름다운 흙길.

어딘가는 일부러 이런 트레킹 코스를 만들기도 한다는데

우째 우리네는 이런 길에 시커먼 콘크리트 쏟아부을 생각만 하니...

 

 

개발이 되거나 말거나 강은 말이 없이 흐르지만

언젠가는 그 아픔을 꼭 드러내고야 말리라.

그 때가 두렵다.

 

 

아무래도 사람이 많으니 속도 차이가 난다.

여유로운 선두와 저 건너편 후미.

 

  

오후 3시 15분.

한 분이 우산을 꺼내드시는 걸 보니 이제 비가 오기 시작하나보다.

 

다행이었다.

이제까지는 최적의 날씨였고,

이 길도 자갈이 있는데다 조금만 더 가면 다시 아스팔트 길을 만날테니

비가와도 걷는데는 문제될 것이 없다.

 

 

 

 

 

선두가 우산을 꺼내든걸 보니 비가 본격적으로 오기 시작하나보다.

흙길이 좋기는 하지만 비가오면 아무래도 불편하므로 아스팔트를 만나서 조금은 반갑기도 하다.

나 혼자면이야 이러면 어떠고 저러면 어떠냐마는

오늘은 내가 인솔하는 입장에 서 있으니

내 생각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왼편 저 뒤로 보이는 회색빛 길을 따라 간다.

 

 

 

현재 시각 3시 53분 57초.

 

우로는 북한강, 좌로는 홍천강

두 강이 합수되어 다시 북한강이 되어 서해로 내달린다.

 

여기서부터는 홍천강을 따라 걷는 길이다.

우리는 1시간을 더 걸어 가정리가 끝나고 박암리가 시작되는 지점까지 4~5km를 걸었다.

그 와중에도 관천리에서 박암리로 넘어가는 고갯길에서

길가에서 딴 두릅을 술안주삼아 소주도 한잔씩 하고...

 

4시 50분경.

가정리와 박암리의 경계에서 도보를 마쳤다.

 

지난 번, 홍천강 따라 걷기 3백리 구간에서 박암리와 관천리까지의 구간을 걷지 못하였는데

이번 기회에 걷게 되어 개인적으로 많은 성취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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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해 주신 분들에게 고맙고, 나 자신 또한 좋은 길을 안내하게 되어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