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길에 서다

걷기 여행 - 아름다운 5월의 첫 날, 정다운 이들과의 봄소풍

dreamykima 2008. 5. 2. 08:53

날 짜 : 2008년 5월 1일 / with 중렬오라버니, 영희, 윤정, 돌꽃언냐. 싸군, 대진씨.

코 스 : 임도 약 15~6km

 

내가 좋아하는 5월의 첫 날.

내게는 가족같은 정다운 사람들과의 즐거운 봄소풍이었다.

 

지난 번 임도 다녀오고 그 연초록 산빛이 너무 예뻐서 이런길이라면 우리 오지가족들과도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어디로 데려갈지도 모르고 무조건 따라나서는 사람들~

(담에는 어디 섬으로 끌고 가 버릴까부다~ ㅎㅎ)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나는 행복한 사람.

 

청량리에서 간발의 차로 기차를 잡아타고 떠났다.

 

 

여전히 조용한 간이역.

어느 노부부와 우리 일행만을 내려준 육중한 기차가 떠나고 난 후, 이 작은 간이역에는 다시 적막만이 남았다.

 

햇살은 따가웠지만 바람이 불고 있는 화창한 5월의 첫 날.

여전히 차도, 사람도 없는 작은 길을 따라 우리의 봄소풍은 시작되었다.

 

지난 번, 지도의 부실함을 교훈삼아 더 철저하게 챙겨온 지도가 아주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저 굴다리를 지나 시멘트 포장 길을 몇백여m 가면 열려진 바리케이트가 있고, 흙길이 시작된다.

 

행복한 길이 시작되었다.

중렬오라버니와 대진씨와 나의 걸음이 아무래도 빠르고 저 넷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느릿 느릿한 걸음을 떼고 있다.

 

10시 40분에 걷기를 시작하여 현재 시각 11시 50분.

도무지 배가 고파서 못가겠다는 아우성에 시원한 그늘을 찾아 우리의 만찬이 시작되었다.

 

난 지난번처럼 나물비빔밥을 준비했고, 윤정이의 맛깔스런 볶음밥에 영희와 중렬오라버니가 정성껏 싸온 여러가지 음식들.

김밥, 돌꽃언냐가 챙겨온 여러가지 부침개들과 유부초밥, 과일 등 등...

저걸 앉아서 다~~먹고, 보온병에 담아온 뜨거운 물에 커피까지 타서 마시고~~~

 

우리 오지 가족들의 특징.

일단 멈추면 자리 펴고, 자리 펴고 앉으면 먹는다. ^^

 

길을 걷다 시원한 그늘에 앉아 정다운 이들과 맛난 음식을 나누어먹는 맛이란.....그 무엇에 비할까~

 

그 많은 음식을 1시간만에 해치우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이제 좀 힘이 난다나 뭐래나~

 

모두들 우리의 이 아름다운 시간과 길을 오래 오래 기억하기를...

 

오지가 좋다~ 사람이 좋다~

 

산모롱이 돌때마다 더 아름다운 연초록 봄 빛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가리를 닮은 숲.

 

6월이 가기전에 아침가리에 가봐야할 것 같다.

캠핑가자고 꼬드겨야지~ㅎㅎ

 

저 멀리로 우리가 내렸던 기차역과 철로가 보인다.

바로 내려다보이니 가까운 듯 싶지만 저 기차역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은 8km가 넘는다.

 

이 모롱이를 지나면 다시 저 기차역으로 갈 수 있는 샛길이 있다.

다음에 오면 저 샛길을 따라 지난 번 걸었던 임도와 한 번 연결해볼까도 싶다.

 

갈림길을 지나고서도 4km정도의 임도를 더 걷는다.

중간에 두릅도 따고~ 앉아서 과일도 먹고~

튀김해먹겠다고 쑥도 열심히 캐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산불감시원들에게 딱~!! 걸렸다.

우리 중엔 담배피우는 사람도 없고, 화기와 관련된 것들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기에 당당할 수 있었다.

임도를 빠져나오면서 보니 5월 15일까지 입산금지이고, 어기면 벌금이 20만원이란다.

휴~~~~

 

임도를 빠져나와 마을을 만났다.

저 솔숲은 야영장인데 꽤 좋은 장소다.

중렬오라버니가 날봄이 꼬드겨서 한 번 오자고...

 

농로와 하천을 따라 천천히 기차역을 향해 걷는다.

 

저 나무는 논 가운데 서 있는데 몇 백년은 되었음직한 나무.

한쪽에 누가 불을 놓았는지 가지가 꺾이고 시커멓게 불살라져 있었다.

아니~ 누가 감히 자신보다 몇 백년은 더 살았음직한 생명을 건드리는걸까나~

겁도 없지~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건지 누군가에게 묻고 싶었는데 도무지 지나는 사람이 있어야지~~~~

정말 조용한 동네다.

결국은 한참을 돌아 멀리서 트렉터로 논을 갈고 있는 분께 가서 길을 물어야 했다.

 

기차역 앞에 있는 마을에서 특이한 집을 만났다.

주인장을 만나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사람이 없었다.

 

가운데 탈바가지가 있는 곳이 대문같은데 그 위의 물고기 모양 나무에 삐뚤빼뚤 글씨로 이렇게 새겨있었다.

精神一到 何事不成

 

 

마을이 꽤 큰데 그 흔한 구멍가게 하나가 없다.

기차역 앞에 술과 담배만 파는 가게가 있다해서 부리나케 왔는데 그마저도 문이 잠겼다.

시원한 맥주 한 잔 들이킬 생각으로 버텼는데.......

 

끝내 미련을 못버린 몇이 가게의 주인할머니를 찾았고, 변변한 냉장고도 없이 당신의 김치냉장고에서 겨우 찾아낸 병맥주 달랑 2병.

안주도 없이 김치 냄새 배어 있는 그 병맥주를 7명이 나눠 마시면서 얼마나 맛있어 했던지...

 

하루에 7번의 기차가 선다는 작은 역.

 

코스가 짧아 기차역에 이르게 도착했다.

처음에는 더 긴 코스를 잡았었는데 아무래도 걷기에 익숙한 사람들이 아니어서 코스를 짧게 수정했었다.

 

몇은 앉아서 졸고, 몇은 나가서 산책, 그것도 시들해지면 앉아서 수다떨기.

그렇게 1시간 30분이 금새 갔고, 우리가 탈 기차가 들어오고 있다.

 

이른시간 청량리로 돌아와 생맥주집에서 함께 나눠 마신 맥주와 치킨맛이 얼마나 좋았던지...

행복한 5월이 이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