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2008년 12월 06일
코 스 : 천동리 - 비로봉 - 삼가리 : 12.8km
교 통 : 동서울 -> 단양 : AM 6:59 / 12,100원 / 2시간 10분 소요
단양터미널 -> 천동리 : 택시 / 6,500원 / 10분 소요
삼가리 -> 영주 터미널 : PM2:10 / 1,100원 / 25분 소요
영주터미널 -> 동서울 : PM2:45 / 13,600원 / 2시간 30분 소요
많이 바쁘다.
토요일 출근해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지만 금요일 여러 사람을 다그치며 일을 한 덕에 토요일 출근을 피할 수 있었다.
금요일 밤에 있던 송년회는 내가 제일 편안하게 생각하는 모임이었고 1년 중 술을 제일 많이 마시는 날이기도 했지만,
소주 한 잔과 맥주 한 잔으로 끝내고 2차에서 인사도 없이 도망나왔다.
이유는 단 하나~!!
소백에 들기 위해서였다.
마음이 울적해지거나 풀어내야 할 응어리가 있을때마다 찾아들었던 소백.
전국적으로 한파가 몰아쳤다.
유난히도 추위를 많이 타면서 꼭 이런 때에 산에 가야 하느냐는 생각이 없진 않았으나, 간단히 배낭을 꾸려 떠났다.
살아가다보면 많은 시련이 닥칠것이다.
그렇다고 모두 피해 갈 수는 없는 법.
할 수만 있다면 나는 가능한 피하기보단 헤쳐나가고 싶다.
오전 10시 45분.
천동쉼터에 도착했을때에 온도계가 영하 14.5도였다.
쉼터 주변을 비닐장막으로 쳐 두어 바람이 덜 치는곳에 온도계가 자리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천동 쉼터의 고도는 1,035m, 비로봉의 고도는 1,439.5m
고도차이는 약 400m이므로 100m 오를때마다 마이너스 1도씩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비로봉의 기온은 영하 18.5도다.
날이 좋아 햇살이 퍼지고는 있으나, 소백의 매서운 북서풍을 감안하면 아무리 한낮으로 향하고 있는 시각이라도
비로봉의 체감 기온은 영하 20도를 훌쩍 넘을 것이다.
산에 오르면서 처음으로 계속 가야만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했다.
여기에서 돌아선다해도 누가 뭐랄 사람도 없고, 다음에 다시 오면 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소백에 드는 일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일이 아니다.
내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소백에 사람이 이렇게 적었던 때가 있었나 싶다.
주목관리소에 들어서니 단 세 사람.
매서운 바람에 다들 선뜻 나설 생각을 못한다.
너무 추워서 물 한 모금이 넘어가질 않았다.
따스한 차를 기대하고 보온병을 꺼냈는데...
아뿔싸~~~~아침에 뚜껑을 닫으며 물기를 제거하지 않은탓에 뚜껑이 얼어붙어 열리지 않았다.
비로봉에 올라갈까 말까를 고민해본다.
죽령이나 희방사까지 능선을 걷고 싶었지만 오늘 같은 날씨엔 어림도 없을 듯 싶다.
어디로 하산해야 할지 고민해본다.
천동리쪽은 며칠 전 내린 비로 눈이 많이 녹았다고는 하나, 눈이 곳곳에 쌓여있고, 빙판길이 많았다.
아무래도 양지가 많은 삼가리쪽이 하산하기엔 좋을 듯 싶다.
마음을 다잡고 주목관리소를 벗어나 비로봉 계단길을 오른다.
바람이 너무 차서 모든 세포가 얼어버리는 듯 싶었다.
바람이 너무 세차서 자꾸 한쪽으로 치우쳐지는 내 몸을 곧추 세우는데 정신을 집중해야만 했다.
비로봉까지의 계단이 얼마나 멀어 보였는지...
비로봉엔 여전히 세찬 바람이 불고 있었다.
영하 20도의 추위.
체감온도로 치면 그보다 훨씬 더 낮은 온도였으리라~
춥거나 말거나 한동안 그 바람을 맞고 서 있었다.
그리고, 내 안의 많은 것들을 훌~훌~ 날려버렸다.
살아가는데 있어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소백에서 비워버린 많은 것들을 하루 하루를 살아내면서 채워가리라~
소백에서 얻어온거.....환장할 추위 ㅋㅋ
그리고, 소백에서 찾아온거.....내 자신. ^^
'길 위에 서다 > 산에 들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산 산행기 8 - 향로봉, 비봉능선 넘어 설렁 설렁 (0) | 2009.03.23 |
---|---|
[090103] 태백산 산행기 7 - 태백산의 일출 (0) | 2009.01.06 |
치악산 산행기 5 - 이른 겨울 산에 들다. (0) | 2008.11.25 |
천마산 산행기 - 가볍게 천마산 걷기 (0) | 2008.11.03 |
소백산 산행기 9 - 가을 소백에 서다. (0) | 2008.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