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산에 들다

[090103] 태백산 산행기 7 - 태백산의 일출

dreamykima 2009. 1. 6. 09:07

날 짜 : 2009년 1월 2~3일 무박 신년 산행 / with 경희

코 스 : 유일사(am 4시 50분) - 장군봉 - 천제단(am 7시 15분) - 망경사 - 당골(am 9시 30분)

 

내 좋은 산행 동무 경희의 생일을 축하하며...

 

새 해를 시작하는 산행은 대개 태백산이었다.

그래야 할 뚜렷한 이유 없었지만 거의 해마다 그래왔던 일이었다.

 

경희의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웠으나, 역시나 태백산 산신령님께서 보우하사.....^^

 

2009.1.3. am5:21:05

 

새벽 4시 50분. 유일사 매표소를 출발했다.

유일사 쉼터로 오르는 중이다.

새벽 산을 오르는 램프 불빛들의 춤사위가 너울 너울.

 

날이 추워 눈들이 서로 엉겨붙지 않았는지 발 밑에서는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제법 크다.

급경사를 오르는 산님들의 거친 숨소리와 발 밑의 뽀드득거리는 소리가 새벽을 깨우고 있다.

 

총총한 별들이 깔린 맑은 하늘,

머리 위에는 어느새 하늘 높히 떠오른 북두칠성이 우릴 지켜주고 있다.

북두칠성은 주극성이지만, 겨울 밤하늘에서는 저녘 무렵 지평선으로 낮게 떠 있기 때문에 선뜻 찾기가 힘들다.

그러나, 이미 시간은 새벽으로 흐르고 별들 또한 시간의 강을 타고 서쪽으로 흘렀기 때문에

북두칠성은 초저녁 우리 머리 위에서 빛났을 카시오페이아와 자리를 바꿔 우리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는 것이다.

 

별에 이를 수 없는 것은 불행이 아니다.

다만, 불행한것은 이를 수 없는 별을 갖지 않은 것이라 했다.

모든님들 마음속에 이를 수 없을지라도 초롱한 별 하나 간직하시라~

살아 있어 꿈을 꾸고, 꿈이 있어 행복하다...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산능선들과 나무들에 가로막혀 다른 별자리들을 찾는 일은 요원했지만,

무수한 별들이 머리 위에서 일출을 예고하고 있어 즐겁기만 하다. 

 

2009.1.3. am6:49:44

 

쉬엄 쉬엄 오르는 길이다.

유일사 쉼터까지 채 1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일부러 많이 쉬며 움직인다.

해 뜨기 전에 너무도 일찍 능선으로 올라서야 차거운 북풍속에 놓여질 것이므로...

동쪽으로 올라오는 붉은 해의 기운이 무척이나 반갑다.

 

2009.1.3. am7:01:03

 

대가없이 무언가가 바로 얻어진다면 어쩌면 그 가치를 모르게 될 것이다.

내어준만큼 얻어지는게 세상의 이치가 아닐런지...

다만, 내어준다는 것, 얻는다는 것 그리고, 그 내어주고 얻는 것에 대한 슬픔과 기쁨이

개개인에 있어 상대적인 개념이므로 그 강약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닐런지...

 

집에서의 편안한 잠을 뒤로 하고, 덜컹거리는 기찻간에서의 불편함과 모자란 잠을 내어주고

나는 오늘 아침 무엇을 위해 이 새벽의 찬 공기속을 가르며 헉헉 숨을 몰아쉬고 있는걸까. 

 

2009.1.3. am7:02:25

 

세상에 제일 공평한게 시간이라 했다.

누구에나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24시간.

그러나, 오늘 나는 남보다 일찍 깨어나 더 이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감람빛 새벽이 가져다주는 희망을 손을 잡으려 하고 있다. 

 

2009.1.3. am7:20:26

 

장군봉에서 서둘러 천제단으로 걸어오니 7시 15분경.

벌써 수 많은 사람들이 천제단 주변에 모여 서서 무언가 결의에 찬 구호를 외치기도 하고,

음식물을 먹기도 하면서 동쪽을 응시하고 있다. 

 

2009.1.3. am7:35:22

 

추운곳에서 발을 동동거리며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이 그런다.

안방 창문 너머로 편안하게 맞는 아침 해나 그 멀리까지 힘들게 가서 맞는 아침 해나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정말 차이가 없는걸까?

결단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2009.1.3. am7:35:27

 

"태양이 있는 한, 절망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모든 님들의 희망을 담은 새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2009.1.3. am7:35:30

 

봄날 오후의 나른함이 담긴 느릿한 햇살은 내게 많은 여유를 주었겠지만,

새 해가 며칠 지나지 않은 이 새벽에 해발 1500m가 넘는 이 산정에서 맞이하는 햇살은 결코 느릿하지 않고 힘차게 느껴진다.

 

2009.1.3. am7:35:34

 

 2009.1.3. am7:36:12

 

경희야~

엄마의 생일상도 마다하고, 생일날 아침 태백산을 찾은 너를 태백산 산신령님이 어여삐 여기실꺼야~

2009년 한 해, 아름다운 시간들이 너와 함께 하길 진심으로 빈다.

생일 축하한다.

 

2009.1.3. am7:36:19

 

2009.1.3. am7:39:11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자 저 멀리 백두대간의 준령들이 시커먼 제 그림자를 내려놓고

아침 햇살 앞에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09.1.3. am7:39:25

 

능선 능선의 줄기들이 너울 너울 춤을 추듯 내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 풍광들위로 힘차게 희망의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2009.1.3. am7:41:59 

 

오늘 하루를 깨운 부지런한 산님들이여~ 모두 모두 복 받으시라~

새벽의 그 기운을 온몸으로 받은만큼 힘차게 살아가시라~

 

 

2009.1.3. am7:47:34

 

망경사로 내려가는 길에 만난 풍경

 

2009.1.3. am7:48:12

 

2009.1.3. am7:54:22

 

따스한 아침 햇살이 망경사가 들어앉은 산자락을 비추고 있다.

 

2009.1.3. am7:55:17

 

지난 가을에 이어 두 번째로 망경사 부처님께 들렀다.

마음이 고요해졌다.

 

2009.1.3. am8:17:09

 

망경사 석등 너머로 하늘이 눈부시다.

저 파란 하늘처럼 깨끗하고 아름답게 2009년의 시간들이 채워지기를 빈다.

 

함께 해준 경희.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