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다/길에 서다

[090426] 걷기 여행 - 다섯 고개를 넘어 일곱 마을을 만나다.

dreamykima 2009. 4. 28. 08:33

날 짜 : 2009년 4월 26일 / with 윤정

 

1/5만의 지도도 아니고 1/10만의 지도로 지형과 등고선을 보며 찾아나선 길이었다.

알바를 세 번 했고, 일곱 개의 마을을 지났고, 다섯 개의 고개를 넘었다.

도보 거리는 약 15km.

 

길도 사람도 찾아주는이 없으면 잊혀지고 만다.

동네 주민들조차...그 길 없어졌을낀데~~~~~설왕설래하시며 길이 아직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셨다.

 

조금씩 희미해져가고 있으나, 엄연히 길은 존재했다.

내 발자국으로 조금은 길의 존재감과 자존감을 찾았기를 빈다.

 

도로를 만드는 것은 이곳에서 저곳으로의 이동시 가장 최적의 경로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최적이라 함은 빠르고 편리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최적이란것은 그 곳을 지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조급함을 선사한다.

큰 길을 선택하는 운전자들은 어찌하면 더 빨리 갈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기 때문이다.

그들 중 대부분은 이동하는 중의 그 어떤것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우리가 그러한 속도감과 편리성만을 추구하며 살고 있는 동안에 우리를 둘러싼 시간은 눈 돌리면 봄, 눈 돌리면 여름,

다시 돌리면 가을이 되고 마는 것이다.

 

나는 조금씩 느리게 가고 싶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해가는 나뭇잎의 채도를 섬세하게 느끼며 햇빛의 명도가 더해질수록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는 시간의 변화를 오감으로 체험하며 살고 싶다.

또한, 그 계절의 변화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섬세한 심정으로 느끼며 살고 싶다.

 

걷기의 즐거움은 느림속에 있고, 비포장 흙길에서는 아무리 빨라도 시속 10km를 넘을 수 없다.

시속 100km의 고속도로나 60km의 국도에서 느낄 수 없는 무언가를 우리는 시속 10km가 넘지않는 비포장 흙길과 산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느려져야만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여행은 생산이 아닌 시간을 아름답게 허비하기 위한 것이라 했다.

 

 

오르락 내리락 인적도 없는 길에 알바를 세 번씩이나 하면서도 힘든 내색없이 언니니까~ 하고 무조건 믿고 따라와준 윤정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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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하게 남아있는 길을 찾아 가는 길.

 

풀섶에서 무서운게 나올까 두려웠지만, 그도 또한 생명이니 귀히 보면 된다는

어제 들렀던 절집의 스님 말씀을 상기하며 정신을 가다듬고(?^^) 조심히 걸었다.

 

 

첫 번째 고개를 넘어 가는 길.

 

마을과 마을을 잇던 길들은 산허리의 가장 유순한 곳과 낮은 곳을 골라 이어져 있다.

지도에 나와 있지 않아도 등고선과 지형을 가늠하며 방향을 잡는다. 

 

 

첫 번째 고갯마루에 있던 효자각

차도로 넘어오신 달님네를 만나 한참을 올라야만 하는 고개 윗집 마당까지 쉬이 다녀왔다.

 

 

고개 윗집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

 

아래 보이는 마을이 고개를 넘어와 첫 번째 마을.

 

 

고개를 넘어와 만나는 두 번째 마을

첫 번째 마을과 두 번째 마을까지는 달님의 차를 타고 쉽게 이동했다.

 

왼편에 서 계신 달님과 마을 앞 당산나무

 

<달님 사진을 얻어왔다>

 

두 번째 마을에서... 

 

<달님 사진을 얻어왔다.>

 

여기서 달님가족과 헤어져 우리는 세 번째 마을로 가는 두 번째 재를 넘기 위해 출발했다.

그리고는 재너머 마을에서 차도로 먼저 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달님네와 다시 만났다.

 

 

돌배나무

 

 

샛길이 많아 알바를 했지만 제대로 길을 찾아 가고 있는 중이다.

 

 

비 갠 후의 청명함을 맘껏 즐긴다.

 

 

산벚꽃나무 그늘 아래로 이어진 길

 

 

 

어느 새 지나온 길이 아득하다.

 

 

푹신 푹신 소나무숲도 지나고...

임도만을 따라걷거나 시멘트 포장된 길만을 따라걷는다면 재미가 덜할 것이었다.

 

언뜻보면 어디로 가야할지 헤매는 길도 만나고...

어느 무덤가를 돌아서 가기도 하고...

 

 

틈을 내어 조금씩 양보하고 살아가고 있는 저 나무들의 어울림속에서

나 또한 어우러져 살아가는 법을 배워본다.

 

자연이 아름다운것은 서로의 모습이 서로에게 방해가 되지 않아서라고 하지~

나 또한 이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그렇게 살아가려 애쓰리라.

 

 

두 번째 고개를 넘은 길. 

 

차도를 따라 먼저 와 있는 달님네가 전화를 한다.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아래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므로 조금 서둘러본다.

 

 

저 멀리 우릴 기다리고 있는 차가 보인다.

 

식당에 들러 묵밥과 두부찌개로 고픈 배를 맛나게 채웠다.

그리고는 대구로 갈 길을 재촉하는 달님네와 다시 이별하였다.

 

 

세월이 느껴지는 꼬부랑 할머니와 오래된 소나무.

 

누구의 나이가 더 많을까~

 

 

저 멀리 넘어온 산을 뒤로 하고 또 다시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을 따라 걷는다.

 

 

모자와 선글래스도 깜박하고 온 나를 위해 오늘은 햇님도 잠시 구름뒤에 숨었다.

 

 

먼 길을 걸어 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네 - 이 해 인 -

 

 

점 점 더 멀어지는 고갯마루와 지나 온 길들의 아련함.

 

 

지도에 의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조선시대 성리학자의 생가터라 한다.

 

 

 

이리 저리 농로가 많아 어디로 가야할지 헛갈렸지만,

주민께 여쭈기도 하고, 동서남북과 지도를 확인하며 제대로 찾아가고 있다.

 

 

좋은 길동무.

 

 

세 번째 고개를 넘어 가는 길.

여섯번 째 마을을 만나러 가는 길.

 

 

우리가 제 집으로 가지 않을것을 알았는지 짖지도 않고 순하게 내다보고만 있던 녀석.

 

 

세 번의 재를 넘어 여섯번 째로 만난 마을

 

 

네 번째 고개를 넘던 길.

 

 

큰 길의 굴다리를 지나 다섯번 째 고개를 넘어가는 길.

뒤로 보이는 하얀 길은 굴다리를 넘어오기 전 우리가 넘어온 네 번째 고갯길이다.

 

 

다섯번 째 마지막 고개를 넘으면 다시 이런 비포장 임도가 시작된다.

윤정이는 이 길이 오늘 온 길 중 제일 아름답다고 한다.

 

 

나는?

모든 길이 다~~~~~ 좋다.

 

마을 길은 마을 길대로 사람이 사는 곳이라 좋고,

이런 길은 이런 길대로 꽃들이 사는 곳이라 좋고...

 

 

배꽃이 하얗게 피어 있는 과수원을 지나 한참을 내려가 작은 개울을 건너 이제 큰 길에 거의 다달았다. 

 

 

하얗게 보이는 길이 우리가 걸어온 길.

지금 서 있는 곳에서 500여m를 나가면 차가 다니는 큰 길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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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전, 지도를 보며 과연 길을 찾을 수 있을까~했지만

나는 나를 믿어보기로 하였다.

그 믿음이 나로하여금 판단력에 최상의 컨디션을 제공했으리라~

 

마을과 마을을 잇는 그 길 위에 설 수 있어서 행복했다.

또한, 믿고 따라준 좋은 길동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는 것을 잊지 않으리라~

 

조만간 좋은 사람들과 저 길에 다시 들어보고 싶다.